로드킬과 방생
로드킬과 방생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3.07.22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중한 생명들의 비참한 죽음
인간의 편의위한 탐욕이 원인
생태통로 전국에 고작 62개뿐
방생일환으로 교계 관심 갖길


운전하는 일이 끔찍할 때가 있다. 도로에서 차량에 치어 죽어가는 동물들 때문이다. 피와 가죽으로 흔적만을 남긴 처참한 장면을 보노라면 마치 지옥을 보는 느낌이다. 절로 ‘지장보살님’을 염송하게 된다. 지난해 고속도로에서는 2360건의 로드킬(Road kill)이 발생했다. 한국도로공사의 통계다. 일반도로까지 포함하면 연간 1만건 정도라고 한다. 엄청난 숫자의 동물들이 알게 모르게 도로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고 있다. 고속도로 길이가 매년 100km씩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동물들의 목숨이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다.


숲속에 살아야 할 동물들이 길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사람들의 편안한 이동을 위해 마구잡이로 산을 깎아 도로를 내면서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되고 있다. 도로가 뚫리면 산은 반으로 쪼개지고 지척의 거리를 갈라놓았다. 터전이 두 동강 난 동물들은 휴전선을 넘듯 도로를 건너다가 달려오는 차량에 치여 비명횡사한다. 도로에서의 로드킬은 동물들의 희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다치는 것은 물론 목숨을 잃는 경우도 늘고 있다. 로드킬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태통로를 만들면 된다. 동물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도로 위에 길을 놓아주는 것이다. 최근 로드킬로 인한 폐해가 늘어나면서 생태통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돈이 문제다. 전국의 고속도로에 놓인 생태통로는 62곳에 불과하다. 국내 고속도로의 길이가 4084km인 것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


로드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불교계도 동물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강릉 현덕사는 올해로 13년째 동식물 천도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광주·전남불자들이 지역 경찰청과 함께 공동으로 로드킬 동물들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지냈다. 로드킬이 자주 일어나는 도로 주변의 사찰에서도 지역 환경단체들과 함께 로드킬 천도재를 지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불살생과 방생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불교계에서 동물들의 억울한 죽음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경전에는 비둘기를 숨겨준 보살과 매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둘기를 잡아먹으려는 매에게 비둘기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비둘기 무게만큼 자신의 살점을 보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자신의 온 몸을 저울에 올려놓고서야 비둘기와 무게가 같아졌다는 이야기다. 모든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무게를 지닌 소중한 생명임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우란분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날에는 방생법회가 많다. 물고기를 놓아주거나 새를 날려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방생이다. 그러나 동물들이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훌륭한 방생이다. 이번 우란분절에는 생태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새로운 방생이 됐으면 좋겠다.

 

▲김형규 부장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가까이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나려 하는 것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아, 부디 행복하여라.” ‘숫타니파타’의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결국 동물들의 억울한 죽음은 우리에게 과보로 돌아올 것이다. 생명존중과 방생의 관점에서 로드킬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