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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생활하는 불자이주민들

  • 기자칼럼
  • 입력 2013.07.23 10:26
  • 수정 2013.07.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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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특별한 법석이 열렸다. ‘이주민불자 무차대회’가 그것이다. 낯선 땅에서 외로움으로, 때로는 편견과 오해로 힘들어하는 이 땅의 이주민들을 위로하고 한국인에게는 그들이 한 식구라는 공감대를 형성시키기 위해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마련한 자리였다.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태국 등의 이주민불자들은 무차대회에 참석한 스님과 한국불교계를 향해 오랜 숙원(?)을 풀어냈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불자인 우리들은 갈 곳이 없어 교회에 손을 내민다”는 스리랑카 차툰씨를 비롯해 “외국인법당이 부족한 관계로 이웃종교 쉼터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곳에서는 그들의 종교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네팔의 나번 스님, “적지 않은 이주민불자들이 교회에서 생활한다”며 안타까워했던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김수완씨까지. 그들의 숙원은‘불교계 이주민지원센터 건립’이었다.


사실 ‘불교계 이주민지원센터 부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산재한 불교계 이주민센터는 30여 곳에 불과하다. 현재 150만 명의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 가운데 약 50만 명 이상이 불교신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특히 서울에는 불교계 이주민지원센터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무차대회에서 이주민불자들이 말했던 것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이웃종교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국제포교사회나 불교여성개발원 등 불교계 단체들이 매년 이주민불자들을 위한 행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오 스님이 대표로 있는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활동은 눈여겨볼만 하다. 2000년 ‘구미 보현의 집’으로 시작한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쉼터운영은 물론, 의료·법률·생필품 지원, 임금체불·폭행 등에 대한 상담, ‘외국인근로자 문화축제’ 등 공동체 모임까지 다방면에 걸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방글라데시 대표로 무차대회에 참석한 카쿤 스님은 “무슬림들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왔지만 마땅히 기거할 곳이 없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며 한국 스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카쿤 스님은 속가나이로 20대 중반에 이미 두 개 사찰의 주지소임을 맡을 만큼 방글라데시 불교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엘리트 스님’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생활비 부족으로 일을 하다가 네 손가락이 잘린 ‘이주노동자’였을 뿐이다.

 

▲김규보 기자
조계종은 무차대회에서 이주민불자들의 애환과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선언이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주민지원 센터’ 건립에 앞장서야 한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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