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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출가자의 삶

기자명 법보신문

탐욕의 흐름 거슬러 쉬지 않고 노 저어야

출가 수행자 줄고 고령화
스스로 택하는 출가자 삶
새 가치관 배우는 학생은
스승 따르며 세속 버려야


2012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2000불을 넘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든 없든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다. 경제소득이 높은 나라에서 소득 부족현상은 더 심하게 발생한다.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 생기는 것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고 문명의 이기들도 기본적으로는 사용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많은 종류의 욕망을 충족하면서 많은 종류의 욕망에 목말라 하고 있다. 경제소득이 올라가면 경제소비도 따라 올라간다. 소득보다는 소비 욕구가 늘 앞서간다. 세속적인 삶에 대한 집착이 깊어지고 고통도 깊어진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에서 발생했고 우리나라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경제소득이 올라가면 국가적으로는 저출산 현상이 발생한다. 저출산에 따라 독신 수행자의 숫자도 따라 감소한다. 출가 지원자의 수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다. 이것도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젊고 건실해 보이는 청년에게 “자네 출가해 보지 않겠나. 스님노릇 잘하겠는데”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정행품 경문을 보자.


“스승에게 출가를 간청할 때면, 중생들이 불퇴전의 법을 얻고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발원해야 한다.”


‘스승에게 출가를 간청할 때면’에서 ‘출가’란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것이지 남이 권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출가는 하는 것 보다 출가 이후 출가자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출가자의 삶이란 스스로 자신을 살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명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삶의 목표와 방향은 욕망을 내려놓고 욕망으로부터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욕망이란 누가 내려놓으란다고 놓아지는 것이 아니다. 욕망과 관계된 원인과 결과를 살펴볼 수 있고, 그 결과 욕망의 해로움을 깊게 통찰해야 내려놓을 수 있다.


사람이 혼자 산다면 그 개인의 성품이 어떠하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면, 그 개인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성품이 중요하다. 더구나 출가를 한다는 것은 승단이라는 단체에 들어오는 것이다. 승단은 승단 구성원의 공동생활로 이루어진다. 출가를 함으로써 배우는 학생의 신분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스승으로부터 새로운 삶의 가치관과 방식을 배워야 한다. 스승에게 잘 배우지 못하면 출가한 보람이 없다. 자신을 잘 관찰할 수도 없고 수정할 수도 없다. 물론 다른 사람을 도와줄 능력도 생기지 않는다. 스승에게 잘 배운다는 것은 지식정보만이 아니라, 몸과 말과 마음의 행위를 다듬고 조정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체의 행위와 습관을 깊고 높은 수준으로 수정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익숙하지만 문제가 되는 행위와 습관을 수정하고 조정하도록 요구하는 사람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따르는 사람은 매우 귀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화를 내거나 거절하고 못들은 척 해 버린다. 간절하고 정성스러우며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행위와 습관을 수정하고 조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스승을 공경하고 따르는 마음은 출가 전 친족 속에서 익혀야 한다. 부모와 친족의 어른들을 공경하고 따르는 마음과 습관이 있어야 더 나아가 스승을 공경하고 따르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난다. 효순 하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스승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서툴다. 잘 배우지 못하고 자기 식으로 걸러서 배운다. 배우긴 배웠는데 배운 것이 없다. 배워도 소용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출가 전에 미리 배우고 익히지 못해서 문제가 있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선근이 있는 사람이다. 수행에 성취가 있을 것이다. ‘중생들이 불퇴전의 법을 얻고’에서 ‘불퇴전의 법’이란 물러나지 않는 방법이다. 간절하게 배우고 정성스럽게 실천하면 물러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란 마치 흐르는 물을 거슬러 노를 저어가는 것과 같다. 잠시라도 노를 멈추면 물의 흐름을 따라 후퇴하게 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을 멈추면 그 순간 우리는 뒤로 물러나게 된다. 출가하여 잘 배우고 실천하면 그 공덕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다. 반대로 출가하고도 세속의 삶과 다를 것 없는 생활을 추구한다면 그 과실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다. 모두 다 과보가 크다.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발원해야 한다’에서 마음에 장애가 없으려면 수행의 목표를 분명히 원해야 한다. 원하는 마음이 분명하고 견고하면 우리는 그 방향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다. 목표와 방향이 분명하게 정해졌으면 그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는 같은 효과를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도암 스님.

부처님의 법문은 평등해서 어느 것이 더 높고 낮은 것이 없다. 자기의 근기와 특성에 맞는 것을 선택해서 그 선택한 법문을 오래오래 바꾸지 않고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 선택한 법문을 바꾸면 다시 처음부터 하는 것과 같다. 명심하자. 부처님의 법문은 같은 효과를 내는 다양한 방법이라는 것을.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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