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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노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지극한 기도와 청소가
마음 닦는 길이란 사실
일깨워 준 소중한 인연

 

불교인연은 어린 시절 집에 자주 왕래하시며 친가족처럼 지내던 노스님으로부터 출발한다.노스님은 비구니로 법명은 법해(法海)이셨다. 절 이름은 지장암(地藏庵)이었고 무척 작았다. 노스님의 성격은 호탕하고 괄괄하시면서 무척 정갈하셨다. 오히려 어지간한 비구스님보다도 더 스케일이 크고 기개가 있으셨다. 스님이 되신 이력도 참 기구하였다. 옛날 결혼 당일 초례청에서 바로 소박을 맞으시고, 이후 남편 없이 시집살이를 3년 정도 모질게 하셨다. 갖은 학대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버티셨고, 시집살이를 마친 후에 다시 결혼의 인연이 찾아왔으나 결혼 직전에 교통사고로 전신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자연히 결혼은 파혼 되었고, 이후 병을 얻었다. 코에 고인 피고름이 점점 머리로 올라가면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절에 가서 관세음보살 기도를 21일간 하시면서 기도가피를 입었다. 21일째 기도 회향 중에 어머니가 나타나서 기도할 때마다 목욕재계했던 그 우물가에서 노스님의 피고름을 물로 씻어주는 현몽을 얻는 후에 건강을 회복하고 출가하여 88세로 열반하실 때까지 무병장수하셨다.


이런 인연 때문에 이 노스님은 거의 초인적인 신앙심을 가지고 계셨다. 아무리 추워도 새벽예불에는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법당에 들어가셨다. 60~80년대는 우물이나 수도가 밖에 있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도 그 추운겨울에 밖에서 찬물로 목욕하시고 예불을 모시었다. 그 정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항상 기억나는 모습은 기도하시는 것이었다.


또 노스님의 일과는 청소였다. 언제나 방청소 법당청소, 마당청소를 하셨다. 그런 연유로 이 절은 언제나 청결과 깨끗함이 유지되었고, 모든 신도님들이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 이런 모습을 보고, 자연히 청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이후 노스님이 아프시고 나서, 나는 법당의 촛대와 부처님이 모셔진 단의 유리와 바닥 등을 청소하였고, 마당과 방청소 등을 전담하게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법당의 대웅전 현판 아래에 있던 두 마리 용이었다.

 

이 용은 촛대처럼 항상 광약으로 닦아줘야 했다. 노스님은 법당 청소 3년만 하면 꼭 소원 한 가지를 이룬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그 말은 듣고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고, 용 닦는 일은 더욱 열심히 하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나는 사다리를 놓고 처마 밑에 올라가 두 마리 용을 모시고 내려와 광약으로 팔이 아프도록 닦았다. 닦은 후에 나는 광채를 보면서 과연 무슨 소원이 이루어질까 궁금해 하기도 하였다.


나는 노스님 말씀을 천금같이 여기고 3년을 하였고, 이후 선지식을 만나게 되었으며, 불교대학도 진학해 출가하고 나중에 군승(軍僧)으로 가게 되었다. 군승 전역 후에 대학의 강단에서 강의를 하였고, 지금은 종단의 소임을 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조그마한 절의 비구니스님이셨지만, 열심히 기도하고 도량을 청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과 소중한 가르침을 노스님으로부터 배웠다고 생각한다. 기도와 청소가 깨달음이고 깨달음이 기도와 청소라는 불이법문(不二法門)과 제법실상(諸法實相)의 진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혜명 스님
지금은 그때처럼 청소를 많이 하지 못하지만, 청소를 할 때마다 그 시절의 모습이 나에게 나타나곤 한다. 가끔 노스님이 생각나곤 한다.


혜명 스님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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