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 십선업도

기자명 법보신문

연민으로 생명 아끼고 삿된 말 않는 습관

출가수행자 기본적인 조건
열 가지 수행길잡이 생활화
타인 해치려는 욕구와 충동
억제하며 뿌리까지 뽑아야

 

20년 전에 도반스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순수하고 정직한 것을 좋아하던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할 때 수학과를 선택했다. 대학과정 동안 그는 만족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순수하고 정직한 수학을 다룰 수 있었고, 학교는 세상 어느 곳보다 깨끗할 것 같았다. 그러나 교사 입장에서 보게 된 학교는 기대만큼 양심적이거나 깨끗하지 않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돈이나 많이 버는 것이 좋겠다 싶어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무역 업무처리 과정에서, 남에게 들키지 않았을 뿐 법을 어기는 일들이 많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출가를 하였다. 그리고는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고 지냈다. 사정을 아는 도반이 물었다. “왜 더 이상 불평을 하지 않지?” 그는 말했다. “내 마음에 드는 깨끗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나 자신이 조금 더 깨끗해지도록 노력할 뿐이다.” 어느 곳에서 살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개인이나 단체의 욕망을 강하게 추구하다 보면 자기의 양심을 속이게 된다. 도덕도 윤리도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적인 일이다. 정행품 경문을 보자.


“출가하기 위해 속복을 벗어버릴 때면, 중생들이 부지런히 선근을 닦고 모든 죄의 굴레를 벗어나기를 발원해야 한다.”


‘출가하기 위해 속복을 벗어버릴 때면’에서 ‘속복’이란 출가하기 이전에 세속에서 일상적으로 입고 있던 옷을 말한다. 속복을 벗고 스님의 가사를 입는다는 것은, 삶의 방식과 기준을 바꾸었음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겉은 일반인에서 출가 수행자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안은 승가가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 그리고 기준으로 몸과 말과 마음의 행위가 바뀌는 것이다. 속복에는 물질적인 옷이 있고 정신적인 옷이 있다. 물질적인 옷을 벗은 것을 몸 출가라 하고, 정신적인 옷을 벗은 것을 마음 출가라고 한다. 출가의 핵심은 마음 출가가 기본이 되고 형편에 따라 몸이 출가하면 더욱 좋다. 몸만 출가하고 마음이 출가하지 않으면, 출가 공덕은 없고 빚만 지게 되며, 심하면 악업을 짓게 된다.


출가하면서 벗어야 하는 마음의 옷은 최소한도가 십불선업이고, 입어야 하는 선근의 기본이 십선업도다. 십선업도의 생활화는 출가수행하려는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십선업도를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지니면서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아야 비로소 삼귀의계와 출가계를 받을 수 있는 근기가 된다. 이렇게 해야 출가하면서 받은 계가 수행생활을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기본 조건이 준비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계품을 받아도 그 계품이 생활화되지 않고 수행의 길잡이 역할도 하지 못한다. 이런 것은 이름만 수계라 하지 실질적인 수계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출가의 기본이 되는 십선업도는 다음과 같다. 1) 불살생 : 사람을 포함해서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이다. 몸으로는 죽이는 행위를 하지 않고, 말로는 죽이라고 하거나 죽으라고 권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마음의 행위 속에서는 죽이거나 해치려는 욕구와 충동을 억제하고 나아가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 적극적으로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자비심과 연민심을 가지고 대해주는 것이다. 2) 불투도 : 주지 않는 것을 자기 것으로 하거나, 남의 것을 파괴하여 남이 재산상의 손해를 보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몸으로는 훔치거나 파괴하지 않고, 말로는 훔치거나 파괴하도록 권하지 않으며, 마음으로는 훔치거나 파괴하려는 욕구와 충동을 억제하고 나아가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 적극적으로는 베푸는 행위를 실천한다. 3) 불사음 : 정식으로 맺어진 합법적인 배우자가 아니면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재가자의 신분일 때 적용된다. 재가자는 몸으로 정당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지 않고, 말로는 유혹하거나 권하지 않으며, 마음으로는 부정한 성욕의 욕구와 충동을 억제하고 나아가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 출가자는 일체의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는 청정한 삶의 기쁨과 가치를 자각한다.

 

4) 불망어 :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진실한 말을 하도록 노력한다. 5) 불양설 : 사람들의 사이를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며 포용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한다. 6) 불악구 : 거칠고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부드럽게 위로하며 공감하는 말을 한다. 7) 불기어 : 듣기에는 솔깃하지만 그 말을 따라가다 보면 이익도 없고, 심하면 악행을 범하도록 유도하는 말이다. 인과의 관점에서 이익을 얻게 하고 선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말을 한다. 8) 무탐 : 탐내지 않는다. 9) 무진 : 성내지 않는다. 10) 무치 : 어리석지 않는다.

 

▲도암 스님.

이상의 세 가지는 마음의 번뇌다. 그것도 구생번뇌라 하여 태어날 때 함께 가지고 온 번뇌다. 물론 그 뿌리를 완전히 끈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함부로 작용하도록 방치해서도 안된다. 마음의 표면으로 이 번뇌가 떠오르지 못하게 하면서 그 뿌리를 차근차근 없애나간다. 이렇게 해 나가는 것이 부지런히 선근을 닦고 모든 죄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다.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