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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청혼과 창혼

기자명 법보신문

영가를 대령하는 방법
청혼은 윤회관 전제돼
불교는 자비종교 입증

 

49재나 칠칠재를 지낼 때 제일 먼저 하는 의식으로 대령(對靈)이 있다. 영적 존재와 대면하는 의식이다. 원래 이 의식은 해탈문 밖에 영혼을 맞이하는 영혼단(迎魂壇)을 설치하고 진행되지만 요즈음은 재를 지내는 법당 내에서 바로 행해진다. 재를 지내려면 제일 먼저 영가를 대령해야 하는데 그 대령하는 방법으로 창혼과 청혼이 있다. 청혼은 영혼을 청한다는 말이고 창혼은 영혼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청하는 것이나 부르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창혼(唱魂)은 영적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것인데, 창혼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대번에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재가 열리는 곳에 이를 수 있는 영적 존재를 위해서 영적 존재를 청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창혼을 하고 바로 법문을 들려준다. 이름만을 부르니 “어디 어디 사는 모모의 관계 모모 영가(시여)”라고 창한다.

 

유교식 제사의 청혼은 불교의 창혼 정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불교의 청혼(請魂)은 조금 다르다. 청혼의 대상은 창혼만으로는 재가 열리는 곳에 올 수 없는 영적 존재들을 청할 때 행하는 의식이다. 해서 “모모 영가시여, 부처님의 위력과 광명으로 이 향단에 오셔서 법공양을 듬뿍 받으소서”라고 하며 이곳에 오라고 청한다. 결국 창혼은 ‘모모 영가여’라고만 하고, 청혼은 ‘모모 영가여, 이곳에 와 법 공양을 받으소서’라고 하는 차이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을 것이다. 하지만 창혼과 청혼의 의식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재를 시작하는 초입에서 바로 창혼 하고 착어라는 법어를 곧바로 들려준다. 하지만 청혼은 다르다. 요령을 흔드는 진령게송을 하고 신묘장구다라니 파지옥진언 해원결진언 보소청진언 등을 염송하고 나서야 청혼을 할 수 있다.


결국 청혼은 지옥에 빠져 있거나 지옥에 있는 중생들을 불러 음식을 대접하고 부처님의 법문을 들려줄 때 쓰이는 영적 존재를 부르는 방법으로, 육도윤회의 우주관이 전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악업을 지은 영적 존재는 지옥에 있을 수 있으므로 이들을 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옥의 파괴해야 한다.


조선시대 유생들은 훌륭하신 임금님이나 자신들의 조상들이 지옥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불충이고 불효라고 하여 불교를 불효불충의 종교라고 비방하고 억압했다. 얼핏 보면 그들의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고 드러나 있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의 짧은 견해에 불과하다. 불교는 현세 이전 수없이 윤회를 거듭하면서 자신이 알게 모르게 나쁜 업을 짓고 있고, 지었다고 이해한다. 현세에도 몸과 말과 생각으로 열 가지 나쁜 업을 짓고 있다는 것은, 조금만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잘났다는 아상이 가득한 사람들은 절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지옥, 아귀, 축생의 악도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에 재를 베풀어 좋은 곳으로 보내주려고 해도 재장에 오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옥을 없애는 과정을 통해 이름을 부르고 이곳에 와도 좋다고 간절히 타이르는 것이다. 그렇게 타이르고 또 인로왕보살님의 증명과 안내가 있어야만 겨우 재장에 이를 수 있는 이들을 위해 불교에서는 아주 복잡한 과정의 의례를 준비하고 있다.

 

▲이성운 박사

불교가 왜 자비의 집안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 바로 청혼이라고 하겠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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