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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다르마팔마, 첫 한국 방문

한국불교 전통에 감탄…진신사리 1과 기증

1913년 8월20일 방한
영국의 불교탄압 맞서
인도불교 부흥에 앞장
‘제2의 아소카’로 평가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마(1864~1933)

 


1913년 8월20일 일본 불교계 초청으로 한국 땅을 밟은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마(1864~1933)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불교 발상지인 인도에서 봤던 처참한 광경과 달리 1600여년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모습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사찰마다 불상이며 조각들이 정갈하게 봉안돼 있고 법당에서 기도하는 한국불자들의 신심에 다르마팔마는 감격했다. 그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심에 태국 국왕으로부터 받은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흔쾌히 한국불교계에 기증했다. 훗날 이 진신사리는 조계사로 옮겨져 현재까지 7층 사리탑에 봉안돼 있다.


다르마팔마는 영국 등 제국주의의 불교탄압에 맞서 평생 전법활동과 폐허가 된 인도불교 성지 회복운동을 펼치며 꺼져가는 인도불교의 불씨를 지피고자 노력한 인물이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지금도 스리랑카와 인도 등에서 인도불교부흥 운동의 선구자이며 제2의 아소카로 불리고 있다.


1864년 스리랑카의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다르마팔마가 본격적으로 불교부흥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873년 콜롬보 근교인 ‘파아나두라’에서 열린 대토론회 때문이었다. ‘파아나두라 대논쟁’으로 불리는 이 토론회는 스리랑카의 그나난다 스님이 당시 기독교 각 교파의 대표들과 교리 논쟁을 벌여 정연한 논리와 웅변으로 창조설과 영혼불멸론 등 기독교의 교리를 격파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 논쟁은 이후 스리랑카 불교 부흥운동의 촉매제가 됐고, 다르마팔마 역시 어린 나이였지만 불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다르마팔마는 1886년 그나난다 스님을 도왔던 미국 올코트 대령 등이 불교연구를 위해 설립한 신지학협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법활동에 나서게 됐다.


신지학협회에 가입한 이후 그의 활동은 눈부셨다. 불교포교와 자국민의 계몽을 위해 불교출판사와 불교신문사를 설립했고 마을 곳곳을 순회하며 강연 등을 통해 불교교리를 알려 나갔다. 그가 인도불교 성지 복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무렵이다.


1891년 1월 그는 우연히 부다가야를 찾았다가 처참하게 파괴된 인도불교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했다. 불상이 깨져 여기저기 버려져 있고 수백 년간 방치된 절터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으며 그는 ‘부처님성지를 복원하는데 생을 바칠 것’을 발원했다.


이후 마하보디협회를 설립한 그는 세계 불교국가를 찾아 불교성지의 비참함을 호소하며 복원을 위한 자금을 모금했다. 특히 그는 국제불교협회를 조직해 불교성지를 구입하는데 국제적 힘을 모을 것을 역설했으며 일본과 중국, 태국 등을 돌며 성지회복 운동의 간절함을 호소했다. 이렇게 모아진 자금으로 그는 인도와 스리랑카에 불교사원을 비롯해 수도원과 학교, 병원 등을 차례로 건립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활동은 1915년 감폴라에서 일어난 불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예상치 못한 갈등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종교적 배타성이 강했던 이슬람교도들이 행진하는 불교도들을 공격한 이 사건은 곧 전국적인 폭동으로 이어졌다. 불교부흥운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영국 통치자들은 이 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불교도를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당시 영향력 있는 불교지도자들이 대거 체포되는가하면 수많은 불자들을 모진 고문으로 죽임을 당했다. 다행히 다르마팔마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캘커타에서 붙잡혀 5년간 억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탄압에도 불교를 부흥시키겠다는 그의 원력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 기간 동안 인도정부를 설득해 사원을 건립하고 성지회복을 위한 모금활동도 진행하기도 했다. 캘커타에 다르마라지카 사원이 건립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노력 때문이었다.


평생을 전법활동과 인도불교성지 복원에 앞장섰던 다르마팔마. 그는 1933년 4월 부처님이 처음 설법했던 사르나트 녹야원에 설립한 물라간다쿠티 사원에서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인 열반경 독송 소리를 들으며 삶을 마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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