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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종풍 진작·범계행위 척결이 신뢰 첩경”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3.08.26 10:28
  • 수정 2013.08.30 11:17
  • 댓글 0

교계 오피니언리더가 선정한 차기 조계종 총무원장 7대 의제

투명하지 못한 사찰재정이
사유재산축적·승가빈부 초래


비구니 차별은 시대 역행
평등해야 종단 신뢰 제고


어린이 포교 외면 지속되면
불교 쇠퇴는 피할 수 없어

 

 

▲ 역대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불교 쇄신과 대사회 활동 강화 등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종단 지도자들이 대중들의 쇄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1. 수행종풍 진작


‘수행종풍 진작’은 조계종의 새 집행부가 구성될 때마다 내세웠던 핵심과제 중 하나였다. 실제 32대 총무원장이었던 지관 스님은 ‘결계와 포살을 통한 수행종풍확립’을 재임기간 내내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 역시 후보 때부터 수행풍토 조성에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의지부족과 제도미비로 정착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돼 왔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오피니언 리더들이 차기 집행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수행종풍 진작’을 꼽은 이유는 “승가의 위의는 수행에서 나온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수행자가 수행자답지 못하면 존경을 받을 수 없고 불교가 사회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행종풍 확립은 조계종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고, 나아가 불교가 대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한 응답자는 “최근 종단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수행의 문제로 직결된다”며 “스님들이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려 노력한다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대다수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행종풍 진작은 한국불교의 존폐를 결정한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다.

 

2. 범계행위 척결


지난해 장성 백양사에서 불거진 도박사건에 이어 최근 장주 스님의 폭로로 알려진 종단 고위층이 연루된 도박사건까지 스님들과 관련된 잇따른 추문으로 종단이 홍역을 앓고 있다. 그런가하면 선원장급 스님은 여성신도 성희롱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끊이질 않는 것은 “계율경시 풍토가 종단 전체에 만연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계율은 수행자가 반드시 익혀야 할 계정혜 삼학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계율경시 풍토가 만연되면서 계율을 하나의 속박으로 간주하거나 심지어 일정 수행단계에 이르면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면서 한국불교의 위상도 가파르게 실추되고 있다.


따라서 오피니언 리더들은 “스님들의 범계행위를 척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계행위를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응답자는 “스님들이 훌륭하면 부처님 법도 훌륭하게 보이고, 스님들이 시원치 않으면 부처님 법조차 가볍게 보인다’고 한 것처럼 스님 한 명 한 명의 처신이 매우 중요하다”며 “철저한 지계의 전통이 확립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3. 사찰재정 투명화


‘사찰재정 투명화’ 문제는 오랫동안 불교계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지적돼 오고는 했다. 사찰재정이 투명하지 않음으로써 주지 스님과 신도들 간의 벽이 생기고 이로 인해 은근한 불신의 골도 깊어졌다. 매월 들어오는 보시금과 관람료 수입이 얼마인지는 소수만 알고, 그로 인해 삼보정재가 올곧게 사용되지 못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했다. 2007년 서울 강남 봉은사가 신도들에게 재정을 공개하자 일반 언론들이 대대적인 보도를 하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총무원 집행부도 사찰재정 공개 및 사찰예산 회계법 도입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사찰재정 투명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이번 설문결과 상당수 응답자들이 차기 집행부의 당면과제로 ‘사찰재정 투명화’를 꼽은 것도 이러한 불교계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응답자들 역시 “재정 불투명이 사유재산 축적과 승가의 빈부격차를 초래한다” “사찰재정이 투명해질 때 불교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돈 문제가 깨끗해야 스님들이 청정해진다” “범계문제나 승려노후복지 문제해결도 사찰재정 투명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종단 활동도 활발해질 수 있는 동력이다” 등 의견을 제시했다.

 

4. 불교 대사회활동 강화


응답자들은 ‘불교 대사회활동 강화’를 대단히 중요한 의제로 꼽았다. 대체로 재가자들이 대사회활동의 중요성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일부 응답자의 경우 “종단 내부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사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대중에게 외면 받는 종교는 미래가 없다”는 경각심과 더불어, 종교가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불교가 가진 드높은 정신적 가치가 현대사회 곳곳에서 양산되는 갈등과 분쟁, 대립을 해소하는 동시에, 갈수록 깊어지는 중생들의 고통을 보듬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결국 “종교는 중생의 삶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종교가 사회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할 때 그 위상 또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한 응답자는 “10대 종교의 하나로 일컬어졌던 원불교가 최근에는 몇몇 사회적 현안에서 4대 종교에 포함될 정도로 급성장한 요인이 바로 끊임없는 대사회활동”이라며 “이러한 활동은 종교가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라고 전했다. 정치·사회적 현안과 각종 부조리한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약자들을 감싸는 것도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5. 종단내 비구니 역할 강화


‘종단 내 비구니 역할 강화’는 종단 내 성차별 문화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화두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종단 내 비구·비구니 차별은 여전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올 7월 열린 제194회 중앙종회에서는 ‘비구니 호계위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비구로 한정된 호계위원의 자격범위를 비구니까지 확대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이 일부 비구 스님들의 강한 반발로 부결되자 각계 불교단체들이 잇따라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설문에 참가한 응답자들은 비구니 역할 강화의 필요성을 성차별 해소의 당위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구니 스님들의 자질 그 자체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제를 선택한 응답자 대부분이 “비구니 스님들이 비구 스님에 비해 모범적이고 청정하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종단 내 비구니 스님들의 비중이 커지면 범계 문제를 비롯해 수행, 포교 등 여러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종단 내 비구니 역할 강화’는 종단 내 성차별 철폐를 넘어서 청정승단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응답자는 종단이 현재의 3원 체제에 비구니원을 더해 4원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6. 승려노후복지 확대


오피니언리더들이 ‘승려노후복지 확대’를 제34대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의 역점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출가자가 매년 감소하고 60세 이상 스님들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대한 보장이야말로 수행풍토 진작을 위한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제33대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2011년 3월 승려복지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2월 첫 수혜자를 배출시키는 등 승려노후복지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러나 수혜대상이 세납 65세 이상으로 한정돼 지원 폭이 넓지 않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은 시정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2013년 6월까지 12명의 스님만이 의료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혜대상 확대·지급절차 간소화와 더불어 승려노후복지 재원마련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4년 수행연금 시행을 앞두고 재정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욕적으로 시작한 승려복지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차기 집행부는 종단의 미래와 직결되는 승려노후복지의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7. 어린이·청소년 포교 활성화


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34대 조계종 집행부의 주요 의제 20개 가운데 어린이·청소년 포교 활성화를 주요 의제로 택했다. ‘시대적 사명’, ‘미래불교의 희망’ 등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지칭하는 수식어가 화석처럼 굳어버린 화두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었다.


그 동안 한국불교 미래는 어린이·청소년 포교 활성화에 방점이 찍히곤 했다. 일선 사찰 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점차 줄어들수록 신도는 물론 출가자 및 불교인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조계종은 종단 핵심과제로 어린이포교를 선정해 어린이포교단체협의회와 어린이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하고 포교콘텐츠 개발에 몰두해왔다. 어린이청소년전법중심도량 제도와 주지인사고과제도 도입을 비롯해 어린이법회 운영사찰에 대한 가산점도 부여했다. 불교스카우트나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등과 연계해 어린이청소년 포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이 연평균 30여곳이 늘었다.


그러나 주5일제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 전면 시행은 물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어린이·청소년 인구 감소, 지나친 학업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고조, 다문화가정 자녀 증가 등 포교 환경을 고려한 종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포교 활성화를 주요 의제로 꼽은 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 목소리로 “불교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불교적 가치관으로 자라날 때 개인 생활과 우리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권오영·최호승·송지희·김규보 기자

 

■ 설문에 참여한 오피니언리더(가나다 순)

고우(조계종 원로의원) 마가(한국마음치유협회장) 만초(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의장) 법산(아태불교문화연구원장) 수진(조계종 부산연합회장) 일운(비구니 중앙종회의원 회장) 일진(운문승가대학 학감) 정산(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지율(내성천지킴이) 퇴휴(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혜남(영축총림 율주) 스님.
김상인(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장) 김시열(불교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 김용표(한국불교학회장) 김종규(교단자정센터장) 박종린(불력회 지도법사) 박지연(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 배광식(국제포교사회 명예회장) 성태용(건국대 철학과 교수) 손석춘(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손혁재(수원시정연구원장) 심주완(조계종 원우회장) 이기흥(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이수덕(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 임희웅(조계종 포교사단장) 전준호(대한불교청년회장) 정경연(불교여성개발원장) 정웅기(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조성택(우리는선우 이사장) 조은수(불교학연구회장) 최용춘(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홍윤식(한국불교민속학회장)  (이상 3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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