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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토지는 ‘매각불가’가 원칙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3.08.26 15:06
  • 수정 2013.08.26 15:42
  • 댓글 0

많은 이들은 불교계의 토지가 이만큼이라도 보전된 것은 사찰재산의 처분에 관청의 허가를 요하는 일제시대 사찰령과 불교재산관리법 그리고, 1987년 이후의 전통사찰보존법 덕분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1911년 시행된 사찰령 제5조는 사찰의 재산을 매각할 때는 총독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총독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불교계의 재정권을 장악했습니다. 총독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사찰은 재산을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도 없고, 부채를 빌려 쓸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사찰 재산은 사찰령 시대로부터 거의 관 소유의 재산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임시정부는 국제연맹에 제출하기 위해 만든 문건에서 “사찰령은 사찰의 신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교계를 고사(枯死)시키려 하였고 사찰 재산을 관유화 함으로써 자유로운 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였다”라고 지적하면서 조선 승려를 박멸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 후 100년 가까운 세월동안 불교계는 대동소이한 법률 속에서 살았고 혹자는 이러한 법률 때문에 스님들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했다고 그 성과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놓고 보면 위와 같은 법률들은 관 주도로 사찰 토지를 개발·매각하거나 관청의 허가를 얻어 합법적으로 토지를 처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관청과 결탁하여 토지를 팔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였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토지제도의 근간은 일제시대 이래 개발주의의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통사찰의 사찰 토지 중 개발 가능성이 있는 토지들은 오랜 기간동안 헤아릴 수없을 만큼 많이 사라졌고 지금 남아 있는 토지는 그나마 사찰이 깔고 앉아 있어 보호되거나 다른 용도로는 쓸모가 없거나 다른 법률에 의하여 풍치가 보호되고 있는 토지입니다.


더군다나 1950년대 농지개혁과정에서 전통사찰은 대다수의 농지를 분배농지로 상실하였고 ,뒤늦게 이승만정권의 도움으로 사찰농지자경요령 등에 의하여 사찰의 농지 중 30%를 회수하였으나 그 와중에서 농민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관 주도의 사찰재산관리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오히려 사찰부동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희미해지게 되었습니다. 부산 백양산에 있는 선암사의 경우 불경하나마 전래되는 얘기로는 스님들이 고기잡이 배를 타고 받은 노임으로 한평 한평 경내지를 사모아 불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토지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수용되었고 100억원이 넘는 수용보상금은 결국 사용할 수도 없는 장례식장을 짓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강남 봉은사가 소유하고 있던 강남 코엑스 블록 전체와 한전 사옥 블록 전체를 매각한 금원이 중구의 11층 동국대 동문회관 건물을 사는 데 사용되고, 다시 이를 매각한 금원이 과거 견지동 총무원 4층 청사 건물을 짓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결국 지금은 청사를 허물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밀양 표충사의 땅이 무단으로 팔렸고 올해에는 화순 용암사의 부동산이 무단으로 매각되었습니다. 비록 무단은 아니지만 제주 보현사의 매각이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본사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 배운다면 사찰 부동산의 매각은 매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합니다. 되도록 매각하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본사의 사부대중과 종단의 지혜를 모아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김형남
누구도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매각이 아닌 이상, 과거 오랫동안의 파행적 역사를 통해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불교계의 재산은 결코 매각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금 이 시간 세워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신아법무법인 대표 김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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