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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눈물

기자명 법보신문

기쁨 주는 대상 잃으면
상실감에 젖어 눈물 나
사랑보다는 집착의 산물
집착서 ‘떠남’이 참 출가


사람의 감정 변화를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징조는 아마도 ‘눈물’일 것이다. 누군가가 울면 그 사람이 어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젖어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눈물은 슬퍼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허함, 분노, 절망 등의 다양한 감정에서도 비롯된다. 그리고 환희의 순간에도 눈물을 흘린다. 그렇지만 눈물의 대표는 슬픔, 상실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감정 외에도 눈에 질환이 있다거나 세찬 바람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다거나 할 때에도 눈물이 난다.


이 가운데 슬픔과 관련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리는 살면서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슬픔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재산의 상실, 질병으로 인한 자신감 혹은 건강의 상실, 어찌할 수 없는 재난과의 조우, 무상함에 대한 처절한 경험, 절대 고독으로의 침잠, 존재의 무의미에 대한 상념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슬픔은 대부분 ‘상실’을 키워드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그렇고, 재산이나 건강을 잃는 것도 그렇다. 무상함이나 무의미함, 고독함 역시 상실의 범주에 속한다. 나에게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상윳따 니까야’에 나오는 ‘눈물의 경(Assusutta)’은 죽음이라는 상실을 통해 흘리는 눈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경은 사람들이 무수한 윤회 속에서 흘린 눈물이 4대양의 물보다 많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눈물은 윤회라는 고통의 바다에 놓인 생명의 가혹한 현실을 빗댄 대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상실의 경험을 세분화해서 제시한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① 어머니의 죽음 ② 아버지의 죽음 ③ 형제의 죽음 ④ 자매의 죽음 ⑤ 아들의 죽음 ⑥ 딸의 죽음 ⑦ 친지의 죽음 ⑧ 재산의 상실 ⑨ 질병의 비참함의 경험 등 9가지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때문에 비탄에 빠져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 형제, 자매, 자식, 친지, 재산, 육체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에만 관심을 갖지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괴로움에는 애써 외면하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런다고 해서 괴로움이 찾아오지 않고 즐거움 속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가 처한 현실이 갖고 있는 한계상황에 대한 바른 인식이 없이는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바른 견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육체를 비롯한 모든 대상이 괴로움의 원인임을 알 때, 우리는 쓸데없는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모를,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그리고 그 사랑하는 대상과의 관계는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괴로움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눈물로 지새우는 어리석은 상황을 만들지 않게 된다.

 

▲이필원 박사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기약 없는 윤회 속에서 결국 비탄에 빠져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대상이 실은 고통과 고뇌의 원인임을 바로 알고, 그것들에 대해 집착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떠남’이 진정한 출가이며, 수행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그것이 바로 해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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