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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 지도자의 자질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5월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대학생 57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사회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1.2%가 한국사회에 ‘불만족 한다’고 응답했다. 불만족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치, 경제 분야의 자질 있는 지도자 부재’였다. 자질 있는 지도자와 함께 세상을 일구어가고 싶은 젊은이들의 갈망이 느껴지는 조사 결과이다. 이는 단지 정치권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종교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도 요즈음 지도자의 자질이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요 몇 년 사이 종단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대형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만큼, 실추된 불교의 위상을 회복하고 종단을 여법하게 이끌어 갈 지도자를 모든 불교도는 갈망하고 있다. 오는 10월에 있을 총무원장 선거에 불교도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34대 총무원장은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까? 조계종이라는 조직을 총괄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통찰력, 판단력, 조직관리 능력, 책임감, 리더십 등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계종이라는 종교 단체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종헌 제1장 제2조에서 ‘본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自覺覺他 覺行圓滿)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듯이, 조계종은 불교 단체이다. 따라서 총무원장이 하는 모든 일은 불교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길로 이어져야 한다. 설사 결과적으로 종단에 이익이 되었다 해도 만약 그것이 불교의 이념에 반하는 방법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그 가치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 한두 가지로 쉽게 정의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율장에 의하면 ‘청정’과 ‘화합’ 두 가지로 요약된다. 승가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지침이자 최종 목표이다. 이 두 가지가 실현될 때 승가는 영원히 존속하고 발전할 수 있다. 즉, 청정·화합 승가의 구현에 남다른 능력을 갖춘 자만이 승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능력은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경·율·론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해박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불교의 이념을 실현하는 안목과 판단력을 지닐 수 있겠는가. 특히 율장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강조되는데, 이는 범계 여부를 잘 구별하여 스스로도 올바르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도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악행을 멀리하고, 사소한 죄라도 범하는 것을 꺼리며, 악행을 저질렀을 때는 이를 내외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또한 참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율장에서는 모든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주요 덕목으로 지도자의 종교적 도덕성, 다시 말해 계율의 실천을 강조한다. 수행자로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분할 줄 알고, 이를 자타 모두 실행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 지도자가 될 때 그 승가의 청정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평소 여법한 가르침을 많이 접하여 이를 잘 지니는 한편, 명확하게 이를 표현함으로써 다른 이에게도 전달하여 진리로 이끌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한다. 이는 불교적 이념으로 표현한다면 ‘화합 능력’이 될 것이며, 다른 말로 하자면 ‘의사소통 능력’이 될 것이다.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법과 율에 비추어 나아갈 방향을 정하며, 이로 인해 승가 안에서 어떤 불필요한 잡음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능력이다.

 

▲이자랑 교수

다양한 현대사회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이른바 CEO형 총무원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조계종은 불교단체이다. 무엇보다 청정과 화합을 통해 종단을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를 갈망한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이지랑 연구교수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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