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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과 미타불 같은가?

기자명 법보신문

며칠 전 묘허 스님이 경기도 광주 대법사 법문에서 의미 있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아미타’를 ‘미타’로 쓰는 건 잘못이라는 게 스님의 요지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는 말씀이다.


‘아미타부처님’을 제대로 살피려면 ‘아미타유스 붓다(Amitayus Buddha)’, ‘아미타바 붓다(Amitabha Buddha)’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미타(mita)는 한정된, 셀 수 있는 의미를 갖는다. ‘아(A)’는 부정 접두어로 쓰였는데 이 경우 아(A)는 일반적으로 무(無. ~이 없는)나 비(非. ~이 아닌)로 해석된다.


따라서 아미타유스는 ‘수명(유스)이 한없는’ 무량수이고, 아미타바는 ‘빛(바)이 한없는’ 무량광이다. ‘아미타부처님’을 ‘무량수불(無量壽佛),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 해석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아미타불’에서 아(A)를 생략하고 ‘미타불’로 표기하면 ‘목숨이 한정 된 부처님’, ‘한정된 빛을 발하는 부처님’이 되고 만다. 그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는 셈이다. 그러니 아미타부처님 모신 전각을 ‘아미타전’이라 하지 않고 ‘미타전’이라 하면 이 역시 잘못 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묘허 스님의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 있다.


전통찻집을 ‘난야원(란야원. 蘭若院)’이라 명명한 곳도 꽤 많다. ‘난야’ 역시 범어 ‘아란야(阿蘭若. Aranya)’를 음사한 것이다. ‘란야’는 ‘호전(好戰)적인, 즐거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정 접두어 ‘아(A)’가 붙음으로써 ‘아란야’는 즐거움이나 싸움이 없는(여읜) ‘무쟁(無諍)뜻을 함축하게 된다. 그러기에 아란야주(阿蘭若住.Aranyaju), ‘아란야’를 수행하기 좋은 장소, ‘무쟁처(無諍處)’로 해석한다. 찻집 운영하시는 분이 ‘즐거움이 있는 찻집’이란 의미로 ‘난야원’이라 했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정처(寂靜處), 무쟁처(無諍處) 의미를 담은 수행거처에 ‘난야원’이란 현판을 달았다면 ‘한 소리’ 들을 만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딱히 주장할 바는 없지만 한 가지 유추해 볼 수는 있겠다.


아미타 신앙이 태동되거나 전파 될 무렵의 어느 시점부터 대중들은 ‘아미타’를 ‘미타’로 줄여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극소수의 ‘지식인’이 아니고서는 범어 상 부정 접두어로 쓰인 ‘아(A)’의 의미는 정확하게 몰랐을 것이다. 따라서 ‘아’의 의미는 놔둔 채 그냥 ‘미타’로 말하거나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타전’이라 현판을 단 사찰이나 ‘미타신앙’이란 제목의 논문이나 책을 출판한 기획자는 ‘제대로 모른다’는 핀잔을 들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불교 관련 사전 대부분은 ‘미타’를 ‘아미타’의 줄임말이라 적고 있다. ‘대일경(大日經)’을 비롯해 아미타부처님 관련 경전이나 논서에서도 아미타부처님 의미를 담은 ‘미타불(彌陀佛)’로 쓰인 사례는 많다. ‘난야’ 역시 국어사전을 펼쳐 보면 ‘한적한 수행처’라 소개되어 있다. 그러니 ‘미타’든 ‘난야’든 ‘줄임말’로 보면 만사형통이다. 그렇다 해도 속이 편치 않다. ‘한정된 빛을 발하시는 부처님’이란 의미의 ‘미타전’ 편액을 보면서 ‘무한한 빛을 내시는 부처님’을 떠올려야 하니 말이다. ‘다툼이 있는 곳’(난야)이라 쓰고 ‘다툼이 없는 곳(무쟁처)’이라 읽어야만 하는 이 불편한 진실, 불교계에서도 상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어사전이 잘못 됐다고 말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은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어느 학자가 이 점을 명확히 짚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미타가 왜 미타가 되었는지, 이 줄임말을 그대로 써도 되는 것인지 말이다. 언뜻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녹록치 않은 일이다. 학자의 시원한 해답은 기다려야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아미타불’, ‘아미타 신앙’, ‘아미타전’, ‘아난야’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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