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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시냇물

기자명 법보신문

시냇물 가두면 썩어
죽음은 자연의 이치
현대 생명의학 발전
인간의 욕망 부추겨

 

시냇물은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올바른 것이다. 시냇물이 흘러가지 못하면 그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며, 바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시냇물을 가두어 두려고 한다. 이른바 치수(治水)라고 하는 명목 하에 말이다. 물이 흘러가는 곳이 물길이 되는 것이며, 그것이 강이 되는 것이다. 그런 물의 흐름을 막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역 경전 중에 ‘중본기경’이란 경전이 있다. 이 경전의 ‘자애품’에 ‘시냇물’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사람의 죽음을 비유하는데 사용된다. 내용은 이러하다.


코살라국의 국왕인 파세나디왕이 부처님을 찾아뵈었는데, 그 얼굴이 매우 야위었다. 이에 그 연유를 묻자, 왕은 나라의 태부인의 죽음에 상심한 결과라고 말씀드렸다. 이에 부처님께서 형상을 받은 모든 중생은 늙은이거나 젊은이거나 세력가이거나 천한이거나 관계없이 누구나 꽃이 피면 지듯이, 과실이 익으면 떨어지듯이 죽을 수밖에 없음을 말씀하신다.


나아가 전륜성왕이든, 아라한이든, 심지어 여래이든 사람이 사는 세간에서는 목숨이 오래 머물지 못함을 다양한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시로써 다음과 같이 읊으셨다.


“마치 시냇물이 빠르게 흘러 내려가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如河流疾 往而不反),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아서, 가는 이는 돌아오지 못한다(人命如是, 逝者不還).”


사람의 목숨이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함은 자연의 이치이며, 그것이 올바른 것이다. 그런데 영생(永生)하고자 하면, 그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며, 바르지 못한 것이 된다. 영생을 꿈꾸는 순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우리는 치러야 한다. 그것은 고통이다. 죽음을 회피하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그 고통은 커진다. 흐르는 시냇물을 가두어 두려고 하려면, 많은 노력과 돈이 들지만, 결국은 시냇물을 가두어 두는 것은 실패하고 만다.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성공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포장하고, 선전하는 ‘자기기만’에 불과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유한한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해 좋은 약, 좋은 의료 장비, 좋은 의사를 옆에 두고 보살핌을 받지만, 그것은 잠시 동안의 위안을 줄 뿐이다. 나이가 들면 늙어야 하는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헛된 욕망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요즘은 나이 60대는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80은 넘어야 노인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보다 젊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자신의 몸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이것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의 차원을 넘어 20대나 30대의 젊음과 욕망을 누리고자 하기에 문제가 된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 측면은 간과되고, 심지어 의미부여가 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욕구의 실현이 중시되는 만큼, 도덕적 삶은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이필원 박사

부처님은 같은 경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길은 ‘도덕적 원리를 지키고(護所守), 마음을 제어하고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자신을 위태롭게 할 뿐이라고 경책하신다. 나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막을 수 없는 시냇물을 막으려 하는 것처럼, 내 자신을 위태로움에 빠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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