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과 불교의 역할
동물실험과 불교의 역할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3.09.17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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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반대는 세계적 추세
국내에선 오히려 확대 움직임
매년 3억 마리 고통 속에 죽어
하찮은 생명은 존재하지 않아

 

국회가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을 한다니, 선뜻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치료약 개발 목적 외에도 식품이나 화장품 등 여러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동물들은 새 화장품이 개발될 때마다 실험대상이 돼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이나 독성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실험대상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화장품 실험과정에서 눈이 짓무르고 피부가 벗겨지고 얼굴이 훼손된 숱한 동물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도 아닌, 미용이나 사치를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쏟아졌다. 국회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 마련에 나서는 것도 이런 달라진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들도 실험용 인조피부 개발 등 다양한 대안을 연구 중이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이미 화장품 동물실험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들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동물실험은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뤄진다. 신약 개발과 새로운 수술기법의 도입을 위해 동물실험은 가장 손쉬운, 효과 빠른 방법이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의약품 개발 동물실험도 반대하는 분위기다. 세계 8대 동물실험센터인 하버드대학이 올해 뉴잉글랜드동물영장류센터를 잠정폐쇄했다. 이런 이유로 서구에서는 동물대체실험방법 개발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전혀 딴판이다. 연세대학이 올해 4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안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동물보호협회, 동물사랑실천협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비인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에서도 반대서명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이들 단체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라고 밝히고 있다.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우리사회는 동물실험에 대해 관대하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득이한 일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이는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균을 투여 받은 동물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신약을 투약하는 과정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은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다. 이렇게 죽어가는 동물이 매년 3억 마리다. 부처님은 모든 생명의 특성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을 말씀하셨다.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하찮게 보이는 작은 생명들 때문이었다. 쟁기질에 죽어가는 벌레와 채찍을 맞아가며 일하는 소를 보며 느낀 연민이 결국 출가로 이어졌다. 부처님은 모든 생명은 연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사람은 모든 생명들의 해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김형규 부장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질병치료를 위한 동물실험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험에 쓰이는 동물이라 해도 고귀한 생명이다. 최대한 존중하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동물을 대신할 대체실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매에게 쫓긴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온 몸을 내놓으셨다. 모든 생명이 사람 목숨과 똑같은 무게로 존재함을 불자들만이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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