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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내가 만난 활불들-7

기자명 법보신문

티베탄들, 활불 앞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청해성 공항서 만난 활불은
젊다 못해 어리게 보일지경
함께 차타고 사원 도착하니
신자들 고개 숙인 채 맞이해

 

 

▲‘니종사’에서 활불의 시봉을 맡고 있는 라마승과 함께. 그는 자동차(車) 운전부터 식사 준비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너무 젊지 않나? 청해성(靑海省)의 한 공항에서 비밀스럽게(?) 접선 한 활불은 너무도 젊은, 죄송스럽지만 심지어 어리게 보였다. 그는 청해성 옥수티베트자치주(玉树藏族自治州)에 위치한 니종사(尼宗寺)의 책임자이자 환생자이다. 지도교수의 소개로 나는 이 분이 거주하시는 사원에서 2주간의 생활을 허락받았다. 공항 출구로 나오니 건장한 라마승 한명이 차를 미리 가지고 나와서 우리를 반겼다. 이 분도 전담 시봉이 있나보다. 2시간가량 산 넘고 물 건너, 오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차안에서 나는 활불과 시봉의 대화를 엿 들었다.(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어감과 얼굴표정을 주로 살피었음) 그리고 단순하고 척박한 티베트의 풍경(외경)을 보며 ‘이 사원에서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하는 기대감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에게도 몇 마디 건네주었으면 했는데 활불은 말씀이 없으시다. 나도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의 사원 생활이 평탄치 않음을 예감하며 ‘체력과 정신을 조율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조용히 있었다.


오손 웰즈(Orson Welles)가 “신이 지겨워 할까봐 나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반대다. 이런 적막한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나는 신의 귀찮음을 아랑곳 하지 않고 줄기차게 기도한다. “나에게 이곳에서 잘 버틸 수 있는 에너지와 정신을 달라”고 말이다. 어둑해질 무렵에야 사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뜻밖의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도로변에서 사원입구까지는 50미터 정도 되는데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지?’하고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보니 100여 명 정도의 티베트인들이 손에는 과일과 각종 채소를 들고 있고 어떤 이들은 아이를 안고 있었다. 활불의 지시로 차가 속도를 최대한 줄이며 창문을 여는 순간 그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지 않고 조아리고 있었다. 시봉을 드는 라마승에게 물어보니 일반 티베트인들은 활불을 감히 쳐다볼 수가 없고 어깨를 항상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가 멈추자 한 아이를 가슴에 고이 품은 아주머니가 황급히 다가오더니 얼굴도 들지 못하고 무어라 말한다. 활불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그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며 중얼거린다. 그 아이의 어미는 황망한 얼굴과 감동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런 식으로 사원입구까지 30여분이 더 걸렸다. 듣자하니 이들은 여기서 하루 종일 활불을 기다렸다고 한다. 놀랍기만 하다.


옥수티베트자치주(玉树藏族自治州)는 중국 청해성의 지급행정구로 성(省) 서남부에 위치하며 동쪽으로는 사천성과 접하며 동남 및 남부는 티베트자치구, 신강위구르자치구와 이웃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해서몽고족장족자치구(海西蒙古族藏族自治州), 동쪽으로는 고락장족자치주(果洛族藏族自治州)와 인접해있다. 지형적으로는 청남고원(靑南高原)에 위치하여 해발고도가 평균 3000m 이상이다. 호수, 소택(沼澤)이 많으며 장강(长江), 황하(黄河), 란창강(澜沧江)의 발원지이다.


행정구역을 살펴보면 옥수(玉树), 잡다(杂多), 칭다(称多), 지다(治多), 낭겸(囊謙), 곡마래(曲麻萊)의 6개 현(县)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면적은 18만8794k㎡, 인구는 2004년 기준으로 27만4789만 명이고 그 중에서 장족(藏族)이 26만2061만 명, 회족(回族)이 862명, 한족(族)이 1569명, 토족(土族)이 225명, 몽고족(蒙古族)이 36명으로 장족(티베트민족)의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옥수주(玉树州) 행정구획(行政区划)

행정구(行政区)

면적(k㎡)

인구(만명)

지방정부

소재지

민족

구성

镇(개)

乡(개)

옥수현(玉树县)

13,462

8

결고진(结古镇)

장족93%

 3

 5

잡다현(杂多县)

33,333

4

살호등진(萨呼藤镇)

장족98%

 1

 7

칭다현(称多县)

13,793

4

칭문진(称文镇)

장족97% 

 5

 2

지다현(治多县)

66.667

2

가길박락격진(加吉博洛格镇)

장족98%

 1

 5

낭겸현(囊謙县)

11,539

7

향달진(香达镇)

장족99%

 1

 9

곡마래현(曲麻萊县)

50,000

2

약개진(约改镇)

장족98%

1

 5

 

 

니종사는 6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티베트 백교의 지파 즐궁가쥐파(直貢噶舉派)의 사원이다. 사원은 구(舊)사원과 신(新)사원으로 나누어지는데 구 사원은 옥수자치주의 갈무향(歇武鄕)의 니종산(尼宗山)의 정상에 위치한다. 사원의 창시자는 즐궁가쥐파의 교주 지텐송공(覺巴·吉天頌恭)의 제자 뚜어줴닝포(多傑寧波)로 전해진다. 그는 출생지가 원래 옥수(玉樹)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 티베트자치구의 즐궁사원(直貢提寺)에 거주하다가 스승인 지텐송공에게 본 파의 교법을 전수받았다. 훗날 그는 청해성의 옥수지역으로 다시 수양의 근거지를 옮기고 사원을 건립하였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캉줴스’(康覺寺)다. 이 사원은 뚜어줴닝포가 건립한 최초의 사원인데 이 사원에서 걸출한 그의 제자 80인이 배출됐다. 그의 제자들은 모두 다 깨달음을 얻는 고승들이었고 옥수지역에서는 모두 존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강구(康區)지역에서 각자 80여개의 분파 사원을 건립하고 후진양성에 주력하였다. 니종사는 뚜어줴닝포가 건립한 두 번째 사원이다. 니종의 니(尼)는 ‘태양’을 의미하고 종(宗)은 ‘지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원은 ‘태양이 비추는 곳’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6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니종사는 해발 4000m의 고원에 위치했지만 2005년 중국정부의 경제적 보조로 산 아래로 내려와서 새롭게 신축되었다. 그런데 사원의 이전(遷寺)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현 사원의 책임자인 쒀바(索巴)활불이 인도 법회에 참석하러갔다가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활불[직공철찬법왕. 直貢澈贊法王]에게 사원의 이전여부와 위치를 여쭈었더니 산 아래의 한 장소를 지정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후 라싸에 거주하던 또 다른 활불[직공경찬법왕. 直貢瓊贊法王]이 니종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쒀바활불은 또 다시 사원의 이전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활불 역시 같은 지점을 지정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쒀바활불은 사원의 이주를 현재의 위치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니종사는 역대로 4명의 활불이 전세(轉世)되어 계승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1)니종적천(尼宗赤千) (2)니종적경(尼宗赤瓊) (3)니종소천(尼宗蘇千) (4)니종소경(尼宗蘇瓊) 등이다. 이 중 니종소천의 활불계열은 여전히 이 사원에서 전세되고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쒀바활불이 소천의 전세활불로 인정되어 사원을 책임지고 있었다.


밤이 어둑해서야 사원에 도착했다. 나는 항상 그랬듯이 비어있는 라마승의 방을 원했다. 2인 1실의 방을 배정받았는데 방주인인 라마승이 사천의 오명불학원(五明佛院)에 공부하러 가는 바람에 나는 독방을 차지하게 되었다. 오명불학원은 쓰촨(四川)과 칭하이(靑海)가 만나는 지점, 써다(色達)현에 있는 티베트 최고의 불교학원이다. 짐을 풀고 따뜻한 티베트 차(藏茶)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라마승 한 분이 오시더니 여기서는 저녁 먹는 사람은 없는데 혹시 원하면 만두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신다. 아, 고맙고 감사해라. 그런데 나는 웃으면서 사양했다. “사실 나도 저녁은 금식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한 이유는 여기서 지내는 동안 저녁은 굶고 이들과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말은 이미 멋지게 뱉었는데 당장 오늘 밤부터 굶주린 배를 어찌 부여잡고 밤을 보낼까. (계속)


심혁주 한림대 연구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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