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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숲속의 코끼리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 살아가는데 있어
선한 벗은 더 없이 중요
악함 가까이 하려거든
차라리 홀로 나아가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이 질문에는 사람마다 답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만약 생존을 가장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연히 생존과 관련된 의식주를 꼽을 것이다. 부나 명예, 권력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부처님은 어떠하셨을까. 부처님은 생존은 동물에게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기에 그것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전을 읽다보면, 부처님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벗, 그리고 좋은 스승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화합’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다. 그래서 부처님의 제자들을 ‘화합중(和合衆)’이라고도 한다.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고, 조그마한 이익에 얽매어 싸움에 몰두하는 자들은 결단코 부처님의 제자, 즉 화합중이 될 수 없다. 만약 그러한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단지 겉모습만 부처님의 제자인, 가짜 제자인 것이다.


또한 나아가, 좋은 스승과 벗은 도(道)를 구하는데 있어 전부라고도 하신다. 우리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데 좋은 스승과 벗을 만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 달리 필요한 것이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는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맛지마 니까야’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전한다. “만약 그대들이 현명한 벗을, 함께 행하면서 성실하게 생활하는 견고한 벗을 얻는다면,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서, 기뻐하면서 자각을 갖추고 그와 함께 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벗을 얻지 못한다면, 숲속에 있는 코끼리처럼(ma- tan. garan~n~eva) 홀로 가라(eko care)”라는 가르침이 나온다.


사람을 사귄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두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친구 중에는 이익을 주는 자, 해를 끼치는 자, 기쁨을 주는 자, 괴로움을 주는 자, 그리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들처럼 다양하다. 그런데 적어도 우리는 해를 끼치거나, 괴로움을 주는 자를 친구로 두어서는 안된다. 만약 그러한 자가 주위에 있다면, 그와 어울리지 말고 차라리 홀로 가라는 것이다.


사람은 악에는 쉽게 물들게 된다. 하지만 선에 물들기란 참으로 어렵다. 우리가 돈을 쓰는 것은 쉽지만, 돈을 버는 것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식은 쉬운 길이다. 하지만 욕구를 제어하고, 바른 방향으로 발산시키는 것은 꽤나 힘든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좋은 벗이 옆에 있다면, 이 모든 일이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악한 벗이 옆에 있다면, 욕망을 따라가는 노예가 될지언정, 욕망을 제어하고 바른 방향으로 발산시키는 일은 요원하게 된다. 그래서 악한 벗과 같이 있기 보다는 차라리, ‘기꺼이’ 홀로 가라는 것이다.

 

▲이필원 박사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가려서 사귀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물건은 쓰다가 버리거나 고칠 수 있지만, 잘못된 친구와의 교류는 나의 인생을 망가뜨려버리고 만다. 그렇게 망가진 인생은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 좋은 친구의 장점을 보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좋은 스승의 삶을 따라하는 것에서 나의 삶도 스승의 삶을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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