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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균형발전 염원 반영…선거후유증 대안은 ‘포용’

  • 교계
  • 입력 2013.10.14 15:30
  • 수정 2013.10.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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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총무원장 연임 의미와 과제

개혁 종단 출범 후 첫 연임
전국 선거인단 고른 지지로
승려복지 등 주요사업 탄력
자성·쇄신결사 새롭게 추진


‘논공행상’식 인사서 벗어난
능력 위주 인사시스템 절실
상대측 진영 인사 배제안돼
엄정한 종법질서 확립 관건

 

 

▲자승 스님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자승 스님은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첫 연임 총무원장이 됐다. 역사를 거슬러 1962년 통합종단 조계종 출범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재임을 이룬 총무원장은 경산(3대·9대), 영암(4대·11대), 청담(6대·7대) 석주(15대·23대), 의현(25대·26대), 월주(17대·28대)스님까지 6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연임은 청담 스님과 의현 스님 뿐이었으며, 4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연임한 총무원장은 의현 스님이 유일했다. 그만큼 총무원장 연임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했다.


자승 스님 역시 상대 후보였던 보선 스님의 선전과 선거 막판 불거진 잇단 악재로 고전했다. 그러나 자승 스님은 치밀한 조직력으로 당초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50표차로 수월하게 이겼다.


선거결과로만 보면 자승 스님은 전국의 선거인단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선거대책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승 스님은 전체 24개 교구본사 선거인단 가운데 최소 14개 교구본사에서 몰표 내지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고, 3개 교구본사에서 대등한 지지를 받았다. 열세는 7개 교구본사에 그쳤다.


이 같은 고른 지지는 자승 스님이 선거기간 내세운 ‘교구분권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교구의 재산관리권을 비롯해 말사주지 인사권도 교구본사로 이관하겠다는 종책은 교구본사 주지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자승 스님의 연임은 종무행정의 연속성 보장과 개혁 종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4년간 자승 스님이 추진했던 승려노후복지와 승가교육 개혁, 주지인사고과제, 한국불교세계화 등 주요 종책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또 미완의 성과로 꼽히는 자성과 쇄신 결사도 어떤 방식으로든 새롭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승 스님의 연임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종단 내부의 갈등 등 선거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가 34대 집행부가 풀어야할 최대 숙제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자승 스님이 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될 당시와 지금은 출발부터 다른 상황이다. 2009년 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될 때 자승 스님은 사실상 선거가 아닌 추대로 이뤄졌다. 비록 몇몇 스님의 출마로 선거가 진행되긴 했지만 자승 스님은 모든 종책모임의 합의에 따라 후보로 추대되면서 특별한 선거 후유증은 겪지 않았다.


그러나 8년 만에 재연된 유력 후보간의 대결로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은 선거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야 했다. 특히 검증이라는 이유로 양측 모두 앞 다퉈 상대후보 ‘흠집내기’에 나서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런 까닭에 선거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34대 총무원 집행부가 종단의 혼란을 막고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포용’의 미덕을 내세워야 한다는 게 종단 안팎의 주문이다. 비록 상대진영에 있었던 스님이라도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종단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대후보가 제시한 바람직한 종책은 겸허히 수용해 함께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34대 집행부의 성공여부를 결정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런 풍토 조성을 위해서는 우선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33대 집행부 당시부터 불거졌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논공행상’이 아닌 능력과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인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엄정한 종법 질서를 확립하는 것도 자승 스님이 33대 집행부에서 겪었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임기간 동안 숱한 긍정적인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자승 스님에 대한 종단 안팎의 평가는 냉정했다. 물론 지난해 백양사에서 불거진 승풍실추 사건에 대한 책임론과 더불어 과거 행적에 대한 잇따른 의혹제기가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승 스님에게 쏟아졌던 비판은 측근들의 부정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조사하고 엄격하게 법집행을 적용하지 못한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자승 스님이 33대 집행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측근 인사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실추된 불교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대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불교적 가치가 담긴 적절한 대안 마련에 나서는 것도 34대 집행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10월31일이면 34대 총무원 집행부가 새롭게 출발한다. 33대에 이어 34대 총무원 집행부를 이끄는 자승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훗날 한국불교의 백년대계를 구축한 일꾼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 34대 총무원 집행부의 성공 여부는 오로지 자승 스님의 의지에 달려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이후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수선 안거를 하고, 수원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하며 수행과 가람수호, 포교원력을 실천했다.


스님은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역임하며 종무행정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어 제10·12·13·14대 종회의원으로서 종단 운영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전개했으며 특히 제14대 전반기 종회의장을 맡아 종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활동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 활동을 활발히 지원하면서 중앙종회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해 청정한 수행풍토 조성을 위한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을 펼쳐 한국불교의 위상을 제고했다. 시대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승가교육체계를 개편했으며, 수행환경 기반 조성을 위해 종단 역사상 처음으로 승려노후복지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특히 용산참사·한진중공업·쌍용차 문제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극단적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2013년 10월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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