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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아직 이른가

다소 길어 보였던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교단 내 일이라 하지만 선거는 선거이기에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하루라도 빨리 추슬러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선거 중 제기됐던 온갖 잡음이 사라지고 여법해진다.


선거 과정에서 일어 난 일을 현 시점에서 재론한다는 게 그리 내키진 않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조계종이 합의추대나 직선제로 선회하지 않고 현 방식의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 형태의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321명의 선거인단은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본사 각 10명을 포함한 240명으로 구성된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 전제가 필요하다. 선거인단이 대중 민심을 반영해 투표해야 한다는 것. 민심을 도외시 한 개인 이익과 문중, 계파 간의 이해관계에만 치중 해 선거가 치러진다면 결국 321명의 선거전일 뿐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각 교구본사 주지는 총무원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교구에서 주지를 선출한다 하지만 종법 상 어디까지나 추천이고 임명은 주지가 한다. 따라서 본사주지는 선거인단을 구성함에 있어 ‘친 주지 파’ 인물을 대거 포함시키려 한다. 원칙적으로는 비판 받을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연한 처사라 할 수도 있다.


본사마다 다르겠지만 친주지파 선거인단이 구성됐을 경우 주지 스님의 영향력에 따라 80%를 전후한 표를 한 후보에 밀어 줄 수 있다. 여기에 중앙종회 각 계파의 수장과 핵심인물의 지지성향에 따라 그 계파의 표가 한 인물에 몰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321명의 선거전도 아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의 간선제 보다는 ‘합의추대’가 나아 보인다. 적어도 근거 없는 비방은 난무하지 않을 것 아닌가. 추대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함구하면 위법, 금권, 혼탁, 승복여부 등의 불미스러운 말들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을 것이다. 종단을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 과정에서 승가위상이 추락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합의추대는 전근대적이다. 애써 조계종이 ‘민주주의 꽃’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대중과 함께하는 불교를 지향하겠다는 뜻의 다름 아니었다. 일각에서 전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일이지, 선거를 내칠 건 아니’라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 있다.


그렇다면 직선제가 맞다. ‘선거 바람을 종단 전체에 불게 할 것’이라는 염려가 대두되지만 종도들의 뜻을 가장 올곧게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다. ‘직선제 총무원장’이 갖는 상징의미도 크다. 말 그대로 전 종도의 뜻이 모여 선출된 총무원장이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흔들 수 없다. 비록 대통령이라 해도 말이다.


인물 중심의 선거를 종책선거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현 간선제의 난점 중 하나는 ‘인물만 있고 종책은 뒷전’이라는 점이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종책선거가 무르 익어갈 것이라 하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종책이 실종되면 종단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문화재 종단’, ‘박물관 불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직선제가 답인 듯 보이지만 역시 최대 걸림돌은 종단 전체에 분 선거바람이 파생시킬 후유증이다. 간선제 선거 후의 후유증도 감당키 어려운 시점에서 직선제가 아직 이르다고 보는 건 이 때문이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종단개혁 2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다시 한 번 깊게 논의해 보아야 한다. 그 첫 걸음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간선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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