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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바다

기자명 법보신문

여러 강이 흘러 모여도
오직 하나 바다로 귀결
간화선·위빠사나 등
여러 수행도 열반 추구

 

경전 속에 나타나는 비유는 자연에 빗댄 표현이 유난히 많다. 이유는 인간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일부이며, 자연은 누구나 익히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경전 속에서 볼 수 있는 비유적 표현들은 당시 사람들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 혹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을 비유로 나타내고 있다. 그 많은 비유 가운데, 잘 알려져 있고 유명한 비유의 하나가 ‘바다’이다.


경전에서 바다의 비유는 무차별, 평등을 의미하는 경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즉 사회적 계급이나 신분이 달라도, 부의 정도가 달라도, 이념이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는 순간 모든 차별은 사라지고, 오로지 승가의 일원이 될 뿐이라는 것을 바다에 비유하고 있다. 강의 이름이 모두 달라도 그 강이 바다로 흘러가면, 강의 이름은 잃어버리고 단지 바다로 불릴 뿐인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전에서는 또 다른 가르침을 위해 바다라는 비유를 사용한다. ‘상윳따 니까야’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전한다. “어떤 강이든, 예를 들어 갠지스 강, 야무나 강, 아찌라바띠 강, 싸라부 강, 마히 강이든 그들 모든 강은 바다로 향하고, 바다로 나아가고, 바다로 들어간다. 비구들이여,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을 닦고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을 익히면, 이와 같이 비구는 열반으로 향하고 열반으로 나아가고, 열반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말하는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란 바로 팔정도(八正道)를 말한다. 팔정도란 바로 열반으로 이끄는 여덟 가지 바른 방법으로써, 그 각각은 모두 열반을 목적으로 향하고 있는 것임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갠지스 강, 야무나 강 등이 바다로 향하고, 바다로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렇듯 열반을 목적으로 하고, 열반으로 이끄는 팔정도는 어떻게 닦을 수 있을까. 그것은 탐진치(貪瞋癡)의 소멸을 추구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전에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제거를 궁극으로 하고 팔정도를 닦는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는 탐진치 삼독에 물든 마음으로는 팔정도를 닦을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탐진치 삼독의 소멸은 곧 열반이기에 이미 목적을 성취한 것이 되는데, 열반을 목적으로 하는 팔정도를 닦는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기서 탐진치의 소멸을 궁극으로 한다는 것은 그것을 목적으로 마음을 향한다는 의미이다. 탐욕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마음으로 팔정도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탐진치를 제거하는 것 따로, 팔정도 수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행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것은 것이며, 모두 하나의 목적으로 향하는 것인 셈이다.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가듯, 모든 수행은 열반으로 향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수행이 보다 수승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강이 더 뛰어나고 훌륭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힘차고 역동적으로 흐르는 강물이나,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이나 그 나름의 특색이 있는 것이며, 종국에 바다에 도달하면 그저 바다가 될 뿐이다.

▲이필원 박사

이와 마찬가지로 염불을 하든, 위빠사나를 하든, 간화선을 하든, 사경을 하든, 다라니를 하든 그것은 각각 그 자체로 훌륭하고, 뛰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한결 같이 열반으로 이끄는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별하고 편 가르고, 질투하는 것과 같은 마음을 버리면 열반의 바다에 도착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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