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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낙산사에서 길을 묻다]1.

  • 법공양
  • 입력 2013.10.17 13:49
  • 수정 2013.12.26 12:54
  • 댓글 3

지역 복지 구심 형성 불교 미래 다진다

1. 이웃 복지가 미래다
2. 포교, 함께하는 이웃되기
3. 꿈이 이루어지는 홍련암
4. 불사는 희망 만들기
5. 이제 문화가 중심이다

 

19세기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그 기반으로 삼고 있는 종교의 질에 의해 결정난다”며 일찍이 서구문명의 대안으로 불교를 손꼽은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승불교의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한국불교의 현실은 어떤가. 불교의 미래를 양산하는 포교 활동은 타종교의 공격적 선교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어린이·청소년층에 대한 포교 전략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보듬는 복지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나 그 성과는 타종교계와 민간단체들의 활동과 비교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수많은 문화재를 비롯해 수 천 년 역사 속에 쌓아올린 불교문화 콘텐츠는 21세기 문화 창출의 보고로 손꼽히고 있으나 이에 대한 활용도 아직은 구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불교는 미래 정신문명의 중심이 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05년 발생한 화재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제는 전 국민의 희망도량이자 힐링도량으로 우뚝 선 강원도 양양 낙산사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기도정진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복지, 포교, 문화 창출의 중심도량으로 거듭난 낙산사를 통해 미래 사회의 중심이 될 불교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005년 화재 발생 후
복원 보다 복지 우선

고령화 지역 특색 맞춰
노인요양시설 등 확충

어린이·청소년 계층엔
지속적 지원 관심으로
지역인재·미래불자 양성

“도량 천년 지킬 기반은
인재 불사에서 시작된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중증질환 어르신들의 생활시설인 낙산요양원과 주간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낙산노인복지센터.

 

 

2005년 낙산사를 전소시킨 화재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남을 듯 했다. 그러나 2013년 낙산사에서는 더 이상 화마의 상처를 찾아볼 수 없다. 도량을 복원하며 흘린 굵은 땀방울이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가 되어 양양군에 자비의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 이제 단단히 뿌리내린 거목으로 자라났기 때문이다. 상처의 치유는 도량 복원 보다 주민들의 마음에 대한 힐링, 이웃을 보듬는 복지활동에서부터 시작됐다.

낙산사는 도량 복원이라는 대작불사의 첫 삽을 들며 도량 가득 쌓여있던 잿더미를 미쳐 다 걷어 내기도 전에 화재로 상처 입은 양양군민의 마음을 보듬는 복지 불사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양양군 일대를 휩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복구활동을 돕는 자원봉사와 청소년 장학 사업이었다. 이재민 160여 가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농산물상품권을 전달하고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들에게는 낙산사 산하 노인요양시설을 임시거처로 제공했다. 동시에 낙산사에서도 사찰 관람료를 폐지하고 무료 국수 공양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낙산사의 마음은 상처의 고통으로 단단하게 옹이져있던 주민들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약사여래의 손이 되었다.

 

 

 

낙산사의 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량 복원이 본격화되면서 사찰의 모든 역량이 집중돼 지역복지 활동까지 펼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도량복원보다 복지 불사를 1순위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전체 군민수가 3만여 명이 채 되지 않는 양양군은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율이 전체 군민의 17%에 육박할 만큼 노인인구의 규모가 컸다. 이러한 지역 환경에 맞춰 낙산사의 복지활동은 노년층 보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5년 낙산노인전문요양원을 개원한 낙산사 측은 강원도 화재 직후인 2005년10월 낙산사복지재단(2012년 무산복지재단으로 명칭 변경)을 설립 본격적인 복지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치매,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낮 시간 동안 보살피는 낙산주간보호센터를 확장하고 2007년엔 실비노인전문요양원인 상락원을 개원했다. 또 같은 해 양양군문화복지회관에 무료급식소를 열고 하루 평균 25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했다.

 

무료급식 사업은 이후 점차 확대돼 지난 여름 낙산사에서는 양양군 1개읍 5개면에서 3000명의 어르신에게 여름 무더위를 이겨낼 삼계탕을 공양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각 마을 부녀회, 청년회, 자율방범대를 비롯해 공무원들까지 동참, 회주 정념 스님과 함께 직접 음식을 나누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가는 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0년 양양군으로 부터 위탁 받은 양양군노인복지관에서는 노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낙산사의 다양한 노인복지 활동 역량에 힘입어 2010년 낙산복지재단은 양양군노인복지관 수탁운영자로 선정되고 곧이어 양양시니어클럽을 위탁 운영하게 돼 지역 노인복지활동의 명실상부한 중심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낙산사의 복지활동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복지에만 머물지 않았다. 노인계층과 함께 양양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청소년계층에 대한 복지활동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07년 낙산유치원을 신축, 턱없이 부족한 지역의 어린이·유아 교육 시설을 보완, 양양 지역의 미래를 위한 본격적인 교육 불사가 시작 된 것. 낙산사 측은 2008년 낙산유치원 맞은편에 4630㎡(1400여 평)의 부지를 매입, 양양군 청소년들의 문화중심 공간이 될 무산오현문화센터의 터전을 마련하고 2009년 무산지역아동센터와 부설 의상도서관을 개원해 지역 청소년 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낙산유치원을 비롯해 청소년공부방과 도서관, 방과 후 교실 등이 집결된 무산오현문화센터는 양양군 인재 양성의 요람이자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불심의 씨앗을 심어 한국불교의 미래를 짊어질 새싹불자 양성의 터전이 되었다. 이후에도 낙산사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매년 어린이날에는 동화책과 손목시계 등을 선물하는 등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풀뿌리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이 같은 지역 복지사업에는 낙산사의 총력이 기울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낙산사는 2005년 이후 매년 사찰 경상비 예산의 50% 가량을 복지-포교 비용으로 책정하는 등 사중의 모든 여력을 복지에 쏟아 붇는 파격적인 예산 편성을 단행했다. 문화재 관람료 폐지, 무료급식 실시 등은 사찰이 도량복원을 이유로 ‘수익사업’을 늘이기보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확대함으로써 도량복원의 원동력을 지역주민들의 정서적 지원에서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불교계에 시사 하는바가 매우 크다.

2007년 무산오현문화센터 신축을 추진한 당시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의 인터뷰는 이러한 혜안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낙산사 복원 불사는 수 년 안에 마무리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아픈 상처를 지금 보듬지 않는다면 낙산사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도량이 여법하게 복원된 후에도 지역주민들로부터 낙산사를 아끼고 지켜주는 마음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낙산사가 추석을 맞아 지역 어르신들에게 대접한 무료 점심 식사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는 회주 정념 스님.

 


사찰이 복지사업을 기반으로 지역 공동체의 중심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불교의 미래를 담보하는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길임을 낙산사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낙산사의 복지사업은 설악산 신흥사 조실이신 무산 오현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며 공을 돌린 정념 스님은 “만해축전을 통해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시는 등 평소 지역에 기반한 사찰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신 큰스님의 원력이 낙산사를 통해 실현 된 것”이라며 “전국에 3000여 개에 달하는 조계종 사찰들이 각각의 지역 특색과 사중의 형편에 맞는 복지활동을 펼치고 그를 통해 1년에 단 1명이라도 불자를 양산해 낸다면 조계종은 매년 3000여 명의 불자 인재를 확보해 나갈 수 있고 이것이야 말로  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첩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자 인재 양성이라는 화두를 들고  탁상공론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이라도 지역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 복지 불사를 시작하는 것이 불교의 내일을 단단하게 가꾸어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 이라는 정념 스님의 지적은 불교가 미래사회 정신문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사상가들의 관측을 현실로 일구어 가는 가장 분명한 길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불교계가 집중해야 할 또 하나의 정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치매·중풍 어르신들의 은빛 보금자리

 

낙산요양원·노인복지센터

 

치매·중풍 등 노인성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편안한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낙산요양원(2013년 낙산사 상락원에서 명칭 변경)은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 시설이다. 2011년 장기요양기관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될 만큼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쾌적한 생활공간을 갖추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도 첫 손에 꼽히는 요양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한 만큼 지역 주민들의 선호도 높아 정원 108명 가운데 현재 100명의 어르신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이유는 지역사회의 인구 규모가 작다보니 어르신 2.5명당 1명씩 배치되는 요양보호사를 구하기가 힘들어서다. 그럼에도 이곳 낙산요양원에 입소하기 위해 기꺼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낙산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높은 신뢰,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단연 최고를 자랑하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낙산요양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치매·중풍 어르신을 단순히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업치료, 시장나들이,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인 의료복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와 함께 낙산노인복지센터는 낮 시간 동안 가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중증 질환 어르신들을 보호하며 각종 서비스를 제공, 어르신 뿐 아니라 가족 및 친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낙산요양원과 더불어 양양군 노인복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행복한 노년 ‘브라보 실버’의 요람

 

 

양양군노인복지관

 

2010년 양양군으로부터 위탁받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양양군노인복지관은 지역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양양군 대표 노인복지 시설이다.

영어·일본어·중국어 회화 등을 지도하는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정보화 교육, 댄스스포츠, 노래교실, 사진반 등의 취미교육까지 행복한 노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여가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동복지관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아직도 화를 참으십니까’ 프로그램은 군내의 경로당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각종 강연과 상담을 병행, 보건복지부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독거노인 등에게 밑반찬을 배달하는 도시락 배달 서비스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비의 손길을 내미는 찾아가는 복지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지역에 꼭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양양군노인복지관은 올해 11월2일 연탄 나눔 발대식을 갖고 양양군의 추천을 받아 겨울 난방용 연탄이 필요한 지역 주민들에게 연탄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420가구에 100장 씩의 연탄을 나눈데 이어 올해는 낙산사에서 신도들의 동참으로 100일간 매일 108배를 하며 하루 100원 이상씩의 동참금을 모아 연탄 나누기 성금으로 사용하는 십시일반 정진도 이어지고 있어 신도들이 동참하는 지역복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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