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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함·역동성 공존하는 한국산사 다시 보고 싶다”

스리랑카 승가학교 학인 첫 한국 방문 현장

절과 자연 어우러진 불국사
풍광에 ‘완벽 조화’ 감탄
36만 신도 삼광사에 ‘압도’
촛불들며 평등한 세상 염원


안동 용수사서 승무에 ‘푹’
한중일 삼국 차맛 이색체험


다종교 지탱할 불교 힘이
세계평화 이끌 원동력 확신
이재성 이사장 내년에도 초청
“원력 세웠으니 인연 닿을 것”

 

 

▲부산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이 소마난다 스님과 김효율 한국·스리랑카 불교우호협회장에게 삼광사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아름답다. 여기가 극락이다!”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스리랑카 학인들은 경주 불국사가 펼쳐 보인 장관에 압도된 듯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구품연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도 연못과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며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네팔에서 스리랑카로 유학 온 마하리잔 스님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네팔과 스리랑카 사원과는 다른 특별한 영적 에너지가 사원 곳곳에 배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마하리잔 스님은 청운·백운교에 앞에서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돌다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저 너머에 부처님이 계시다니,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신라인의 염원과 이상, 예술혼의 결정체라는 다보탑 앞에 섰다. 감탄을 넘은 환희심이 밀려왔던 것일까? 스님은 말없이 합장한다. “섬세한 선이 흐르는 다보탑은 한국 탑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김효율 한국·스리랑카 불교우호협회장의 설명에 누가 이끈 것도 아닌데 대중은 탑 주위를 돌며 합장한다.

 

 

▲김효율 회장이 다보탑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스리랑카 승가대학 학인 10명이 한국을 찾았다. 스리랑카 승가학교는 싱할리어로 ‘삐리웨나(Pirivena)’, 팔리어 ‘빠리웨나(Parivena)'에서 유래됐다. 정식 대학으로 승격한 삐리웨나와 사원 교육 체계의 삐리웨나가 있는데 한국의 중앙승가대와 강원을 연상하면 된다. 강원 격에 해당하는 삐리웨나 교육과정은 초등, 고등, 전문으로 나뉘고 각각의 삐리웨나가 학인들의 교육을 담당하며 초등 과정 305개, 고등과정 111개, 전문과정 47개 등 총 463개의 삐리웨나가 있다.


5년간의 초등과정에서는 사원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의식을 비롯해 교리를 비롯해 팔리어, 산스크리트어, 영어 등의 외국어와 과학, 수학, 역사, 지리 등의 기본 소양을 공부한다. 한국을 방문한 스님들은 초등과정 졸업 후 치르는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10명의 사미승이다. 스리랑카 학인 스님들이 자국 내 교육부 인가를 거쳐 단체로 한국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 그 인연은 아누라다푸라 대통령궁에 ‘평화의 아미타부처님’ 봉안에서 시작됐다.


한국·스리랑카 불교우호협회 이재성 회장과 김효율 회장은 스리랑카 대통령궁에 세계의 불상이 봉안돼 있지만 한국 불상은 모셔져 있지 않다는 전언을 듣고 한국에서 부처님을 조성 해 지난 6월 마힌다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한국과 스리랑카의 분단과 내전종식, 그리고 세계 평화의 염원이 담긴 부처님이었다.


당시 이재성 이사장과 김효율 회장은 스리랑카 마힌다 대통령 특별보좌관(교육부) 소임을 맡고 있는 소마난다 스님과 대통령 특별보좌관 프리얀타를 만났다. 소마난다 스님은 이재성 회장에게 “학인들에게 한국의 정신문화 정수가 담긴 불교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학인 스님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싶은 소망이었다. 10여년 전부터 한국방문을 추진 해 보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는 말에 이재성 회장은 그 자리에서 원력을 세우고 한국방문을 약속했다.


소마난다 스님과 프리얀타는 이번 10명의 학인 스님 방문단 인솔책임을 맡았다. 프리얀타는 “학인 방문단이 떠나기 직전 마힌다 대통령이 직접 학인 스님들에게 비행기표와 여비를 전달해 주었다”며 “시작한 공부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의미로 영어 사전을 스님들에게 선물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에 대통령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메시지다. 수리 문제로 석가탑을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을 뒤로하며 한국 사찰 템플스테이 체험 차 신도 36만의 부산 삼광사로 향했다.

 

 

▲이재성 이사장은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에게 템플스테이 초청의 감사 뜻으로 천연옥을 선물했다.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은 대중 100여명과 함께 스리랑카 한국방문단을 따듯하게 맞았다. 만찬 자리에서 전한 무원 스님의 축사가 방문단을 감동시켰다.


“스리랑카는 부처님 말씀을 인류역사상 처음 문자로 기록한 불교나라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문화와 전통을 그 어느 나라보다 잘 간직해 왔기에 자국 불교발전 뿐 아니라 세계 불교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오늘 자리한 스님들이 세계불교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기 바랍니다.”


무원 스님을 비롯한 삼광사 대중과 함께 방문단은 ‘글로벌 친구 인연맺기’에 동참한 어린이들과 오십삼존불 대보탑에서 촛불발원 탑돌이를 봉행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자리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 의미가 전해진 것일까? 마하리잔 스님은 “각국의 어린이들과 탑돌이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부처님 법 속에 차별은 없다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보인다.


안동 용수사에서는 대규모 차회가 열리고 있었다. 용수사 주지 상운 스님은 “한중일 삼국의 차맛을 볼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닿았다”며 방문단을 ‘100가차(家茶) 108인 헌다례’ 향연으로 초대했다. 한국의 전통 승무에 푹 빠졌던 방문단은 숨을 돌려 한국에서 제조된 녹차, 야생차는 물론 중국의 보이차와 일본의 말차까지 음미했다. 방문단이 꼽은 ‘최고의 차’는 역시 홍차 맛에 가까운 ‘황차’였다.

 

 

▲안동 용수사 주지 상운 스님은 스리랑카 학인 한국방문단에게 한중일 삼국의 다향(茶香)을 선사했다.

 


463개 승가학교 졸업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은 싸미트아라타나 스님의3개 산사 체험 소회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산사의 첫 느낌은 정갈함이었습니다. 자연과 조화된 건축미가 주는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그 속에서 역동성을 보았습니다. 대웅전을 향해 걷는 불자들의 발걸음, 눈빛, 아이들과 함께 촛불을 든 스님들의 모습에서 그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힘의 원천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산사에 느낀 그 힘이 다종교 사회인 한국을 평화롭게 지탱하는 바탕이라 생각합니다. 그 힘의 원천을 알고 싶습니다. 한국불교를 좀 더 알아 간다면 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변화시킬 힘이 한국 산사에 있는 게 확실합니다.”


한국불교 1번지 서울 조계사. 경내의 국화향이 방문단을 맞이했다. 조계사 전법국장 범준 스님은 대웅전 참배 후 방문단을 세존사리탑으로 안내했다. 범준 스님은 “여기에 봉안된 사리는 1913년 스리랑카 다르마팔라 스님이 전한 부처님 사리 1과가 봉안돼 있다”고 전했다. 올해로 딱 100년! 기막힌 인연이다.


소마난다 스님의 일성이 작지만 큰 울림으로 도량을 메웠다.


“부처님과 다르마팔라 스님이 100년 동안 조계사에 머무르시며 오늘의 이 학인들을 기다리신 것입니다. 스리랑카 대통령궁 한국불상 봉안 인연이 참으로 깊습니다. 승가학교 졸업 학인들의 한국방문이 내년에도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이재성 이사장 역시 소마난다 스님 뜻에 동의했다.


“6.25한국전쟁 직후 미국으로 건너 가 신세대 문명을 배워 한국에 전하고자 했던 수재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보고자 했던 꿈이자 희망이었습니다. 학인 스님들 마음도 그와 같다 생각합니다. 산사를 비롯해 부산시와 서울시를 둘러보고 포항 포스코와 안동을 견학 코스에 넣은 연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사미지만 이제 곧 비구 스님이 되실 분들입니다. 이 스님들이 스리랑카 인천(人天)의 사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스리랑카 학인 방문단 초청을 후원한 포드림 김원국 대표도 “2014 스리랑카 승가학교 학인 한국방문’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10명의 학인 스님은 “한국방문은 평생 기억할 것”이라 화답했다.

 

채한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00년 전, 남방불교 진신사리 조계사 봉안

 

1913년 다르마팔라 스님
한국불자에 감동해 기증

 

 

▲서울 조계사 세존사리탑 앞에서 전법국장 범준 스님과 방문단이 자리를 함께 했다.

 

 

1913년 8월20일 일본 불교계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아나가리카 다르마팔라(1864~1933) 스님은 환희심에 젖었다. 불교 발상지인 인도에서 봤던 처참한 광경과 달리 1600여년의 한국불교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찰마다 전각과 불상이 장엄하면서도 정갈하게 봉안돼 있고, 법당에서 기도하는 한국불자들의 신심에 다르마팔마 스님은 감격했다. 그는 태국 국왕으로부터 받은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흔쾌히 한국불교계에 기증했다. 훗날 이 진신사리는 조계사로 옮겨져 현재 세존사리탑에 봉안돼 있다.


다르마팔마는 영국 등 제국주의의 불교탄압에 맞서 평생 전법활동과 폐허가 된 인도불교 성지 회복운동을 펼치며 꺼져가는 인도불교의 불씨를 지피고자 노력한 인물이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지금도 스리랑카와 인도 등에서 인도불교부흥 운동의 선구자이며 제2의 아소카로 불리고 있다.


불교포교와 자국민의 계몽을 위해 불교출판사와 불교신문사를 설립했고 마을 곳곳을 순회하며 강연 등을 통해 불교교리를 알려 나갔다.


1891년 1월 그는 우연히 부다가야를 찾았다가 처참하게 파괴된 인도불교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한 후 ‘부처님 성지를 복원하는데 생을 바칠 것’을 발원했다. 이후 마하보디협회를 설립한 그는 세계 불교국가를 찾아 불교성지의 비참함을 호소하며 복원을 위한 경비를 모금했다. 특히 그는 국제불교협회를 조직해 불교성지를 매입하는데 국제적 힘을 모을 것을 역설했으며 일본과 중국, 태국 등을 돌며 성지회복 운동의 간절함을 호소했다. 이렇게 모아진 성금으로 그는 인도와 스리랑카에 불교사원을 비롯해 수도원과 학교, 병원 등을 차례로 건립했다.


평생을 전법활동과 인도불교성지 복원에 앞장섰던 다르마팔마. 그는 1933년 4월 부처님이 처음 설법했던 사르나트(녹야원)에 설립한 물라간다쿠티 사원에서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인 ‘열반경’ 독송 소리를 들으며 삶을 마감했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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