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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낙산사에서 길을 묻다]2.

기자명 법보신문
  • 법공양
  • 입력 2013.10.28 16:16
  • 수정 2013.12.26 12:55
  • 댓글 3

이웃에 내민 따뜻한 손, 평생 불자 만드는 포교 新모델 되다

1. 이웃 복지가 미래다

2. 포교, 함께하는 이웃되기
3. 꿈이 이루어지는 홍련암
4. 불사는 희망 만들기
5. 이제 문화가 중심이다

 

2005년 화마 발생 직후부터
초·중·고교에 장학금 지원
불교학생회 등 생겨나며 결실
2007년엔 강원파라미타 창립

무산지역아동센터 건립으로
양양 청소년 교육의 중심으로

도량 복원하며 무료찻집 설치
“낙산사 찾아 오는 이들에게
따뜻한 추억 선물하고  싶다”

 

 

 

▲도량 복원 못지 않게 낙산사가 진력을 기울인 분야는 포교였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달랐다. 지역주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어린이·청소년의 미래를 가꾸는 일, 그것이 낙산사가 택한 포교였다. 12억원을 들여 매입한 2000여 평의 부지에 들어선 무산오현문화센터는 무산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의상도서관, 낙산유치원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양양지역 어린이·청소년 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다.

 

 

보현보살의 10가지 대원력인 ‘보현십대행원’의 아홉 번째인 ‘항순중생원’에서는 이렇게 설하고 있다.

“만약 보살이 능히 중생을 수순하면 곧 모든 부처님을 수순하고 공양함이 되며, 만약 중생을 존중히 받들어 섬기면 여래를 받들어 섬김이 되며, 만약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이 나게 하면 곧 일체로 하여금 환희하시게 함이니라.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 속하는 것이니, 만약 중생이 없으면 일체 보살이 마침내 무상정각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가르침을 펴신 이유는 오직 중생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함이었다. 그러므로 보리를 이루고자하는 이에게 중생이 없다면 보리도 없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러한 까닭에 불교에서 포교는 단순한 교세의 확장이 아닌 나와 남이 모두 행복해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낙산사가 화마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도량 복원보다 이웃의 아픔을 먼저 살피고 그들에게 행복을 되찾아주는 일에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원통보전 앞 설선당의 무료 찻집. 누구나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2005년 낙산사가 전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민들의 관심은 천년고찰, 문화재 복원에 집중됐다. 성금을 모아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하지만 가장 큰 아픔을 안고 있는 이들은 낙산사와 함께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이었다.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도량을 복원한다는 것은 ‘중생의 이익과 행복’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맞지 않았다. 낙산사가 도량복원이라는 힘에 부치는 불사를 진행하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것은 바로 그곳에 중생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6곳과 파라미타에 2005년부터 장학금과 활동비 등 매년 2억여 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각 학교에 특별활동 시간을 신설, 자연스럽게 포교 활동으로 이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학교에 하나 둘 씩 불교학생회가 창립되기 시작했다. 희망의 싹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희망은 곧이어 꽃을 피웠다. 2007년 강원파라미타청소년협회 창립이라는 뜻 깊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원활동 못지않게 공간 마련에도 힘을 모았다. 낙산사가 1983년 부터 운영해오던 낙산유치원의 낡은 건물을 일신하는 동시에 양양지역 어린이·청소년 교육의 전당이 될 무산오현문화센터 신축을 단행한 것이다. 12억원을 들여 매입한 2000여 평의 부지에 세워진 무산오현문화센터에는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 청소년 공부방, 문화강당 등을 두루 갖춘 무산지역아동센터와 의상도서관, 낙산유치원이 2009년 7월 완공됐다.

낙산사는 여기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어린이·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기 위해 더욱 발길을 재촉했다. 2006년부터 어린이날 관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시작, 매년 어린이날에 맞춰 동화책 등 선물을 전달했고 연말에는 양양군과 속초양양교육지원청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러한 지원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청소년 60여 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강원불교, 나아가 한국불교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새싹불자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낙산사 또한 모든 이들에게 불연의 씨앗을 심어주는 지혜의 도량으로 거듭났다.

화재 직후 관람료를 폐지하고 매일 점심 무료 국수 공양과 무료 커피자판기 등을 운영한 것은 이러한 낙산사의 의지가 담긴 작은 실천의 시작이었다. 도량의 검은 잿더미가 조금씩 거둬지고 하나둘 전각이 복원되기 시작하면서 낙산사 측은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잿더미가 된 도량을 찾아와준 분들이 더 없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 검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낙산사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통해 모두가 희망을 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가시길 바랐습니다.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 꿈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설레임이 있는 곳. 낙산사가 그런 도량으로 기억된다면 그들의 가슴 속에 불연의 씨앗을 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2007년 발족한 강원파라미타청소년 협회가 2012년 시작한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동참한 청소년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하는 낙산사 회주 정념 스님.

 


낙산사 복원 불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당시 주지 정념 스님은 낙산사를 복원하며 원통보전 앞 설선당을 차실로 개방했다. 낙산사를 찾아오는 이들 누구라도 잠시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의상기념관 옆에는 무료 국수 공양을 위한 전용 공양실이 마련됐고 낙산사 곳곳에는 벤치가 설치돼 편안한 휴식처가 됐다. 의상대를 지나 홍련암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에는 노약자들이 의지하고 걸어갈 수 있는 난간이 설치됐다. 오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이라도 잠시 도량을 거닐다 보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낙산사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를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어려서 할머니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간 고향의 작은 사찰에서 비빔밥, 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왔던 기억, 그 온기가 평생토록 기억에 남아 스스로를 불자라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낙산사도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그런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당장 불자가 되어 신도접수를 하고 인등을 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낙산사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정성스러움이 가슴 속에 심어지는 순간 불교와 인연이 시작되고 평생 불자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정념 스님의 바람은 그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이라도 낙산사의 따뜻함이 전달된다면 그들 또한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불교를 외호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될 것이라는 소신이었다.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정념 스님은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라는 설악산 신흥사 조설 오현 큰스님의 가르침과 격려, 그리고 교구본사인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의 배려와 응원이 있었기에 소신껏 불사와 포교를 병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강원불교 미래의 꿈이 자라는 텃밭

 

양양군 무산오현문화센터
강원파라미타청소년협회

 

 

▲낙산사가 건립한 무산오현문화센터를 내집처럼 찾아오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은 “이웃에게 내민 따뜻한 손이 불연의 씨앗을 심어주는 천수가 되어 언젠가는 낙산사를 둘러싼 큰 숲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산사 회주 정념 스님의 예측이 머지 않아 현실이 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 낙산사.

 

 

무산오현문화센터는 2009년 7월 완공됐다. 양양지역 유일의 어린이도서관으로 6600여 권의 어린이도서를 갖추고 개관한 의상도서관은 개관과 동시에 양양지역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무산지역아동센터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도 80여 명의 정원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특히 유치원의 성장은 눈부셨다. 매년 신입원아 모집 때 마다 정원을 넘어섰던 유치원이 무산오현문화센터 내의 신축 건물로 이전하자 낙산유치원은 양양지역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치원으로 급부상했다. 정원을 132명으로 늘렸지만 매년 치열한 입학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모으며 양양지역 최고의 유치원으로 뿌리내렸다. 현재 무산지역아동센터에서는 종이접기, 어린이 뮤지컬, 클래식 악기교육, 요리 교실 등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실상 공교육에만 의존하던 양양지역 어린이·청소년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무산오현문화센터 개관과 함께 장학사업 및 불교학생회와 파라미타에 대한 지원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특히 2007년 12월 낙산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발족한 강원파라미타청소년협회는 발족 5년 만에 130명에 불과하던 초기 회원이 1600여 명으로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강원파라미타는 수련회, 템플스테이, 등반대회 등 낙산사와 호흡을 맞추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불심을 키우고 문화재지킴이 활동 등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소속감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창립기금 5000만원을 비롯해 매월 500만여 원의 활동비와 장학금 등을 꾸준히 지원해온 낙산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밑거름이 되었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낙산사의 이 같은 지원은 강원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사업으로 지역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어린시절부터 불연 맺기를 통한 포교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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