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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병

기자명 법보신문

신체 건강한 사람들도
피할 수없는 게 마음병
물욕 등 번뇌에서 비롯
늘 마음 살펴 닦아내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크든 작든 다양한 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그 중에는 타고난 건강체질이 있어서 소소한 감기 정도나 가끔 걸릴까 건강하게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더구나 요즘은 늙음도 더디 오는 것 같다. 70세라면 예전엔 고희라고 해서 동네에서 크게 잔치를 벌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가족들끼리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70세를 산다는 게 그리 남다른 일도 아닌 까닭일 것이다. 확실히 예전보다 10년 이상은 젊게 사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생로병사가 고통이라고 하면, 죽음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태어남은 축복이지 않은가?’하고 반문한다.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죽음을 고통으로 본다면, 태어남의 이면에 죽음이 있는 것이니, 태어남이 고통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저런 병으로 고통을 받고, 늙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태어남은 고통의 시작인 셈이다.


여하튼 신체의 건강함으로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도 피할 수 없는 병이 있으니, 그것은 곧 마음의 병이다. 마음의 병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돈에 대한 욕망, 성적인 욕망, 명예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 소유에 대한 욕망 등등 수많은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욕망에서 파생된 수많은 병리적 현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타고난 신체적 건강은 있을 수 있으나, 타고난 마음의 건강은 있을 수 없다. 이를 경전 ‘앙굿따라 니까야’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중생들은 몸의 병에 관한 한 일 년 동안은 건강하게 지내기도 하고 2년 동안 건강하게 지내기도 하고 3년, 4년, 5년,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동안 건강하게 지내기도 하고 백 년 동안 건강하게 지내기도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나 이 세상에서 마음의 병에 관한 한 잠시라도 건강하게 지내는 중생들은 번뇌를 다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번뇌를 의미하는 끼레사(kilesa)는 ‘더러워지다’, ‘오염되다’를 의미하는 동사 끼리싸띠(kilissati)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즉 마음이 오염된 상태, 더러워진 상태, 물든 상태가 바로 번뇌인 것이다. 그러니 번뇌를 다한 자가 아니라면 마음의 병에서 한시라도 건강하게 지낼 수 없는 것이다. 욕망으로 물든 마음, 욕망에 오염된 마음, 욕망으로 더러워진 마음은 병든 마음이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몸에 병이 들면 바로 알아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지만, 마음의 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 심각한 우울증이나 어떤 정신질환의 정도가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의 병은 병원에 가서 치료할 수도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내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각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욕망에 물든, 욕망에 의해 더럽혀진 마음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나 같은 중생이 번뇌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번뇌를 없애고자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필원 박사

손톱 밑에 가시만 박혀도 괴로워하며 난리를 치면서도, 마음에 병에 대해서는 참으로 놀라울 만큼 무관심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내가 나의 몸을 살피듯, 마음을 살피어 마음에 병이 들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마음에 병이 없는 것이 진정한 건강인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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