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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프랑스 대사와 한국불교

첫 주한 프랑스대사 샹바르
유언에 따라 해인사에 묻혀
한국불교에 대한 깊은 애정
정갈한 정신·문화 때문일 것

 

로제 샹바르(Roger Chambard). 그는 과거 한국에 파견됐던 첫 프랑스 대사였다. 1959년 주한 프랑스 대사로 부임해 꼬박 10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당시 한국은 참으로 볼품없었다. 한국전쟁은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 국민이 몸부림치던, 회색빛 가득했던 그 시절의 기억 속에 그가 있다. 그는 가난한 한국을 위해 프랑스 자본과 기술을 끌어와 팔당댐 건설을 도왔다. 한국을 위해 남다른 노력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외교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는 1982년 타계했다. 이미 30년이 지난 일이다. 그런 그가 우리의 기억 속에 걸어 들어온 것은 최근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 비사를 정리한 ‘나폴레옹도 모르는 한·프랑스 이야기’(국학자료원, 정상천 지음)라는 책을 통해서다.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관계를 정리한 이 책에 ‘한국을 사랑한 주한 프랑스 대사’라는 제목으로 그가 있다. 책 속의 샹바르는 한국을 거쳐 간 많은 외국 대사들 가운데 가장 한국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는 한국불교도 사랑했다. 불교를 사랑했기에 한국을 더욱 사랑했을 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에 살던 시절 해인사를 즐겨 찾았다. 해인사와 그곳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나 사랑했고 무엇보다 팔만대장경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 파견된 대사들은 보통 3년 정도 그 나라에서 머문다. 그러나 그는 10년을 한국 땅에서 보냈다. 황량했을 당시의 나라 사정을 생각하면 그의 남다른 한국 사랑이 더욱 아릿하게 다가온다.


그는 생전에 죽게 되면 화장을 해서 한국의 해인사 산기슭에 유골을 뿌려달라고 유언했다. 1982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의 유골은 소원대로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해인사 소리(蘇利)길에 뿌려졌다. 소리는 불교에서 이상향 혹은 피안을 뜻한다. 아마도 해인사 아름다운 산길을 따라 피안으로 향했을 것이다. 세계 최고 빈곤 국가였던 한국. 그 볼품없던 나라의 불교에서 무엇을 느꼈기에 그는 고향마저 버리고 죽어서라도 한국불교에 머물고자 했을까?


벨기에 동화에 ‘파랑새’가 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파랑새는 자신들의 곁에 있음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파랑새는 희망과 행복을 상징한다.


요즘들어 한국불교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정성은 엷어지고 갈수록 속스러워지고 있다. 1700년 꽃 피웠던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 정갈한 수행의 향기, 깨달음을 향한 결기가 퇴색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자꾸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1700년의 역사가 그냥 흐르지는 않았다. 수많은 시련을 만났지만 견뎌냈고 이를 밑거름으로 더욱 찬란한 꽃을 피워냈다. 샹바르 대사가 한국불교를 그토록 사랑했던 것은 아마도 한국불교에서 탐욕을 걸러낸 정갈한 정신과 문화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김형규 부장

위기가 닥칠수록 외부로 눈을 돌리기보다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는 순간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처럼 우리 곁의 파랑새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지만 봄을 찾지 못하고 결국 힘겹게 집으로 돌아오니 봄이 매화가지 끝에서 무르익고 있더라는 옛 스님의 시를 떠올려 본다. 한국불교를 너무나 사랑했던 샹바르 대사. 피안에 있을 그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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