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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초승달

기자명 법보신문

주위의 선한 벗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보름 향하는 달처럼
바른 견해들 차올라

 

불교에서는 달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달이 일천 강에 비치리’,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은 비유도 유명하고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손가락을 본다’와 같은 비유도 있다.


이러한 비유 말고도 또 하나 있다. 바로 초승달과 그믐달이다. 초승달은 보름달을 향해 가는 출발점에 놓인 달이고, 그믐달은 사그라져 가는 달을 가리킨다. 본래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구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달은 그대로 달일 뿐이다. 하지만 기울어진 지구와 달의 관계는 다양한 모습의 달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런 덕분에 인간에게 달은 무한한 상상력의 근원이 되어, 무수한 문학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증일아함경’에 보면, 그믐으로 향하는 달과 보름으로 향하는 초승달에 대한 비유가 있다. 그 중 초승달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에게 탐욕이 없고, 진애와 어리석음 또한 다하면, 그에게 선함은 점차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마치 달이 차는 것처럼.’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마땅히 초승달처럼 배워야 합니다.’”

 

부처님의 이 가르침은 선한 벗과 나쁜 벗에 대한 내용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 본 연재 가운데 벗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 적(‘숲속의 코끼리’)이 있다. 그 때는 선한 벗이 없으면 차라리 홀로 가라는 의미를 숲속에 사는 코끼리에 비유했다. 하지만 이번 비유는 달에 비유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선한 벗(善知識)과 사귀면 어떠한 이로움이 있는지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선한 벗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믿음·계율·법을 들음·보시·지계가 더욱 늘어나고, 더욱 늘어남에 따라 목숨이 다한 뒤에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한 벗에게 다가가는 것을 마치 달이 보름달을 향해 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내 주변에 선한 벗이 있으면, 해탈을 얻지 못하더라도 바른 견해를 갖게 된다. 바른 견해를 갖게 되면 바른 윤리적 행위를 하게 되고, 그것을 씨앗으로 바른 삼매를 얻고 해탈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악한 벗(惡知識)과 가까이 하면, 나쁜 견해를 갖게 되어 비윤리적 행위를 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견해(惡見)를 갖게 된다. 그 결과는 직접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을 경전에서는 “선한 일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믐날이 되면 달빛은 자취를 감추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다. 선한 일이 줄어들면 우리의 삶도 역시 암담한 처지에 놓이게 됨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부처님은 선한 벗과 악한 벗을 각각 보름과 그믐에 비유하고 계신다. 경전에서는 달에 대한 비유 말고도 다양한 비유를 통해 벗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벗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을 바르게 가꾸어 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벗’은 나의 선생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나 후배일 수도 있다. 아니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길벗일 수도 있다.

 

▲이필원 박사

어떠한 벗이 진정한 벗인지 알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경전을 읽는 것은 청문(聽聞)의 한 방법인 것이다. 바른 가르침을 통해 선한 벗을 사귀게 되면 깨달음의 길은 멀지 않음을 부처님께서는 말씀하고 계신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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