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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미 스님과 꿈

기자명 법보신문

전라남도 장성에 하루 종일 논밭에서 놀고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는 가정을 돌보지 않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납니다. 할머니 절에서 자라게 된 아이는 늦게서야 중,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평범한 대학(동국대)을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나는 하버드 대학을 갈 거예요.”


모두 황당해 했습니다. 미국이 어디인지도, 하버드라는 대학이 있는지 가본적도 없는 학생이 세계 최고의 대학을 가겠다고 합니다. 누구도 호응하지 않을 때에 그는 조용히 준비했습니다.


제대를 며칠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온 군인이 스님들 기숙사에 찾아왔습니다. 이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2학년으로 복학한 그 스님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년간 일본을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더니 졸업 후 독일에서 1년을 더 공부하곤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1년 후 어느 날 하버드대학 석사 입학을 허가받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도반들은 그의 길을 도왔습니다. 그는 현재 하버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해당되는 듀크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큰 대학으론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불교 전공자를 배출하는 대학의 교수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연구한 책은 하버드 출판사에서 엄선한 과정을 뚫고 출판되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일미 스님입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에게 남달랐던 것은 꿈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 꿈을 인정하지 않았을지라도, 그는 늘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꿈을 위해서 먹었고 꿈을 위해서 잤습니다.


올해에도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면 그 성적표에 의해서 선택의 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애태우고 걱정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험생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성적표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꿈입니다. 꿈은 생명입니다. 꿈이 있으면 움직입니다.


또, 꿈은 등대와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기회가 옵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언제 도착할 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눈앞에 다가와서 내게 묻습니다. “꿈이 무어냐?” 그때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을 원해요!” 성적에 매달리느라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기회는 오히려 내 삶에 혼란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원하지만 그것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자신과 주변 인연들이 힘들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성장한 나무는 큰비도 도움이 되지만 어린 나무에게는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기회가 안온다고 할 것이 아니라 꿈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꿈이 있으면 준비하는 시간이 즐겁고 꿈이 없으면 그 시간은 그저 길고 지겨운 시간일 뿐입니다.


세계 최고의 자리는 오직 꿈꾸는 자에게만 그 기회가 주어집니다. 혹 ‘이번 생에 안 되면 다음 생에는 기회가 오겠지’라고 마음을 먹고 원대한 꿈과 함께 산다면 다음 생에는 그의 출발이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원력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보살의 삶이라고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꿈은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이루어 질 것입니다. 꿈이 있는 그리고 생명이 있는 젊음을 만끽하기를 기원합니다.

 

▲하림 스님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바짝 들고 눈을 크게 뜨고 큰 발걸음으로 힘차게 자신의 꿈을 향해 걸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젊은이들의 권리입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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