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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낙산사에서 길을 묻다]5.

기자명 법보신문
  • 법공양
  • 입력 2013.11.15 23:17
  • 수정 2013.12.26 12:57
  • 댓글 0

유치원부터 요양원까지…도량, 평생을 함께하는 이웃이 되다

[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낙산사에서 길을 묻다]

 

1. 이웃 복지가 미래다

2. 포교, 함께하는 이웃되기

3. 꿈이 이루어지는 홍련암

4. 불사는 희망 만들기
5. 이제 문화가 중심이다

 


 

“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돼라”
오현 큰스님 가르침 받들어
관람료 폐지·무료 커피 등
작은 친절 ‘마음열기’ 시작

교룡·거북이·비익조 등
전통 문양·설화 담아 낸
도량으로 문화공감대 형성
‘꿈이 시작되는  길’ 등은
타종교인도 거부감 없어
‘국민도량’으로 인식 전환

유치원·공부방·파라미타로
어린이·청소년기 함께 하고
노후엔 요양원 등이 의지처
주민의 평생과 함께하는 도량
지역 문화의 구심체로 거듭나

 

▲ 2013년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낙산사, 무산복지재단, 양양군노인요양원이 ‘KBS 재능나눔봉사단’과 함께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마련한 경로잔치.

 

 

“낙산사는 복원 불사 초기에 구상했던 조선시대 대가람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외형의 100% 이상이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닙니다. 가람을 완성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이 더욱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

 

낙산사 회주 정념 스님에게 ‘낙산사 복원의 완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낙산사 복원불사는 한, 두 사람의 큰 화주에 의지한 불사가 아니었다. 지역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 낙산사를 찾아오는 이들이 동참한 기와 한 장 씩의 정성이 힘이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념 스님은 “낙산사가 진정한 국민들의 도량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큰 기쁨이고 고마움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람을 완성하는 과정의 의미 속에는 이러한 고마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것 뿐일까.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이성이 아닌 감성, 물질이 아닌 정신, 문화재가 아닌 문화의 힘으로 작용할 때 그 힘은 더욱 커진다. 보이지 않는 힘이 미처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현대의 경영학이론에서는 ‘감성 마케팅’이라 명명한다. ‘고객의 기분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감성적 동인을 통해 브랜드와 고객 간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이라 정의한다. 결국 상대의 기분과 정서를 배려하는 자세를 통해 정서적 유대 관계를 강화해나가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에만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다. 사찰이 지역주민들과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포교, 나아가 불교 미래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낙산사 복원이 완성되는 과정에 담긴 의미, 그것은 바로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한 감성, 정신, 문화 공감대의 형성이었다.

 

 

▲ 양양지역 어르신들의 문화 중심체인 양양군노인복지관.

 


출발은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됐다. 화재 직후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고 도량 곳곳에 무료 커피자판기를 설치했다. 점심 식사 시간에는 소임을 맡은 스님들까지 자원봉사자로 나서 사찰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대접했다. 낙산유스호스텔도 무료로 개방했다. 화재로 폐허가 된 낙산사를 걱정하며 먼 길 찾아오신 분들의 정성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고 근심어린 마음을 달래주려는 배려였다. 많은 이들이 검게 그을린 도량의 처참한 모습에 아파하면서도 상처에 쓰러지지 않고 더욱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낙산사의 따뜻함에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친절’이었다.

“어서 오세요. 낙산사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낙산사 종무소에 들어서면 누구랄 것도 없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종무원들의 반가운 인사소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비록 처음 낙산사를 방문한 이라도 친절한 미소로 먼저 손길을 내미는 종무원들의 모습에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낙산사에서는 복원불사가 진행되는 동안 종무원들과 낙산유치원, 낙산요양원 등 산하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전문 강사를 초빙한 친절교육은 ‘친절하자’라는 당위적인 강조 대신 친절의 중요성과 방법, 그 저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친절’을 사찰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사찰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돼야 합니다. 무종교인이나 타종교인이라도 사찰을 찾았을 때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에 앞서 모든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어야 합니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사찰은 결코 포교와 전법의 기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처음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사찰에서 만나는 종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환한 미소 그리고 따뜻한 도움은 사찰과 불교에 대한 이미지로 곧장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 성과는 어떤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포교활동인 동시에 낙산사를 향한 애정이 되어 ‘국민도량 복원’의 힘이 되었다.

감성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도량이 되는 것이었다. 낙산사라는 공간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고 정겹게 느낄, 그리고 함께 공감하고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었다.

낙산사를 복원하며 각 전각과 길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스며들었다. 낙산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에게 여의보주를 전해주었다는 동해의 교룡이 단청 곳곳에 그려졌고 다시는 화마가 도량을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옛부터 물의 신으로 여겨진 거북이가 조각됐다. 해수관음전 복전함 아래에는 복을 불러온다는 전설의 삼족섬이 조각됐고 원통보전의 불단에는 하늘과 땅, 물속의 모든 중생에게 관세음보살의 가피와 자비가 전해지길 바라며 육해공의 상서로운 동물들이 빼곡히 새겨졌다. 암수 두 마리가 서로 짝을 이뤄야만 날수 있다는 비익조는 가족의 화목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조각됐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조각과 그림들,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전설과 설화 속의 이야기들이 도량 곳곳에 녹아든 것이다. 특히 ‘꿈이 시작되는 길’ ‘설레임이 있는 길’ 등 도량을 감싸고 도는 길에 붙여진 이름들은 비록 종교가 다른 이라도 낙산사를 걸으며 각자의 마음속에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우리의 옛 이야기 한 자락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의 힘은 종교의 벽을 뛰어 넘어 낙산사가 모든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의 도량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낙산사 복원은 불교계나 불자들만의 불사가 아닌 전 국민의 숙원 사업이 될 수 있었다.

 

낙산사는 산사음악회와 문화재지킴이 운동 등 문화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화마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5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산사음악회를 개최,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이 적은 양양 지역에서 주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화합의 기회로 꾸몄다. 산사음악회는 동시에 화마로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이는 힐링의 무대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낙산사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 재고를 위해 ‘1사1문화지킴이’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문화재지킴이 운동은 문화재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낙산사가 지역주민들의 도량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 낙산사 산사음악회는 양양 지역 대표 문화축제로 뿌리내렸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을 위한 낙산유치원, 초등학생들을 위한 무산지역아동센터,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파라미타 지원과 장학사업,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교대학 그리고 노후의 안락한 여생을 돕기 위한 낙산요양원과 복지관 운영 등은 양양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평생을 낙산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문화를 가꾸어가는 낙산사의 대작 불사였다. 특히 노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지난 여름엔 지역 어르신 3000명에게 삼계탕을 공양했고 명절에는 1000세대에 선물을 전달하는 등 주민지원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낙산사 신도가 아니라도, 불자가 아니거나 혹은 타종교인이라도 양양지역의 모든 주민들은 이러한 낙산사의 활동 속에서 평생에 걸쳐 자연스럽게 낙산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 지난 여름 복날을 앞두고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양양 지역 어르신 3000명에게 삼계탕을 공양했다.

 

 

 

▲ 낙산사는 양양군을 포함한 강원 지역 청소년 불자들의 중심인 강원파라미타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낙산사 복원 불사를 진행하는 동안 저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꿈은 어떻게 하면 전 국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낙산사의 원만한 원형복원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검게 그을린 채 나뒹구는 서까래와 기왓장, 그리고 뿌리까지 타버린 나무들 앞에서 이 꿈은 너무나 아득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불자님들과 국민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정성, 그리고 설악산 신흥사 조실 무산 오현 큰스님과 주지 우송 스님 등 대덕 큰스님들의 가르침과 성원이 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또 하나의 꿈은 어떻게 하면 늘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낙산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낙산사는 전국적인 대찰이었지만 정작 지역민들의 마음 속에는 깊이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마치 뿌리 없이 열매가 달리는 나무와 같았습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양양읍내에 2000여 평의 부지를 매입해 총 건평 800여 평에 이르는 낙산유치원, 무산사, 무산지역아동센터, 의상도서관, 공부방 등을 마련하고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이런 노력과 정성이 쌓여 이제는 지역민들의 마음 속에 낙산사가 우리와 함께 하는 절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낙산사는 화마의 상처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마음 가까이 다가갔고 불교는 지역민들의 마음속에서 양양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가는 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어떤 불사보다도 뜻 깊은 성과이자 낙산사 복원의 모든 공덕이 오롯이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참된 회향의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 청소년 장학사업은 평생불자를 양성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제 낙산사는 양양지역 주민들의 이웃이자 친구이며 평생을 더불어 살아갈 의지처가 되었다. 그것은 종교와 포교 이전에 우리의 전통 문화 속에서 하나 되고 지역민들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문화를 조성하고자 기울인 오랜 노력이 맺은 소중한 결실이었다. 지금 양양에서 낙산사는 더 이상 불교계와 불자들만의 도량이 아니다. 낙산사는 곧 양양의 중심인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도량이며 낙산사의 활동은 모든 지역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불교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모든 문화 속에 녹아드는 길, 낙산사가 보여준 미래 불교의 나아갈 길이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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