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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예산 1000억 시대

불교미래위해 재정 확충은 필요
종단재정 부족 불법서 멀어진탓
세간의 셈법에 몰두하기 보다는
대만불교 재도약 이유 살펴보길

 

447억원. 내년도 조계종 예산이다. 최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는 2014년도 종단예산을 이렇게 결정했다. 전국의 사찰에서 분담금 형식으로 보내오는 정재를 모은 것이다. 결코 적은 것도, 허투루 쓸 수 있는 재원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자랑한다는 불교의 장자 종단, 조계종의 1년 예산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종단 차원이 아닌 단일교회로 매년 12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현실을 보면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조계종 총무원장에 재임된 자승 스님은 선거운동 당시 임기 내에 종단 예산 10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기자회견에서는 전략과 기획을 담당할 테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시장경쟁력을 갖춘 유무형의 불교콘텐츠 개발과 브랜드화로 자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승 스님의 남다른 고뇌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종단에서 사업을 하는것이 불교적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조계종은 몇 해 전부터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익이라는 것이 종단 예산에 변화를 줄 정도가 못될 뿐 아니라 오히려 영세사업자의 영역을 침해해 이익을 가로채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자칫 큰 이익을 남기지도 못하면서 인심마저 잃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실 큰 이익을 남긴다고 해도 문제다. 사업을 통한 재정확충은 불교의 세속화를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고리대금업을 하다 몰락한 고려불교에서, 면죄부를 팔다 자멸한 중세 가톨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찰 재정이 부실해지는 것은 불자들의 보시가 줄어서다. 스님답지 못한 스님이 늘고, 사찰의 법회 또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정한 가풍은 갈수록 퇴락하고 법회 또한 과거의 타성에 젖어 음력법회를 고수하고 있는 사찰이 태반이다. 불자들이 사찰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고, 사찰재정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대만불교는 해방 직후 한국불교와 상황이 비슷했다. 기복적 성격이 강했고 지식인들은 기독교에 심취했다. 그러나 50여년이 지난 지금 대만불교는 놀라운 성장을 일궈냈다. 세계 200여 곳에 지부를 둔 대표적인 불교국가가 됐으며, 세계 구호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대만불교다. 이런 성공은 교육, 복지, 문화, 수행 등 현대화된 포교 방법을 채택해 대사회적인 기여도를 높여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또 출재가가 함께 대중공의로 사찰을 운영하면서 국민적인 신뢰도 확보했다. ‘권한 있는 사람은 돈을 관리할 수 없으며,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권한이 없다’는 불광산사의 내규는 대만불교 성공의 비결을 함축하고 있다. 스님들의 교육에 열정을 쏟아 승가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회복했고, 사찰 운영에 재가자들을 참여시켜 투명성을 드높였다. 그리고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자비정신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김형규 부장

더나은 종단운영을 위해 재정확충은 필요하다. 그러나 세간의 셈법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종단에 재원이 부족한 것은 사업을 못해서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급하게 사업에 나서기보다는 불교정신을 더욱 담금질함으로써 세계적인 불교국가로 거듭난 대만의 지혜를 제대로 공부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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