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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보는 눈 바꾸면 미래 희망 보인다

기자명 법보신문

‘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로널드 라이트 지음 / 안병국 옮김 / 이론과 실천

▲‘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1492년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해가 아니라, 죽음 직전의 콜럼버스를 원주민들이 구해준 해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콜럼버스·피사로·워싱턴 등등을 위인이라 배우고 ‘신대륙 발견 500주년 기념행사’로 들뜬 그곳의 분위기를 좇아 흥분하는 언론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한 말이지만,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史實)이다.


어쨌든 콜럼버스에서 시작된 신대륙의 정복과 약탈의 역사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꿈틀거리고 있다가 화산 용암처럼 솟아오르곤 한다. 실제로 1990년 총인구 2만5000명에 불과한 캐나다 모호크족이 봉기하자 연방정부는 “모호크족 ‘전사’ 수 백 명을 진압하려고 4000명의 병력과 탱크, 대포, 폭격기, 중무장 헬리콥터를 동원”하였다.

콜럼버스와 피사로를 비롯한 침략자들을 손님으로 여기고 먹을 물과 양식을 전해 주었던 순수한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르면서, 착취하고 납치하여 노예로 삼고 자기네들의 신앙을 강요하다 그 말을 얼른 듣지 않으면 이단과 신성모독으로 몰아 화형(火刑)시키고 했던 이들이, 문명인이라고 자랑했던 유럽인들과 그들의 선구자 가톨릭 사제들이었다.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는 말한다. “잉카 제국은 무너졌다. 우리는 그들에게 문명 생활에 필요한 세 가지 선물, 곧 탐욕과 굶주림과 십자가를 안겨 주었다. 테라스에서 노래 부르던 가족은 모두 사라지고 그들이 노예가 되어 발을 질질 끌며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잉카 제국은 탐욕에 찌든 침묵의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야인들은 “공물이 그때 생기고/ 교회세가 그때 생겼네.…/ 백성을 짓밟아 불화가 일고/ 강도들이 폭력을 일삼고/ 억지로 빚을 떠안기고/ 거짓 증언으로 빚을 지게하고/ 사람들끼리 다투게 만든 때가/ 그때부터라.” 그야말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러면 북미의 원주민들이 시련을 좀 덜 겪었을까. 이제 자동차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체로키족 추장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당신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당신들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더러 먹을 고기가 필요하여 우리 땅에 들어와 들소, 곰, 사슴을 사냥하는 것까지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 땅 한복판까지 들어와 생계벌이로 사냥감을 쓸어 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병두 종무관

그러나 백인들과의 관계에서 이처럼 “골치 아픈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도 체로키족은 백인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할 권리마저 없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증인 선서마저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막힌 현실은 아직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눈은 분명히 바뀔 수 있다.” 과거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 파괴와 약탈의 역사를 참회하면, 원주민의 후예를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여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환하게 빛나는 미래의 희망이 보일 것이다.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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