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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불사 3000일 잿더미서 희망을 키웠다”

  • 집중취재
  • 입력 2013.11.25 17:26
  • 수정 2013.12.16 10:45
  • 댓글 0

낙산사, 24일 3000일 불사회향
전국 각지서 대중 5000명 동참
정념스님 “사부대중이 일군 결과”

 

 

▲낙산사는 11월24일 사부대중 50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낙산사‧홍련암 복원 3000일 불사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2005년 4월5일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예상보다 깊었다. 새벽 산바람을 타고 날아든 불씨는 1300년간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관음성지이자 전 국민의 기도처였던 강원도 양양 낙산사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었다. 원통보전을 비롯해 수많은 전각들이 불에 타 잿더미로 변했고, 도량 곳곳은 화마에 긁힌 검은 상처로 신음했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의 순간, 모두가 망연자실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주지 정념 스님을 비롯해 낙산사 사부대중, 양양군민 그리고 전국의 불자와 국민들은 도량복원의 대원력으로 폐허로 변한 도량에 희망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잿더미를 하나하나 걷어내고 낙산사 원형을 찾아 나무를 심고, 기둥을 세웠다.


그로부터 3000일. 3차에 걸친 복원불사로 화마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낸 낙산사는 이제 명실상부 해동제일 관음기도도량으로 탈바꿈했다. 원통보전을 비롯해 심검당, 선열당, 취숙헌 등 수행과 포교의 기능을 담당할 전각들이 새롭게 배치됐고, 빈일루, 정취전, 설선당 등 원통보전을 외호했던 전각들도 새롭게 복원됐다.


10여년 간 숨 가쁘게 진행된 낙산사 복원불사는 11월24일 보타전에서 1500 관세음보살 및 관세음보살 32응신 점안법회와 부처님진신사리봉안 7층 사리탑 제막식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낙산사는 이날 오전 ‘낙산사‧홍련암 복원 3000일 불사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회향법회는 지난 3000일간 도량 복원이라는 대원력으로 하나가 됐던 낙산사 사부대중과 양양군민 그리고 낙산사 복원을 위해 관심을 기울였던 국민들과 서로의 공덕을 나누는 자축의 자리였다. 이런 까닭에 회향법회는 대외귀빈이 중심이 됐던 여느 행사와 달리 낙산사 복원에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던 불자들에 대한 감사의 자리로 꾸며졌다.

 

▲낙산사 회주 정념 스님은 이날 회향법회에서 3000일 복원불사를 아름답게 회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부대중의 원력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국 각지에서 5000여 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된 이날 법회에서 회주 정념 스님은 낙산사 복원 불사에 원력을 함께 해 준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감사의 뜻을 보냈다.


정념 스님은 “2005년 4월 폐허가 된 도량을 보며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지금도 트라우마 처럼 남아 있는데 지금의 모습이 꿈은 아닌지 되물어본다”며 “3000일 복원불사를 아름답게 회향할 수 있도록 원력의 희망을 준 설악산 조실 무산 오현 스님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사부대중과 국민 여러분, 지역관계자 분들, 그리고 양양군민과 낙산사‧홍련암 대중스님 및 신도, 직원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이제 다른 길 위에서 낙산사‧홍련암 가족의 발원이 모두 이뤄지길 기도하며 걸망하나 둘러매고 떠난다”며 회향법회를 끝으로 낙산사 회주 소임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회향법회 직후 정념 스님은 참석한 대중들에게 떡과 염주 등의 선물을 나눠주며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낙산사에서의 마지막을 고하는 정념 스님의 말에 동참했던 대중들은 아쉬움이 가득한 듯 눈가를 촉촉이 적신 눈물을 닦아냈다. 특히 이날 울산에 사는 권오세 불자가 회향법회를 앞두고 정념 스님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권 씨는 편지에서 “온 국민이 화면을 바라보는 가운데 타들어가는 불길만큼이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가지런히 단장된 법보 도량을 보니 놀랍다”며 “어려움을 이기고 끝내 불사를 완성시킨 스님의 노고와 의지, 정성에 감복했다”고 말했다. 권 씨는 이어 “정념 스님은 모든 불자들의 마음속에 좌절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큰 법문을 들러주었다”며 “스님은 일체유심조의 살아 있는 법문을 몸소 시연했다”고 낙산사 복원에 헌신한 정념 스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회향법회를 마친 정념 스님은 이날 동참한 5000여 대중들에게 떡과 염주, 또 지난 10년간 낙산사 복원의 과정을 정리한 책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를 직접 나눠주며 불자들을 배웅했다. 그리곤 스님도 10여년 간 피와 땀이 서러 있는 낙산사를 떠나 새로운 꿈과 희망을 위해 길을 나섰다. 스님과 불자들이 떠난 낙산사 원통보전에는 한국불교의 희망을 약속하듯 둥근 무지개가 도량을 장엄했다.


양양=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회향법회가 끝난 11월25일 낙산사 원통보전 뒤로 둥근 무지개가 떠 새로운 희망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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