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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쇄신의 깃발을 꺾을 셈인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이끄는 이번 집행부의, 아니 조계종 전체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봉은사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논란들이 바로 그것이다.


봉은사 문제는 단순히 한 사찰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 집행부 때의 뜨거웠던 사태는 수도권 포교의 핵심이며, 그러한 위치를 고려해 조계종 직영사찰로 지정한 봉은사가 제대로 그 위상을 지닐 수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돼 있었다. 그러니 그 봉은사가 또다시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직영사찰 전환 문제로 홍역을 앓으며 국민의 불교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던 봉은사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는 것은 사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조계종의 위상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기에 그렇다.


여기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봉은사 주지 선임 문제가 여법하게 결정되지 않을 경우, 조계종단 자체가 개혁을 위한 원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총무원장 선거가 무사히 치러진 것도 큰 다행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팽배한 시점에서, 그 선거 과정에서 주지직을 놓고 표 거래가 있었으며, 결국 그러한 거래의 결과로 봉은사 주지가 결정된다면 종도 전체가 자괴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또 조계종의 혁신을 위해 애를 쓰던 많은 스님과 종도들은 짙은 패배감에 더 이상의 의욕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한 종단에서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겠는가?


때문에 현 상황은 ‘자성과 쇄신’이라는 이름의 결사를 이어오고 있는 현 조계종 집행부가 그 ‘자성과 쇄신’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시금석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이 문제가 모든 종도들의 눈에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어야만 비로소 종단의 의지가 확고히 드러날 것이며, ‘자성과 쇄신’의 깃발이 힘차게 펄럭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깃발은 꺾이고 장수는 죽어버리는 상황이 올 것임에 분명하다. 인사 문제에 논공행상을 배제하겠다는 공약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애초에 그것은 공약 이전의 문제다.


조계종의 미래는 한국 불교의 미래와 직결된다. 지금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이 문제의 당사자들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의지를 보일 때다. 종상 스님도 봉은사 주지에 적절한 인물을 추천할 수 있고, 그것이 조계종의 발전을 위한 큰 뜻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처럼 뜨거운 문제가 된 상황에서는 그 뜻을 뒤로 물리는 것이 대승적 결단이다. 조계종 발전에 큰 장애가 된다면 어떤 좋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대중들이 종상 스님의 결단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상황이라면, 큰 행보를 보여 주는 것이야 말로 불교계의 희망을 살려내는 일이 될 것이다.


차제에 가장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봉은사 주지를 임명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힘과 뜻을 모아야 한다. 단순히 합리적일 뿐 아니라, 종도들의 여망이 모아져 찬탄 속에 봉은사 주지가 임명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결과까지 꿈꾸는 것이 과욕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훌륭한 반전을 이루어 낼 때 오히려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을 낳을 수 있다.

 

▲성태용

이제 결단의 칼자루는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 종상 스님에게 넘어가 있다. 불교광장(회장 지홍 스님) 안에서 제기된 문제가 이미 조계종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 이상 적당한 미봉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바로 서야 한다. 조계종과 불교의 발전을 기원하는 천만 종도가 뜨거운 염원을 담아 그 올바른 귀결을 기다리고 있음에 선의로 응답하기를 바란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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