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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론현의’ 길장 아닌 신라 스님 저술”

  • 교학
  • 입력 2013.12.02 14:22
  • 댓글 0

금강대·동국대 국제학술대회
최연식 한중연 교수 주장
9세기 이전 유통 흔적 없어
두 문헌 혼합된 형태 보여
일부 학자들 “동의 어려워”

 

잊혀진 불교사상가 집중 분석
새 한국불교문헌 다수 발굴


 

 

금강대·동국대 HK연구단이 ‘잊혀진 한국의 불교사상가’란 주제로 11월29~30일 서울 조계사 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중국 삼론종의 개창자인 길장 스님의 대표적 저술 중 하나로 알려진 ‘삼론현의(三論玄義)’가 8세기 중엽 신라 유학생 심상(審祥)이 일본으로 전래한 신라의 문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연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금강대․동국대 HK연구단이 공동으로 11월29~30일 서울 조계사 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론현의’는 오랫동안 ‘대승현론’과 더불어 삼론학에 대한 길장 스님의 기본적 입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강요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들 문헌은 중국과 한국불교계에는 알려진 적이 없고 일본 불교계에서만 유통됐으며, 일본에서도 초기에는 보이지 않다가 9세기 이후에 비로소 그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근래 일본학계에서 ‘삼론현론’이 길장 스님의 저술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 교수는 ‘삼론현의’도 길장 스님의 저술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펴 큰 관심을 모았다. 헤이안시대 이전에 유통된 흔적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서로 다르고 일부 내용은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등 서로 다른 두 문헌이 혼합됐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삼론현의’ 구성과 내용에 대한 치밀한 검토를 통해 이 문헌이 길장 스님의 저술이 아니라 그보다 후대에 찬술됐음을 다양한 측면에서 논증했다. 특히 나라시대 사경문서들을 분석한 최 교수는 나라시대에 빈번히 필사됐음에도 헤이안시대 이후 모습을 감춘 ‘중관론종요(=삼론종요(기))’와 ‘삼론현의(=중관론기(현))’가 현재의 ‘삼론종요’의 원형이 되는 문헌들이며, 이것은 8세기 중엽 일본에 화엄학을 처음 전래했던 신라 학생 심상이 일본으로 전래해 일본에서 유통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이어 이 문헌들의 기록에 의하면 원효 스님이 찬술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 원효 스님의 이름에 가탁할 가능성도 있어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원효 스님의 찬술이 아니더라도 신라에서 찬술된 문헌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따라서 신라의 삼론학 및 신라 불교학이 일본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해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강조했다.


이 같은 최 교수의 주장에 여러 학자들이 공감을 표명했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논평을 맡은 한명숙(동국대 불교학술원) 박사는 길장 스님의 저술인 ‘중관론소’에서 ‘삼론현의’에 미룬 것을 모두 찾아 해당 문장을 일일이 대조했다. 이어 한 박사는 “어느 한 경우도 현행 ‘삼론현의’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없었다”며 “‘중관론소’가 길장 스님의 저술이라면 ‘삼론현의’ 역시 길장 스님의 저술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금강대․동국대 HK연구단이 ‘잊혀진 한국의 불교사상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조명이 다양하게 이뤄졌다. 박인석 동국대 HK교수는 도륜 스님의 ‘유가론기’에 등장하는 신라 혜경 스님의 사상경향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그의 저서와 학문의 방향 등에 대해 집중 소개했다. 김성철 금강대 HK교수도 고대 한일 불교교류사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던 현륭 스님의 저작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륭 스님의 연대와 학계, 그의 유식사상의 특징에 대해 고찰했다. 또 김천학 금강대 HK사업단장은 ‘법화경론자주’를 저술한 원홍 스님의 출신국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그가 신라인임을 명확히 했으며, 일본 오치아이 토시노리(국제불교대학원대) 박사는 12~13세기에 필사된 새로운 ‘우가타야호마공양(기)(吽迦陀野護摩供養(記)’가 당(唐)에서 활약한 신라 현초(玄超) 스님의 저술임을 입증했다.


이어 장원량 중국인민대학 교수는 찬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석마하연론’에 나타나는 유식관을 중심으로 사상사적 특징을 분석하고, ‘금강삼매경’을 인용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신라찬술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요르그 플라센 독일 보훔 루르대학 교수는 백제 혜균 스님의 ‘대승사론현의기’를 통해 삼론학, 원효 및 화엄학과의 사상적 관계를 추적하고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위치도 재고했다.


이밖에 일본 후쿠시 지닌 박사는 일본불교의 해동불교 인용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며, 노로 세이 박사는 일본 가마쿠라 시대 화엄학자 묘에 스님과 그 문하의 한국불교 수용을 원효와 의상대사의 영향을 중심으로 파악했다. 미나미 히로노부 박사는 ‘무량수경술기’를 쓴 의적 스님의 화엄사상의 특징과 신유식의 영향을 고찰했으며, 박광연 박사는 경흥 스님의 저술인 ‘미륵경술찬’과 ‘(삼)미륵경소’가 6~7세기 동아시아 미륵사상의 결정판이라 평가했다.


한편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해외 소재 한국불교문헌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한국불교 사상을 망각의 장에서 기억의 공간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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