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자 검찰총장 김진태

정권 휘둘려 국민신뢰 잃은 검찰
바로세우겠다는 김진태 신임총장
부당한 권력에는 맞서 싸우면서
약자엔 자비롭던 신념 잃지않길

 

김진태 검찰총장 시대가 열렸다. 김 총장은 12월2일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에 대한 모든 시비를 불식시키고 오직 국민의 편임을 각인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애써 검찰의 중립을 강조하고 국민의 편임을 역설해야 할 만큼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검찰은 1년 사이 수장이 두 번이나 바뀌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11월 검찰 내부의 이전투구로 검찰총장이 사퇴했고, 올해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검찰총장이 물러났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거론됐지만 모두 정권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첫 번째가 누가 정권의 신임을 얻고 있느냐는 파워 게임이었다면 두 번째는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이라는 정권의 역린(逆鱗)을 거슬린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검찰독립을 흔드는 검란(檢亂)에도 걱정하는 국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강자에게 너그럽고 약자에겐 서슬이 퍼랬다. 수천억을 횡령한 기업 총수나 뇌물을 받은 고위공직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도 힘없는 서민에게는 엄정한 법 집행을 부르짖었다. 솜방망이 처벌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면 국가에 기여한 공로를 참작했다는 말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고 국민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검찰, 이것이 지금 검찰이 처한 현 주소다.


이런 검찰을 추스려야 할 김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그리 박하지 않다. 대쪽 같은 성격 탓에 정권의 비리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을 많이 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 비리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사건 등이 모두 김 총장의 손을 거쳤다.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향하면서 김 총장은 권력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줄을 이었다.


김 총장은 원칙론자이지만 위트를 잃지 않았다. 짧은 점심을 끝낸 뒤 일어서는 김 총장을 아쉬워하는 기자들에게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듯 가볍게 하는 것’이라는 말로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불교경전이나 고전의 명구를 자주 사용해 묘한 여운을 남기곤 했다. 무엇보다 김 총장은 약자에게 관대했다. 현대건설 노조위원장 납치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회사 측에 책임을 물었고, 국가보안법 위반학생에 대해서는 배우는 과정에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원주지청장 재직 시에는 재소자 자녀를 위해 거처를 마련해 주는 등 남다른 선행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총장을 거론할 때 불교가 빠지지 않는다. 김 총장은 대학시절, 유신반대 운동을 하다 경남 사천의 다솔사로 피신한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운명처럼 효당 최범술 스님을 만나 봉당(鳳堂)이라는 법명을 받고 불교에 귀의했다. 이때 만주에서 활동했던 자비의 화신 수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15년 동안 끈질기게 스님의 숨결을 모아 검사 신분으로 ‘물속을 걸어가는 달’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 총장은 평소에 “검찰 수사는 사람을 살리는 수사가 돼야한다. 자비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김형규 부장

김 총장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부당한 권력에는 사자처럼 용맹하고, 국민에 대해서는 사슴처럼 두려워하는 검찰총장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제왕의 자리마저 박차고 걸림 없는 자유를 찾아 떠난 싯다르타 태자의 길을 가보고 싶다”던 김 총장의 무욕(無欲)의 꿈을 있는 그자리에서 이루길 바란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