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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고계리 불자 부부’

기자명 지현 스님
설-추석이면 어김없이

아들-딸과 법당에 들러

김장철엔 무-고추 보시

늘 사찰 살림 마련이 먼저



청량산 청량사 입구 다리 못 미쳐 ‘고계리’란 마을이 있다. ‘고계리’엔 열다섯쯤 되는 가구가 살고 있다. 고추 농사도 짓고 감자도 심고 배추와 무, 고추농사도 하고….

그 마을엔 유난히 불심이 두둑한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부는 얼마나 신심이 돈독한지, 설이면 설마다 추석이면 추석마다 절로 온다.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부부는 꼭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부처님께 절하고,절을 하면서 그칠 줄 모르게 기도한다.

청량산 입구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면서 두 사람은 쌀 농사도 짓고 고추농사도 짓는다. 부부는 농사가 끝나면 곧바로 수확한 쌀과 고추, 배추, 무 등을 이고 지고 절로 온다. 모든 걸 먼저 부처님 전에 올리고 나서야 부부는 아랫마을 집으로 내려가 자기들 먹거리를 준비한다. 청량산 식당에서 분주히 일하면서도 부부는 틈만 나면 절을 찾는다. 소박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부부와 아이들은 부처님께 절하고 또 절한다.

어느 해 초 겨울이었던가, 김장철에 부부는 또 다시 배추와 무, 고춧 가루를 이고 지고 와서 우리 보살님들과 함께 이틀 동안 김장을 담그고 내려갔다.
봄에 청량사에서 보살계 법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부부는 같이 올라와 공양간에서 열심히 일하고 법회에 참여했다. 나는 보살에게 ‘보리심’이란 법명을 주고보살의 남편에게 ‘月江’이란 법명을 주었다.

지금도 부부는 절에 온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절을 제집 드나들 듯 한다. 한 10여일 쯤 있으면 사월 초파일이다. 부부는 또 어김없이 청량산 자락을 땀을 흘려가며 오를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올 초파일에는 이런 글귀를 써서 줄 생각이다.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산 마루에 떠도는 구름
다만 스스로 즐길 뿐
그대들에게
보내 줄 수는 없네

‘보리심’ 보살과 ‘月江’ 거사에게 부처님의 보살핌이 이어지기를. 그들의 작은아들과 딸에게도 청량산 청량사 약사여래불 부처님의 가피가 내내 이어지기를기원한다.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약사여래불, 나무 관세음보살….”



지현 스님(봉화 청량사 주지) chengsj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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