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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불교폄훼·왜곡작품 문학상대상 선정 ‘파문’

  • 교계
  • 입력 2013.12.13 15:58
  • 수정 2013.12.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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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는 기독교국가…진흥왕이 장로들 살육” 

“승려는 통치자의 꼭두각시” 역사왜곡 심각

“심사과정서 담합했다”…비판여론도 확산

 군 “책임질 것…진상조사” 홈페이지 공지


경남 합천군이 주최한 문학상 공모전에서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했을 뿐 아니라 불교를 폄하한 작품이 대상작으로 선정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불교국가인 신라가 종교말살정책을 펼쳐 기독교 국가인 대가야와 다라국의 정신적 뿌리를 말살했다”는 등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교계와 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합천군은 지난 10월 옛 가야 다라국의 흔적을 문화콘텐츠로 만들겠다며 ‘제1회 다라국문학상 작품공모’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합천군은 총 24편의 응모작 가운데 표성흠 전 창신대학 교수의 ‘황강, 다라니국의 발원’을 대상으로 선정, 12월5일 시상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심각한 역사왜곡을 담고 있어 대상수상작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논란이 된 표씨의 이 소설은 대가야를 건국했다고 알려진 설화 속 여신 정견모주가 성모마리아라는 주장과 함께 시작된다.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도마가 배를 타고 가야국에 와서 신앙을 전파했으며 기독교의 삼위일체 사상을 바탕으로 대가야가 건국됐다는 것이다.


또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신라 진흥왕에 대해서는 ‘전쟁왕’으로 규정하면서 ‘대가야 건국신앙인 정견모주(성모마리아) 신당을 부수고 장로들을 살육했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나아가 ‘승려란 결국 통치자의 명을 받드는 꼭두각시’, ‘너도 나도 중이 되려 한다. 나라에서 승복을 지어 입히고 절을 지어 거처를 마련해준다 하니…’ 등 불교를 폄하하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특히 표씨는 저자후기에서 “유물이 없으면 신화가 되고 유물이 있으면 역사가 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하나하나를 입증했다”며 마치 소설이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인 듯한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아무리 소설이라도 이는 분명한 역사왜곡”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병헌 서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가야를 기독교국가로 설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로 이것을 수상작으로 뽑았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럽고 창피한 일”이라며 “허구의 고대사까지 끌어들여 불교와 기독교의 갈등을 드러내는 것은 오늘날 종교화합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도 “소설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역사를 표방하고 있다면 기본적인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어떻게 수상작으로 선정됐는지 몰라도 이 소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잘못 이해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고대사를 전공한 판카즈 모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2세기에는 서구에서조차 기독교가 폭넓게 확산되지 않았을 시기”라며 “비록 소설이지만 예수가 한국인이라는 것만큼이나 비논리적이며 근거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불교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인사 종회의원 제정 스님은 “시대상황과 역사를 전혀 모르는 무식한 소리”라며 “동북공정은 그나마 논리라도 있지만 이 소설은 논리도 없는 황당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합천군의 이번 공모작 심사과정에 심사위원들간의 담합과 부정심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다라국문학상 작품공모’에 참여했던 임모씨는 합천군 관계자가 당선자인 표씨에게 공모전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고 이에 표씨가 계간 ‘문학나무’의 주간 황충상씨를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작품공모는 계간 ‘문학나무’가 홍보부터 응모작 접수, 심사위원 선정, 응모작 심사, 당선작 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는 것이 임씨의 설명이다.


실제 계간 ‘문학나무’의 주간 황충상씨는 예심 심사위원으로까지 참여했으며 심사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대상 당선자인 표씨가 졸업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 출신이라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황충상 주간은 “다라국문학상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았던 것은 합천군과 경남소설가협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수상작 선정은 심사위원 고유의 재량”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임씨는 “문단의 원로라는 분들이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마저 저버리고 합천군과 문학상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물론이고 긴 시간을 들여 작품을 쓴 응모작가들의 땀과 노력을 무위로 만들었다”며 “종교분란을 조장함은 물론 작품성도 떨어지는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한 결정은 즉각 취소해야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이번 수상작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하창환 합천군수는 12월13일 ‘다라국문학상과 관련하여 드리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현재 군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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