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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없는 정국은 대란

기자명 법보신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자랑스러운 불통(不通)’이 연일 세간의 지면에 올랐다. 형용모순의 이 말을 놓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역설’이라 항변할 수 있겠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치에 견제비판을 해온 사람들은 ‘아집’이라 주장할 수 있겠다.


‘자랑스러운 불통’이 터져 나온 그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위하는 일 말고는 다 번뇌다. 국민만 바라보고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한 쪽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고독한 수행인이 일갈하는 듯한 ‘소신’이라 할 수 있겠고, 다른 한 쪽은 ‘독선’이라 할 수 있겠다. 역설과 아집, 소신과 독선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유가 있다.


이정현 수석은 ‘저항에 대해 굽히지 않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5년 내내 불통 소리를 들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불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사회에 혼란스러운 일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할 일을 하면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며 ‘1000리 길을 가려면 사람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일’ 중 하나가 ‘대선개입 정국’인 것만은 분명하다. 간단하게 정리되지 않는가? 대선개입 운운하는 사람들은 저항세력이고, 그 세력에 굴복할 뜻이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그 국민은 이정현 수석의 역설과 자신의 소신을 옹호하는 대중을 말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기에 긴장감을 넘어 ‘한 번 겨뤄보자’는 선전포고로 다가온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 듯싶다. 대선개입 정국만 혼란스러운 일이 아니다. 시국선언, 대학가 안녕하십니까?, 철도파업 등은 물론 청년취업, 복지증대를 요구하는 대중도 정부와 여당의 프리즘으로 보면 ‘저항세력’이다. 불과 1년 전 대선 승리 직후 ‘자신을 반대한 48%의 국민을 모두 보듬겠다’고 한 통합정치는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아니, ‘그 48%의 국민과 한 번 겨뤄보겠다’는 뜻의 다름 아니라 생각되는 건 비약일까?


박근혜 정부와 맞서 있는 ‘저항세력’은 모두가 약자이다. 진정으로 통합정치를 구현하려 한다면 약자를 포용해야 한다. 강자가 약자를 위해 스스로 굽히는 것은 포용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약자를 힘으로 억압한다면 약자들은 항거할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갈등과 분노를 낳을 뿐이다. 더 이상 소통이 없다면 2014년 초 어떤 정국이 다가올지는 명약관화하다. 각계 전문가들이 예고하고 있듯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혼란’이 아닌 ‘대란’이다. 정부와 여당이 정국돌파 카드로 쓸 건 너무도 뻔하다. 이미 ‘저항세력’이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트라우마!


종북, 전복, 불만세력으로 몰면, 자기검열에 정신없다 스스로 발을 뺄 것이다. 그래도 남은 세력은 경기침체에 따른 자산감소가 우려 돼 스스로 발을 뺄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저항’ 동력이 소진 돼 자멸 할 것이다. 그 언젠가부터 써 먹어온 트라우마 카드가 이번에도 ‘승리’를 보장해 줄 것이다. 정말 ‘확신’하고 있는가? 수십년 동안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트라우마를 지금 걷어치우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여당은 직시해야 한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아직, 정국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러니 소통(疏通)하라. 48%의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만 해도 대란은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버릴(疏. 소) 수 있어야 한다. 아집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결단(通.통)이 필요하다.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용기(勇氣) 어린 결단이다. 그래야 ‘무소의 뿔처럼’ 남은 4년을 갈 수 있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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