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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카르마파 주도…여성 수행자 활약도 괄목

기자명 진우기
  • 새해특집
  • 입력 2014.01.02 14:15
  • 수정 2014.01.02 14:26
  • 댓글 0

[티베트 불교, 한국불교를 물들이다]5. 서구 티베트불교 리더들

동양의 스님과 법사들이 법을 전하기 위해 서양으로 건너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이다. 이후 50여년의 세월 동안 불교는 서양에서 성장과 인기를 누린 한편 또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서양 불교는 주변부의 반문화에서 주류문화로 이동했으며, 명상은 깨달음보다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성격을 개선하는데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개인이 자기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측면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서양 최초의 티베트불교 사원인 삼예링은 1967년 영국 북부에 설립되었다. 이후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세계에 단지 10여개에 불과하던 티베트명상센터는 2010년 미국 내 거의 모든 도시에 하나씩은 있다고 할 정도로 확산되었다. 이런 티베트불교에 대해 “인간의 마음을 가장 깊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한편 “서양인들이 티베트를 너무 낭만화한 나머지 티베트문화와 티베트불교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서양에서 불교도 1위의 국가이며 가장 활발한 불교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1979년 티베트불교 대중잡지인 ‘샴발라선(Shambhala Sun)’을 발행하기 시작하였다. 2009년 ‘샴발라선’ 발간 30주년을 맞이한 특집호에서 배리 보이스(Barry Boyce)는 불교가 미국에서 발전한 시기를 4단계로 나누었다. 1)반문화집단에 속하던 사람들이 불자가 된 시기, 2) 불교계 스승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성추문에 휘말리던 시기, 3)불교의 급성장과 함께 도래한 전성기, 4) 대부분의 불교집단이 안정화에 들어서면서 불교가 일상의 일부가 된 시기.

반세기 동안 티베트불교가 서양에 확산되는 데는 많은 스승들이 공헌을 했지만 본 원고에서는 현재 살아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로 한정했다. 또한 지면 관계상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한정하여 살펴보려 한다.

1960년대 초 서구사회 진출
심리·뇌과학 대화 적극 시도
할리우드 배우들 지원도 힘
주변문화에서 주류문화 이동
“인간 이해 심오하다” 극찬
서구 곳곳에 티베트사원
이제는 생활의 일부로 정착

▲ 달라이라마
▲ 달라이라마(Dalai Lama, 1935~) =겔룩파의 수장이며 티베트불교 서열 1위인 제14대 달라이라마는 불교에 관심이 없는 서양인, 불자가 아닌 서양인들에게도 불교를 전하고 불교를 대중화하여 서양에 불교의 전성기를 가져온 일등공신이다. 유명인을 추앙하고 모방하는 현대사회에서 할리우드 배우와 가수들이 불교 붐에 한몫을 했는데, 이제는 달라이라마도 엄청난 팬덤을 몰고 다니는 그런 유명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1979년 달라이라마의 최초 미국 방문은 비교적 소박하게 끝이 났지만, 1989년 노벨상을 수상하며 인지도가 높아진 후의 미국 및 서양 방문은 그 격이 달라졌다. 게다가 달라이라마의 열린 마음과 행동으로 표현된 자비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불교를 수행하기 위해 불자가 될 필요는 없다며 “개종하지 말라”는 달라이라마의 말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많은 사람을 불교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에서 불교전문출판사가 아닌 일반출판사가 불서를 출판하여 서점뿐 아니라 슈퍼마켓이나 대형마켓에서도 살 수 있도록 만든 것은 1998년 출판된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 최초이다. 달라이라마는 또한 서양과의 소통의 장으로서 오랫동안 이루어졌던 “종교간 대화”보다는 오히려 심리학자 및 뇌과학자와 나누는 과학적 대화가 더욱 수승하다는 판단 하에 1988년부터 정기적으로 ‘마음과 삶 회의(Mind & Life Conference)’를 주관해오고 있다. 이런 노력은 2000년대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 및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마음챙김명상이 보편화되면서 더욱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 카르마파
▲ 카르마파(Karmapa, 1985~)=카마카규파의 수장이며 티베트불교 서열 3위인 카르마파는 달라이라마보다 50년 연하이며 그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제16대 카르마파가 1976년 미국 의회를 방문하여 불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면,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2008년 미국을 방문한 제17대 카르마파는 훨씬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미국인에게 한 발 다가섰다. 당시 23세에 불과했고 외부세계와 별 소통이 없이 살았던 카르마파였지만 미국인들의 눈에는 “세상의 DNA를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언제 어느 때 누구와도 자신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쳤다고 한다. 예술과 음악과 컴퓨터를 사랑하고 독서를 좋아한다는 카르마파는 시애틀 강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붓다의 가르침을 잘못 사용했다”고 일침을 놓아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카르마파는 그밖에도 티베트불교계가 채식을 해야 하며, 현재 세상이 겪고 있는 문제와 불교가 함께 해야 하며, 불교적 관점에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달라이라마처럼 카르마파도 쉬운 언어로, 그리고 마음으로 사람들과 만나지만 젊은 나이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은 좀 더 신선하고 급진적이다. 불교의 연기론에 입각하여 사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하는 스님은 “세상을 위한 염원(Aspiration for the World)”이라는 환경보호 노래를 영어로 작사하고 손수 작곡하여 유튜브를 통해 전파하고 있기도 하다.

▲ 민규르 린포체
▲ 민규르 린포체(Mingyur Rinpoche, 1975~)=2002년 위스콘신대학의 리처드 데이빗슨 교수는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총 명상시간이 일만 시간 이상인 티베트불교 수행자들을 모아 명상 중 이들의 뇌에 일어나는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민규르 린포체와 마티유 리카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판명되었다. 이를 통해 명상은 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수행이며, 행복은 우리가 더욱 증진시키고 닦을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지게 되었고, 명상은 좀 더 대중화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30대 후반인 민규르 린포체는 티베트불교의 떠오르는 별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과거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젊은이들과 솔직하게 영어로 소통하는 모습은 서양의 어떤 장소에 옮겨놓아도 자연스럽다. 게다가 타고난 유머감각과 주변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은 현대인들이 명상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카마카규파와 닝마파의 법맥을 이은 민규르 린포체는 티베트불교의 전통학과목과 수행의 기초 위에 서양과학과 심리학도 배운 재원이다.

▲ 마티유 리카르
▲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 1946~)=민규르 린포체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불리는 마티유 리카르는 티베트불교계의 엘리트 스님이라 할 수 있다. 철학자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신의 집에 자주 모이던 유럽과 러시아의 지성인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파스퇴르 대학에서 세포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티베트 스승들의 모습을 흠모하여 홀연히 히말라야로 떠난 후 40여년 간 명상 수행자로서, 불교 승려로서 살아가고 있다.

스님은 ‘마음과 삶 연구소(Mind and Life Institute)’에서 명상신경과학의 주요 연구자인 리처드 데이빗슨(Richard Davidson) 교수와 함께 명상과 뇌의 가소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명상을 통해 자비심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실험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스님은 괜찮다고 자비로운 미소로 말한다. 과거에는 현대사회보다 더 폭력이 심했고, 인간이 매우 이기적인 것 같지만 또 그만큼 이타심도 강하다고 말이다. 어린이와 동물 연구에서 이타심을 타고 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과학적 증거도 있다 한다.

스님은 세포유전학 박사 출신답게 대학 강연과 저술을 통한 전법으로 티벳불교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마티유 리카르는 그 인세로 재단을 설립하여 히말라야 지역 주민들의 교육 및 의료 봉사를 하는 한편, 모국어인 프랑스어와 유창한 영어로 전세계에서 강연을 하며, 달라이라마의 프랑스어 통역도 하고 있다.

▲ 제쭌마 텐진 팔모
▲ 제쭌마 텐진 팔모(Jetsunma Tenzin Palmo, 1943~)=“나는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겠노라고 서원했다”는 말로 전세계에 잘 알려진 텐진 팔모는 영국에서 태어나 20대 초에 티베트불교로 출가한 이후 12년간 히말라야 산속에서 독거명상을 수행했다. 현재 인도에 동규가찰링 비구니승가대학을 설립하고 후학들을 배출하는 틈틈이 전세계를 순회하며 법문을 하고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서양불교에 필요한 것은 전통을 잘 소화하고 그 전통을 통해 존재의 모든 차원이 성장한 그런 스승이라고 말하는 스님은 하지만 훌륭한 학자는 많지만 가르침을 삶으로 실현한 밀라래빠 같은 스승은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설익은 스승이 아니라 가르침을 완전히 체화해서 그 지역 언어로 전할 수 있는 그런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내 안에 있다”며 “불만족과 불안이 우리를 계속 어둠속으로 끌어내려도 우린 계속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는 스님에게 유일한 두려움이 하나 있다. 그것은 엄청난 노력이 투입된 후에야 우리는 노력이 필요 없는 단계로 들어설 수 있는데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얼마나 정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제 승가대학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으므로 다시 안거에 들어 수행하고 싶다는 스님은 “안거수행은 내게 들숨과도 같다”고 말한다.

▲ 제쭌 칸드로 린포체
▲ 제쭌 칸드로 린포체(Jetsun Khandro Rinpoche, 1967~)=티베트불교에서 유일하게 전통적인 교육과정을 다 마친 여성 린포체이다. 티베트여성이지만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장점도 구비하고 있다. 법손을 지정함에 있어 남녀를 구별하지 않는 민드롤링 법맥에서 태어난 40대 후반의 린포체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영감이 된다면 여성임을 이용하고, 그것이 장애가 된다면 신경을 쓰지 말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작고한 부친에게 이어받은 사원, 인도에 자신이 설립한 두 곳의 비구니승가대학, 그리고 미국 버지니아주 세난도 산맥에 설립한 로터스가든을 오가며 가르침을 펴고 있다.

티베트의 전통교육 뿐 아니라 저널리즘과 기업경영 등 신교육도 받은 린포체는 여성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명석한 질문을 던지며 기존 티베트불교계를 조금씩 흔들고 있다고 한다.

▲ 페마 쵸드론
▲ 페마 쵸드론(Pema Chödrön, 1936~ )=일상의 용어를 사용하여 시적 감수성과 따스한 언어로 대중의 고통에 다가가는 페마 쵸드론은 미국 최고의 티베트불교 전법사로 인정받고 있다. 스님이 가장 자주 다루는 주제는 “두려움과 마주하기”이다. 가톨릭 초등학교 교사였다가 트룽파 린포체의 제자가 된 스님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내었고, 서양에서 가장 성공하고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승들 중 하나가 되었다. 북미대륙 최초의 티베트불교사원인 감포애비(Gampo Abbey)를 설립하여 현재도 그곳에서 전법을 하고 있고, 또 페마쵸드론재단을 설립하여 가르침을 좀 더 널리 체계적으로 전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 진우기
▲진우기
불교 및 명상 전문 번역·통역가. 지엘통번역센터 원장.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학위. ‘달마, 서양으로 가다’ 등 30여권의 번역서 출간.

 

 

 

[1227호 / 2014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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