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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춤꾼들, 3000여 군장병과 춤으로 소통하며 ‘힐링’

  • 새해특집
  • 입력 2014.01.05 01:14
  • 수정 2014.01.06 10:23
  • 댓글 5

논산 호국 연무사 공연 1년 가릉빈가 불공 ‘소울퀸’

전문 여성 춤꾼 4인조 구성
매주 일요일 두 차례 공연
화려한 춤으로 장병들과 소통
찬불가 안무까지 직접 만들어
법당 찾는 장병 10만명 증가
“멋진 무대로 교구에 보답”

 

▲ 넓은 법당에서 수천 명의 장병들과 함께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가릉빈가 불공의 ‘소울퀸’ 멤버 이지혜, 이하나, 장지은, 송미나씨(왼쪽부터). 정작 연습실은 서울 여의도 한복판 건물지하의 작은 공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든 춤의 내공은 이미 프로급이다. 헐렁한 연습복을 입은 모습도 당당하고 향기롭다.

손이 아릴정도로 차가운 날씨였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훈련병들도 잔뜩 어깨를 치켜세워 찬 기운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장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간 곳은 군법당인 호국 연무사(주지법사 현조 이동경)였다. 2012년 5월 완공된 새법당의 3500 좌석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내부는 열기로 가득 했다.

수천 장병들이 법당을 향한 이유를 찾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전 10시, 법회가 시작됐다. 두 손을 곱게 모은 장병들은 삼귀의를 목청껏 불렀다. 스크린에 흐르는 한글반야심경도 줄줄 따라했다. 법사 스님의 법문에도 귀를 쫑긋 세웠다. 법문이 끝난 뒤, 축가 순서가 되자 장병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시작했다. 이윽고 반주가 흘렀다. 찬불가 ‘오늘은 좋은날’ 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라는 듯 장병들은 신나게 따라 불렀다. 열렬한 호응에 법당 뒤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뛰어 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환호는 더 커졌다. ‘오늘은 좋은날’에 맞춰 이들의 열정적인 댄스가 이어지자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할 만큼 객석과 무대는 하나가 됐다. 그 풍경을 부처님도 자비로운 미소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호국 연무사 법당을 공연장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로 만든 이들은 호국 연무사 전속 댄스팀 ‘가릉빈가 불공’의 ‘소울퀸’이었다. 가릉빈가 불공은 호국 연무사 공연팀을 통칭하는 단어이고 ‘소울퀸’은 실제 팀 명칭이다. 이들은 찬불가에 이어 최신 가요까지 3~4곡에 맞춰 화려한 춤을 선보였다. 척척 떨어지는 호흡에 자신감 넘치는 동작, 공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장병들과 호흡하는 모습은 찡한 감동까지 전했다.

무대의 여운이 꽤 깊었다. 법회를 기다리는 군인의 심정으로 이들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다시 만난 곳은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작은 연습실이었다. 연습실에서 만난 소울퀸은 해맑은 미소와 편안한 옷차림이어서 오히려 풋풋한 소녀 같았다. 하지만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응시할 때는 법당에서 본 매력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소울퀸은 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1년 동안 매주 일요일 논산을 찾고 있다. 다른 팀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출연한 팀은 소울퀸이 유일하다. 그만큼 장병들의 호응이 크다는 뜻이었다.

“서울에서 논산까지 2시간 30분을 달려갑니다. 그리고 오전과 저녁 두 차례 공연을 하다 보니 부대에서 하루 종일 있게 되지요. 힘들기보다는 재미있고 보람도 큽니다. 군인 여러분, 향기로운 차를 주시는 법사님,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시는 보살님들까지 모든 분들이 좋아요. 우리가 오히려 갑갑한 서울을 벗어나서 힐링 타임을 갖는 걸요.”

춤을 시작한 지 8년이 된 이지혜(25)씨는 멤버들 중에서 경력이 가장 오래 됐다. 방송 출연 경험도 많아서 능숙한 무대를 선보인다고 멤버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7년 경력의 이하나(25)씨는 군법당 공연을 하기 전에는 불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 큰 불상을 보면서 무서움을 느낀 뒤로 절에는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호국 연무사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어느새 편안하고 친숙해 졌어요.”

송미나(23)씨 역시 수준급 힙합댄서다. 남자 춤꾼들만 있던 팀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활동도 했지만 지금은 힙합 장르를 쉬고 있다. 관객이 원하는 공연이 먼저이기 때문이란다. 송씨는 “최신 가요에 맞춘 방송 댄스를 할 때 군인들의 호응이 가장 좋다. 지금은 원하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가야 된다고 본다. 언젠가 전공을 펼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했다.

막내 장지은(20)씨는 부산 출신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로 향한 이후 나름의 산전수전을 겪었다. 힘든 순간에 소울퀸을 만났다.

“법당에서 첫 무대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해요. 많은 군인을 한꺼번에 처음 봤을 때라 떨리고 실수도 많았어요. 지금은 저도 군인 여러분들도 모두 신나는 무대를 만들고 있어요.”

소울퀸의 공연이 군법당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은 노래와 노래 사이의 이벤트로 교리 퀴즈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퀴즈의 힌트는 그날 법사 스님의 법문에 있었다. 3000명의 장병들이 소울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법문을 메모할 정도다. 물론 퀴즈는 법사 스님이 만들지만 이제는 소울퀸도 불교 용어에 꽤 익숙해졌다. 찬불가 ‘오늘은 좋은날’의 안무도 이들의 작품이었다.

“가사에 어울리고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동작에 중점을 뒀어요. 덕분에 지금은 제일 자신 있는 곡입니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매회 새로운 공연을 선보일게요.”

소울퀸 이전에도 가릉빈가 불공에는 많은 팀들이 거쳐 갔다. 2012년 9월부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교구장 정우 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본격적으로 운영된 덕분이다. 전통예술고, 나누리합주단, 관무용단, 로터스, 2SJ, BMS, 불자연예인 윙크와 김양, 대구 우담바라 스님밴드, 스피드걸, 광주 천룡사 학생회, 이화여대 치어리더, 국악명창, 루비, 아이맥스, 오버스탭 등이 가릉빈가 불공의 주인공들이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는 파주에서 가영자 선생, 부여에서 반주 이관희 선생이 논산을 찾아와 찬불가 교실도 진행한다. 역대 가릉빈가 불공의 명성을 현재는 소울퀸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울퀸이 호국 연무사의 장수 팀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장병들과 소통하는 무대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흉내만 내는 공연이 아니라 매 공연을 모니터링하며 보완을 거듭했다. 무대의 동작, 움직임의 포인트 하나까지 집중했다. 이렇다보니 연습 때도 3~4시간은 훌쩍 지난다.

▲ 소울퀸의 공연 덕분에 지난 한 해 호국 연무사를 찾은 군장병은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호국 연무사에 담긴 불교계의 원력과 가릉빈가 불공의 실력이 만난 덕분일까. 지난해에는 일요법회 참석인원이 10만7000여명 이상 늘었다. 수계인원도 6000명 이상 늘어나 5만명이 수계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타종교의 행사 참석 비율은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후문이다. 현대식의 쾌적한 큰법당 역시 수많은 초심의 군인들에게 심적 치유의 공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현조 법사는 “일요법회 참석 인원의 증가는 자대 배치 이후 종교행사로 연결되기에 불교행사 참석인원이 전체적으로 증가된다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릉빈가 불공은 군포교 활성화의 밑거름”이라며 “논산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군법당에서 장병들과 소통하는 문화 포교가 전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추위가 지나면 향기로운 매화가 꽃을 피운다. 소울퀸도 막막한 추위 속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시절이 있었기에 이 작은 연습실에서 땀으로 열정으로 행복의 씨앗을 가꾸어 논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겨울을 이겨낸 매화처럼 춤을 통해 행복 향기를 장병들에게 뿌린다. 어쩌면 이들은 불국토의 길목을 안내하는 진짜 가릉빈가일지도 모른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227호 / 2014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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