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훼손으로 시작되는 새해

알고 하는 잘못과 모르고 하는 잘못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쁠까? 사회법의 관점에서 죄질을 따지자면 알고 행하는 잘못이 훨씬 나쁘다. 잘못인 줄 알면서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다르다. 모르고 저지르는 허물이 더 크다. 죄의식이 없어서 개선의 여지 또한 없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전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들이 열렸다. 이들 행사들을 보면서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에 대한 가르침이 불현듯 이해가 됐다. 개인의 소원이나 희망을 담아 하늘로 띄워 보낸 풍등과 풍선을 통해서다. 새해를 맞이하는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행사가 풍등과 풍선을 날리는 일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과 앞날에 대한 소망을 풍등과 풍선에 띄워 하늘로 보내는 그 순간은 행사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 첫 태양을 보며 한해의 소원을 매단 풍등과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행위는 그 자체가 경건한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풍등행사는 지자체나 일반 단체, 그리고 해맞이 행사를 하는 많은 사찰에서도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새해맞이때 날리는 풍등·풍선
결국에는 다시 땅으로 떨어져
환경오염·산불화재 주된 원인
순간의 볼거리에 자연은 몸살

그러나 이런 행동들이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연초마다 이뤄지는 이런 행사들로 전국의 산과 강, 바다는 큰 몸살을 앓아야 한다. 하늘로 떠오른 풍등과 풍선은 그대로 하늘로 떠서 우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시 밑으로 떨어진다. 결국 쓰레기가 되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이다. 풍등은 종이와 철근, 양초로 이뤄져 있다. 종이는 타 없어진다고 해도 철근은 그대로 바다와 강, 땅으로 내려와 환경을 오염시킨다. 특히 풍등은 화재의 위험이 크다. 하늘로 날아오른 풍등은 중간에 전선줄에 걸리거나, 또는 불이 붙은 채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초에 일어나는 원인모를 산불의 상당부분이 풍등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화재의 원인이 풍등으로 밝혀진 사례도 적지 않다. 충청도에서는 캠핑장에서 날려 보낸 풍등이 묘원 뒷산에 떨어져 큰 불이 나기도 했고 경기도에서는 학생들이 날린 풍등의 잔해가 큰 산불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풍등으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영국소방서장협회가 풍등 날리기를 자제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떨어진 촛농에 어린이가 심각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환경에 치명적인 것은 풍선이다. 새해 개인 소원지를 매달고 하늘로 떠오른 풍선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멍들게 한다. 풍선은 고무로 만들어진 까닭에 잘 썩지 않는다. 그대로 물과 땅에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황폐화시킨다. 특히 야생동물이나 물고기들이 바다와 땅에 떨어진 풍선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켰다가 죽는 경우가 많다. 풍선 줄에 다리가 묶여 죽거나 병든 채 돌아다니는 새들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태평양에는 커다란 쓰레기 섬이 두 개가 존재한다.

▲ 김형규 부장
플라스틱과 비닐, 고무풍선 등으로 이뤄진 이 섬은 한반도의 6배에 이른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매년 두 배씩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엄연한 인과(因果)의 법칙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죄의식 없이 마구잡이로 풍등과 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순간의 즐거움과 볼거리로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만약 그치지 않는다면풍요로운 자연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우리의 삶 자체가 파괴되고 말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28호 / 2014년 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