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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불교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

기자명 남궁선
  • 법보시론
  • 입력 2014.01.08 14:31
  • 수정 2014.01.08 14:45
  • 댓글 1

나는 요즈음 대형서점에 잘 들르지 않는다. 생업이 바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불교서적 판매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불교 서적을 찾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들이 불교를 멀리한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그에 대한 원인을 한두 가지로 쉽게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 중 하나는 불교의 난해성 때문이다. 본래 부처님은 중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부파불교와 대승불교 시대를 거치고 한문으로 역경된 중국불교가 이 땅에 전해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리의 불교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중국에서 여러 종파로 나뉘고 선불교가 성립되어 그러한 불교가 충분한 여과과정이 없이 한국에 직수입되었다. 그러니 불교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것이 한국불교의 역사적 사실이라 해서 현재의 어려운 불교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불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서 내가 행하는 불교가 바른 불교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도나 다름이 없는 행위라 할 것이다. 부처님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난해한 표현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우선 부처님의 전법선언을 보자.

‘어느 때 부처님은 바라나시의 이시빠따나의 사슴동산에 계셨다. 제자들 60명이 아라한이 되었을 때 부처님은 그 제자들을 모으시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대들도 또한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다. 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중생의 행복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세상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고, 신들과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둘이 함께 같은 길을 가지 마라,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끝도 훌륭하고, 바른 뜻과 문장을 갖춘 가르침을 설하여라. 완전하고도 청정한 수행자의 삶을 보여주어라…”’ (씽윳따 니까야: 4)

위의 전법선언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전법을 위해서는 알아듣기 쉬운 말과 모범된 행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법이란 전달자(승려) 중심이 아니라 그 말을 들으려는 청중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불교 현실은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 불교를 자연스럽게 전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무종교인이나 타종교인이 참석하게 되는 49재에서조차도 암호 수준을 넘어서는 한문으로 된 글을 읽으며 의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법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키고 만다. 예불문, 반야심경, 천수경 등의 독송도 불교를 전문으로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한문 문장이 주를 이룬다.

한국불교에서 자랑으로 삼는 선불교에서는 이보다 한층 도를 넘어선다.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바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여 진리를 깨닫게 하는 법이 선불교라 하면서 경전을 멀리 하고, 불립문자(不立文字)라 하여, 불도의 깨달음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므로 언어나 문자에 의지하지 않는다면서 경전을 소홀히 하고 있다. 천태종이건, 화엄종이건, 선종이건 그 어떤 종파도 부처님의 근본 목소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자기 종파의 독단적인 논리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경시하는 것은 이교도들의 행위와 큰 차이가 없는 훼불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남궁선 원장
백여 년 전에 기독교 선교사들이 한문으로 된 성경을 보급하지 않고 한글로 된 우리말 성경을 제작한 것이 오늘날 기독교의 번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자의 잘못된 판단은 아닐 것이다. 세속을 등지고 심오한 불교를 주장하면서 대중을 불교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보다는 쉬운 불교로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쉬운 불교가 바로 부처님이 바라는 진정한 불교가 아닐까 한다.

 남궁선 파라밀 요양병원장 namgung0302@naver.com

 

[1228호 / 2014년 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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