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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라는 착각서 벗어나 번뇌 소멸

  • 수행
  • 입력 2014.01.14 16:59
  • 수정 2016.02.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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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으로 깨어나기’ 수행 현장

숙고와 통찰명상, 치유적 간화선으로 불성(佛性)을 깨우는 이색 치유수행 프로그램이 열렸다. 불교상담개발원(원장 도현 스님)이 지난 1월4일 서울 국제선센터에서 개최한 동계산사워크숍에서다. 주제는 ‘불성 깨우기’. 이번 워크숍은 불교와 심리치료를 명상에 적용해 진정한 ‘나(불성)’를 체험하는 과정이었다.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이 고안한 ‘불성으로 깨어나기’ 치유수행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참가자 30여명이 함께했다. 프로그램은 고통 성찰 등 4개 테마로 진행됐다. 시간이 갈수록 멋쩍어하던 참가자들은 마주보며 대화했고, 손을 마주잡았으며, 눈물 흘렸고 함께 웃었다.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
상담개발원 개최 워크숍에서
‘불성 깨우기’프로그램 실시

‘나’라는 자아 환상 부수고
고통이 발생하는 이유 제거

▲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이 고안한 치유수행 프로그램 ‘불성으로 깨어나기’는 불교의 심리분석적 재해석과 체험적 재발견이 포인트였다. 1월4일 불교상담개발원의 동계산사워크숍 참가자 30여명이 오전 9시~밤 9시 집중체험했다.

▲고통에 대한 성찰=
“당신은 누구십니까.” 최훈동 원장이 화두부터 던졌다. 치유수행이 시작됐다. 끊임없이 묻고 답하라고 일렀다. 내면에서 화두로 붙잡고 치열하게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불교를 단순한 철학이나 관념으로만 이해하는 점을 경계하라고 최 원장은 강조했다.

‘반야심경’을 설명했다.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에서 ‘조견’은 비춰본다는 뜻이며, 곧 숙고명상이라고 했다. ‘오온’은 몸과 마음으로 색수상행식이며, 모두 고정돼 있지 않고 변하기에 ‘개공’이었다. 오온으로 인식하는 빛, 소리, 냄새, 감각, 인식 등은 ‘나’라는 감옥이자 이미지라고 최 원장은 언급했다. 실체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고통은 ‘나’에서 비롯된 희로애락이었다. “질문을 무작위로 던지겠다.” 최 원장이 말했다. 참가자들 마음이 불편해졌다. 대답해야 할 경우 잘 설명해야 하는 부담감과 불안함, 두려움이 고통이었다. 부담감과 불안함, 두려움을 ‘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없는 실체’였다. 최 원장은 “고통은 상황에 처할 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했다.

▲경청과 수용 그리고 치유=‘나’라고 여겨지던 것들을 분쇄해야 했다. 숙고명상이 시작됐다. 최 원장은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 과거에 고통스럽던 순간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는 단계부터 치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분노, 질투, 불안, 상처 등을 5분이든 10분이든 바라보기에 몰두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눈 감고 들숨과 날숨을 크게 2번씩 쉬며 호흡부터 관찰했다. 그리고 호흡에서 마음으로 눈을 돌렸다.

“삶은 관계입니다. 부모님과 관계가 뿌리입니다. 번뇌라는 벽을 뚫고 기억 속 분노, 질투, 불안, 상처와 눈을 마주하십시오. 아픈 과거라고 외면해선 안 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업장 소멸은 없습니다.”

부모, 배우자, 도반, 형제, 자매, 친구 등 파트너와 관계에서 상처 줬거나 상처 받은 내 모습을 꺼내야 했다. 숙고명상 중 그런 과거들과 화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연습이 필요했다. 참가자들은 둘씩 짝지어 마주앉았다. 서로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며 5분씩 교대로 말하고 교대로 경청했다. 상대방도 존중, 사랑, 인정을 갈구하는 존재임을 배웠다.

▲깨어남=무의식속 상처는 의식의 메시지(번뇌) 때문에 경청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면할수록 멀어져갔다. 그럴수록 일, 담배, 술, 도박, 게임, 인터넷, 섹스 등으로 중독돼 불안감과 두려움을 은폐한다고 최 원장은 일렀다.

빠르게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가 원처럼 보이듯 갖가지 감정이나 이미지의 결합체인 ‘나’는 고정된 하나의 실체가 아니었다.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최 원장은 설했다. 착각이라는 알 껍질을 깨기 위해선 안에서도 쪼아야 하며 밖의 도움이 필요하다 했다. 줄탁(啄)이라고 했다. 어미닭이 부처님 가피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가피기도법이 중요했다.

눈을 감고 호흡을 크게 2번 들이마시고 내쉰 뒤 가슴에 부처님을 초대했다. 부처님은 바로 온전히 자신을 품는 불성이었다. 그리고 착각에서 깨어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떠올리고 고통에서 벗어나야하는 이유를 진실하게 고백해야 했다. 이 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불성에 도움을 요청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최 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불성을 초대하기 어려울 땐 스스로 만든 진언(‘화’는 화가 아니다)을 일념으로 독송해 번뇌를 잠재우는 훈련부터 일상에서 수행하라 했다.

▲회향마당=회향마당은 작은 깨달음을 얻은 기쁨으로 채워졌다. 삼보에 귀의한 지 2년 된 변형균(두옹)씨는 심리 관련 서적을 읽으며 상처를 치유했다고 자부했던 기억이 오해였다고 고백했다. 변씨는 “아직 고통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불상에 절하고 기도하는 건 기복이라 여겨 꺼려했다. 그러나 내 안에 자성불을 초대하면서 기도하는 법을 배워 고맙다”고 했다. 불교상담대학 졸업생인 박미숙씨도 가피기도법을 알았다며 기뻐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고통과 직면하고 스스로를 수용하며 치유했을 때 느꼈던 감동을 공유했다. 평소 눈물 없기로 소문난 오용환 불교상담개발원 이사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이 고창 선운사로 소풍 갔을 때 유독 나만 쌀 몇 kg이 없어 가지 못했다”며 “심한 열등의식에 쌓여있던 나를 발견했고 이젠 용서했다”고 했다. 부산서 새벽 첫 차를 타고 동계산사워크숍에 참가한 김원숙(각연심)씨도 울었다. 그는 “경청하고 수용하는 연습 때 눈물이 흘렀다”며 “자기 얘기만 하는 게 싫어 사적인 만남을 꺼리던 나 역시 내 얘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불성으로 깨어나기’란=불교의 심리치료적 해석을 명상에 접목했다. 고통의 발생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마음 실상을 명료하게 바라봄으로써 자아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고통을 해결하는 심리치유 수행이다. 불교교리 강의와 함께 숙고명상, 통찰명상, 가피명상, 만트라, 간화선기도 등을 활용한다. 특히 경험을 강조해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별을 제어하고 본래 마음속에 갖추고 있는 불성의 지혜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229호 / 2014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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