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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입안의 도끼

기자명 이필원

입안의 혀 잘 못 놀리면
자신 해치는 도끼 되기도
마음 잘 다스려 표현하면
오해와 다툼도 다 사라져

우스갯소리로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것을 ‘술안주 삼는다’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두 사람 이상 모이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다른 사람을 화제로 끌어 올리곤 한다.

물론 좋은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험담이 아니더라도 흉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이것이 씨앗이 되어 소문이 퍼져, 곤란한 경우를 겪기도 한다. 어쩌다 그런 곤란한 경우를 당하면, 다시는 다른 사람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기도 한다. 간혹 칭찬을 했는데도 내 의도와는 달리 와전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참 갑갑하고, 억울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말을 조심하라’고 하신다. ‘중아함경’에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것이 나와 남을 이롭게 하고 시의적절할 때 말하라는 말씀이 있다. 좋은 말도 말할 때가 아니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쁜 말은 오죽하겠는가.

‘법구비유경’에 ‘입안의 도끼(斧在口中)’란 표현이 나온다. 이 도끼가 내 몸을 두 동강 낼 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나쁜 말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태어나면 입안에 도끼가 생겨나, 몸을 동강낼 수 있으니 나쁜 말(惡言) 때문이다.”

말이란 정보 전달의 수단이다. 그러니 말이 없으면 우리는 하루도 살 수가 없다. 그리고 인류가 오늘날 같은 문명을 만들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말이란 없어서는 안 될 것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말은 ‘좋은 정보’만을 전하지는 않는다. ‘거짓 정보’도 전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듣고 우리는 그의 기분이나 상태를 짐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법구비유경’은 그 말이 화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 입안에 혀를 갖고 태어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혀’가 필요한데, 그 혀를 잘못 놀리면 자신을 해치는 도끼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혀를 잘 놀리면(?)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듯이, 내 입속의 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의 명운(命運)이 갈린다고 하겠다.

그럼, 우리가 ‘혀’를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이다. 말이란 마음이 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깔보거나 미워하고, 원망하면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는 법이다. 겸손하고, 남을 존중하며 성냄과 원망을 버릴 때 자비로운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 옳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너는 틀렸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말 한마디가 오해와 다툼의 원인이 된다.

또한 대중으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사람이 어느 날 말 한마디 실수하여,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공직자의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본다. 내가 처한 위치에 따라 내 말 한마디가 나뿐만 아니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곤경에 처하게도 한다. 정치 지도자는 더욱더 그러하다. 말 한마디가 나라를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감정에 눈이 멀어 쏟아내는 듯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내 입안의 혀가 도끼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29호 / 2014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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