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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만이 사회를 소통시킨다

기자명 원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1.20 13:15
  • 수정 2014.01.20 13:24
  • 댓글 0

15년 전 어느 해, 남원 실상사에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사회활동 하는 어느 스님이 ‘깨달음’은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참석한 스님들의 강한 반론이 이어지면서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 불교의 현주소를 이야기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그렇다면 이천년이 넘는 오늘까지 불교가 전해져 오지 않았을 것이다.

부처님은 자신을 대의왕이라 칭하고 계시다. 그러면 과연 어떤 병을 치유하는 것일까? 바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등의 번뇌라고 분명히 설하고 있다.

우리는 탐진치가 자기 마음에 있는 병이므로,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 또는 인류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집단적 탐진치가 있다. 즉, 단체, 회사, 국가, 종족, 종교, 인종, 이념의 탐진치가 있는 것이다. 집단적 탐욕은 서로 간에 단절을 가져오고, 성냄은 충돌을 가져오며 어리석음은 단절과 충돌이 계속 일어나도록 하는 근본이다.

어느 철학자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불안한 사회, 위험한 사회, 절벽사회, 피로사회라고 했다. 그는 피로사회를 성과사회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스스로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기 착취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로서 타자의 착취보다 훨씬 강력하고 피해가 크다. 그러나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 때문에 무감각할 수 있다. 자기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신을 착취하는 줄도 모르고 자발적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로사회에서 자기를 착취하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착취하므로 ‘탐욕’이 근본이다. 그리고 망가짐은 곧 ‘성냄’이며 몸과 마음의 고통과 괴로움의 결과이다. 절벽사회의 착취란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집단적이고 단체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노사정의 갈등, 대립과 충돌이 그 방증이다. 역시 탐욕의 단절과 성냄의 충돌이며 그 결과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나타난다. 국가단위로 눈을 돌리면 최근 아프리카 남수단의 내전도 대통령과 부통령은 나라를 찾은 독립 운동가였지만 석유원전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군과 반군으로 갈라져서 탐욕의 대립과 성냄의 충돌로 수천 명이 죽고, 내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모두 탐욕과 성냄의 표현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명하다. 단절과 충돌을 일으키고 괴로움을 가져오는 탐진치를 다스려야 한다. 특히 탐욕과 성냄은 바로 진실을 왜곡해서 아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어리석음이란 모든 생명과 무생명이 상호의존하고 소통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즉 연기실상을 알지 못하는 데서 불통이 생기고, 불통의 현상으로 탐욕과 성냄이 일어나는 것이다. 연기실상을 잘 알아서, 소통과 융통과 통섭의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

▲ 원허 스님
‘지구의 정복자’를 쓴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진화는 혈연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 본능의 결과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집단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타적이란 나와 남의 상호의존이 근본이고 그 결과는 서로 이익을 나누는 소통이라는 뜻과 같다. 상호의존이란 바로 붓다의 깨달음의 내용인 연기법이다. 연기법을 이해하는 것이 어리석음을 타파하는 지혜이고, 이 지혜에 의해 탐욕과 성냄을 없애는 것이다. 상호의존의 실천이 바로 상대를 기쁘게 하는 사랑과 상대의 고통을 나누고 없애주는 연민이다. 즉 자비의 실천이야말로 연기의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올해는 부디 어리석음을 바탕으로 한 이익싸움을 그만두고 소통하여 행복을 실현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길이 불교가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원허 스님 자비선명상센터 지도법사 bhudam@hanmail.net
 

[1230호 / 2014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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