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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으로 이끌 선사들의 벼락같은 ‘할’

  • 불서
  • 입력 2014.01.20 17:55
  • 수정 2014.01.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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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없는 소’ / 김성우 지음 / 비움과소통

▲ '콧구멍 없는 소'
“‘금강경’에 이르기를 ‘앞으로 돌아오는 세상 후오백세에 중생이 있어서 이 경을 듣고 신심이 청정하면 곧 실상을 내리니, 마땅히 알거라. 이 사람은 제일 희유한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고 했으니 대개 용맹스런 뜻을 발하여 법의 근원에 사무친 이가 말세의 불법에도 없지 않았으므로 불조가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요, 또한 그러한 사람이 너무 드물어서 혜명을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말씀이 있는 것이니 누가 능히 대장부의 뜻을 갖추어 자성을 철저히 깨닫고 그 제일 가는 공덕을 성취하여 큰 지혜광명 의지를 저 오백세 후까지 광대하게 유통하리요. 돌아가신 나의 스승 경허 화상이 이런 분이다.”

한암중원 스님의 스승 경허선사를 향한 찬탄이다. 현재 불교계가 ‘근대 한국선의 달마’로 추앙한 경허선사는 나라의 존립이 위태롭고 민중들이 수탈로 신음하던 시대에 겨레의 빛으로 존재했다. 뿐만아니라 선이 사문화되던 시기에 선을 생활화하고 실천한 선의 혁명가이자 견성도인으로 불린 이 또한 경허다. 그리고 그 문하에서 수월, 만공, 혜월, 한암, 용성 스님 등 근세 고승들이 배출됐다. 때문에 오늘날 선승 대부분이 그 문손이거나 영향을 받은 스님들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콧구멍 없는 소’는 경허선사와 그의 5대 제자들의 삶과 정신을 담은 선문답 해설서다. 수행자들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 벼락같은 할과 방을 펼쳐 보인 선사들의 활발발한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선문답은 옛 선사들이 학인을 깨닫게 하는 언행일 뿐만 아니라 그 언행 자체에 깊은 신뢰와 지혜가 응결돼 있다. 때문에 말끝에 단박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긴 여운을 남기는 깨달음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선문답을 일러 수행자에겐 이정표, 일반인들에겐 인생을 살아가는 좌우명으로 삼을만한 묘리를 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 경허 스님, 성수 스님, 정일 스님, 활안 스님

이 책에서 경허선사와 5대 제자가 제시한 선의 요체는 간화선이 성립되기 이전, 언하대오를 특징으로 하는 정통 조사선에 가깝다. 따라서 여섯 선사들의 선문답을 중심으로 엮은 책은 그 시절 진리를 향한 구도열에 불타던 수행자들과의 즉문즉설을 옮긴 것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독자들은 어렵지 않게 오늘날 한국불교에 선의 명맥을 잇게 한 이들 여섯 선사들의 주옥같은 가르침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

불교전문출판사 비움과소통은 이 책 ‘콧구멍 없는 소(1권)’를 시작으로 ‘이뭣고 선지식 총서 시리즈’를 발간했다. 이에 따라 성수 스님 선어록인 ‘세상선 산수도(2권)’, 정일 스님 선어록인 ‘전인 미답지를 일러주마(3권)’, 활안 스님 선법어집인 ‘어디서 왔소?(4권)’ 등 네 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눈뜨고 세상을 보니 우주와 내가 바로 선”이라고 했던 성수 스님의 선어록 ‘세상선世上禪 산수도山水道)’ 에서는 “불자들이여, ‘내가 구도자다’라는 이름을 가졌으면 속히 눈 밝은 선각자를 찾아가서 생로병사가 두려우니 그 밖이 어디인지, 생사 해탈법을 배우는데 전심전력하여 생사장야의 긴 꿈에서 깨어나라”고 일렀던 스님의 법문과 선문답을 만날 수 있다.

또 정일 스님 선어록을 담은 ‘전인 미답지를 일러주마’에서는 화두, 간경, 염불, 보현행원 등 통불교적 수행으로 최상승선을 깨닫게 한 정일 스님의 사자후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총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활안 스님의 법어집 ‘어디서 왔소?’ 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묻는 근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일상의 선문답으로 자성을 깨닫게 하는 활안 스님의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는 덕분이다.

근대 한국불교 중흥의 기반을 다지고, 근현대 한국불교의 선맥을 이은 선지식들의 선문답과 가르침을 담은 선지식 총서 네 권에서 선의 요체를 이해하고, 간화선 수행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할 발심의 계기를 맞는 시절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3권 1만1000원, 2·4권 1만2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30호 / 2014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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