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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전륜성왕 이념

  • 법보시론
  • 입력 2014.01.27 12:43
  • 수정 2014.01.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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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이념적인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통합하느냐이다. 낮아진 국민의 윤리의식을 회복시켜 그것을 통일국가 건설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큰 과제로 남아있다. 그 해결의 실마리와 교훈은 인도고대사를 빛낸 임금인 아소카왕의 치국책에서 찾을 수 있다.

기원전 3세기 인도 전지역을 통일하고 고대 인도의 제국이념을 실현한 아소카왕의 정치이념은 ‘다르마(法)’였다. 보편적 이념이었던 다르마는 중앙집권체제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다르마는 다중적인 사회구조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일종의 ‘온정주의’적 색채를 띠면서 실천윤리로 기능했던 것이다.

기원전 6세기 인도는 농업기술의 진보와 무역, 화폐의 발달로 상인들과 귀족의 부가 축적됐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새로 등장한 불교는 물질적 삶으로부터 야기되는 악을 완화시키려 했다. 그 무렵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전륜성왕 이념은 분명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

초기불교의 국가관은 국가계약설의 이념에 기반을 둔 것으로 브라만의 왕권신수설과는 달리 국가의 왕권은 철저히 백성에게 존립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민주적 방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불교에서 왕은 카스트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질서의 확립을 그 의무로 삼아야 하는 것이었다.

통일제국을 이룩한 3대 아소카왕은 인도대륙을 통일하고 다르마를 주장해 고대 인도의 제국이념을 완성하였다. 그는 시대적 요구에 충실히 부응했고 정치사회적 조화를 추구했다. 특히 불교의 넓은 사회의식과 보편성에 공감하여 어느 정도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불교의 장점을 활용하였다

또한 아소카왕은 정치적으로도 법대관(法大官, Dharma Mahamatra)이라는 관직을 설치해 모든 종교를 초월한 정법을 수립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다. 당시 쇠퇴하고 있었던 불교는 아소카왕의 정치이념을 모방하여 불교식 전륜성왕의 사상적 체계를 윤색하였고 불교를 후원한 아소카왕을 전륜성왕으로 추앙하기에 이르렀다.

신라도 아소카왕의 정치 이념을 적극 활용했다. 진흥왕 시기에는 한반도에서 영토팽창으로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신라는 인도 아소카왕의 정치이념에 바탕을 둔 전륜성왕 이념을 필요로 했다. 신라의 숭불정책은 고구려, 백제와의 항쟁에 정당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정복된 지역의 ‘신민(新民)’에게 왕의 위엄을 강조하고 민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하였다.

진흥왕이 전륜성왕 이념에 감명을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는 그의 두 아들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전륜성왕의 4가지 형태 중 두 가지인 동륜(銅輪)과 사륜(舍輪, 또는 金輪)으로 이름을 짓고 있다. 진흥왕이 왕자들의 이름으로 이상적인 전륜성왕을 채택했던 것은 왕자들이 그의 정신을 계승하여 사방을 정복하고 이상국가를 건설하리라는 희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6세기 신라의 불교계도 장육상(丈六像)의 설화 등을 통해 진흥왕이 바로 전륜성왕이자 신왕(神王)인 아소카왕의 정신을 계승하며 그의 뜻을 이루는 위대한 왕임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여기에다 원광법사가 제시한 세속오계의 윤리덕목이 국가적인 차원의 장려정책을 통해 화랑도를 비롯한 전체 신라인에게 실제적으로 실천되고 있던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륜성왕이념에 기반을 둔 진흥왕과 진평왕의 다양한 불교 치국책은 국가발전과 삼국통일의 원동력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 판카즈 모한 교수
불교문화가 꽃피웠던 중고기 신라의 정신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여러 가지 이념 갈등과 통일문제가 옛 신라인들이 고민했던 점과 사뭇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불교계도 불교가 지니고 있는 국가관과 평등정신을 어떻게 이 사회 속에 구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노력이 절실하다. 

판카즈 모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pankaj@aks.ac.kr
 

 

[1231호 / 2014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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