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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업, 불교적인가?

지난 한 해 전국을 강타했던 ‘힐링 열풍’은 올 한 해도 그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 만큼 지난해 불었던 ‘힐링’은 사회적 이슈가 아닌 사회가 짊어지고 타개해 나가야 할 화두였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간의 흐름, 적어도 출판문화 흐름에 한정해 보면 자기계발 부문에서는 웰빙 그리고, 힐링으로 변화해 왔다. 그 변화 속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힐링’이란 용어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등장한 건 1997년, 동아일보 ‘21세기 시사용어’일 것이라 사료된다. 당시의 용어는 ‘힐링산업’이었다.

산업,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 모든 활동이다. 문화도 산업의 한 부분으로 분류해 활용할 수 있기에 우리는 문화산업이라 말한다. 이 때 문화란 유무형의 문화를 통칭한다. 그러고 보면 ‘힐링’을 서비스, 또는 문화의 일부분으로 보고 ‘문화산업’의 한 파트로 ‘힐링산업’이라 한다 해서 굳이 ‘틀렸다’고 말할 게재는 아닐 듯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머리방, 스파, 헬스, 음악 전 분야에 ‘힐링’이 따라 붙는다. 이전의 ‘웰빙’ 자리에 ‘힐링’이 대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웰빙을 몰아내고 힐링이 그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이 현상에서 짚어볼 건 하나다. ‘물의 치료’라 말하는 스파를 통해 자신의 마음 상처, 또는 정신 상처가 치유되며 행복감에 젖는가? 혹, 물의 온도나 청량함에 기인한 몸의 이완작용에 따른 일시적 ‘느긋함’은 아닌가?

웰빙 열풍이 불 당시에도 지적된 것 중 하나가 ‘진정한 웰빙’은 대상이 아닌 자신의 의식개혁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즉, ‘열심히 일한 당신 명품 가질 자격 있고 여행 떠날 자격 있다’는 컨셉에 따라 물건 하나 사며 흡족해 하는 그 기분이 웰빙을 대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힐링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특정 장소나 프로그램 속에서 잠시 쉰다고 해서 힐링이 되는 게 아니다. 그 장소와 프로그램은 당사자가 힐링할 수 있는 단초나 여건을 마련해 주는 데 지나지 않다. 즉, 대상이 아닌 자신의 의식 변화가 있을 때 진정한 힐링이 되는 것인데, 그 변화란 다름 아닌 ‘마음의 변화’를 말한다. 자신이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의 첫 걸음이다.

‘마음의 변화!’ 불서나 법회를 통해 누누이 읽고 들었던 문장이요 일갈 아닌가! 그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게 ‘손바닥 뒤집듯’ 쉬운 듯하면서도 ‘삼겁을 지나도 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그러기에 수행이 필요하고, 그러기에 선지식이 있어야 했다. 불교의 대사회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아니던가? 그런데 그 일을 사찰에서조차 ‘산업’이라 칭하는 시대를 맞았다. ‘힐링산업’도 모자라 ‘마음산업’이란다. 대중을 위한 산사의 참선이나 명상 프로그램은 힐링을 넘어 인식의 대 변혁, 마음의 대 변화를 전제한 것이다. 그로 인한 포교나 사찰 재정수익은 그 다음에 따져 볼 문제다.

▲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산업이익을 앞세운 논리로 ‘웰빙’자리에 ‘힐링’이 자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힐링’ 자리에 ‘마음’이 자리할 수는 없다. ‘마음산업’은 어불성설이다. 현대적 ‘산업’ 개념 속에는 물질적 이익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기에 ‘마음 다스리기’와 ‘산업’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용어로 남용되는 ‘마음산업’에 일갈을 해도 모자란 판에 불교 내부에서부터 ‘마음산업’이라 이름하고 플랭카드를 내 걸며 상업적으로 흐른다면 그 과오가 너무 크다. 불교가 사회를 선도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끌려 다니는 꼴이다. 그래서 ‘마음산업’이란 말이 더욱 씁쓸하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231호 / 2014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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