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2. 마음의 칼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라는 표현이 있다. 말을 칼에 비유한 표현이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이 상대방에게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손에 든 칼보다, 때로는 마음에 품은 칼이 더 위험하고 잔인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신구의삼업(身口意三業)’이란 가르침이 있다. 신은 몸으로 하는 행동, 구는 말로 하는 모든 것, 의는 의도를 말한다. 이것이 세 가지 행위라는 것이다. 업(業)이란 카르마(karma)를 번역한 말인데, 카르마의 본래 의미는 ‘행위, 행동’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내가 한 행위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여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곧 업(카르마)인 것이다.

모든 결과, 업에서 비롯
마음보다 큰업은 의도
마음 속 활과 칼로 비유
칼 내려놓는 게 곧 수행

몸으로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누구나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말로 남을 비방하거나, 욕하거나, 저주하는 것 등은 모두 그 잘못이 밖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라는 것은 몸이나 말로 표출되지 않은 것이기에 알 수 없다. 그 사람의 의도가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알기란 어렵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 가운데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의도가 표출되면 몸으로, 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업이 의도가 짓는 업이라고 한다.

‘법구비유경’에는 바로 이러한 내용이 설해져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부처님이 평범한 사문의 모습을 하고 사위성에 사는 인색하고 흉악하며, 도덕을 믿지 않는 부부를 교화하고자 찾아가게 된다. 마침 남편은 밖으로 외출하고 부인만 있었는데, 사문으로 변해 탁발을 하는 부처님께 온갖 욕설을 하고 비난을 하였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몸이 불어 터지고, 입에서는 벌레가 나오고, 배가 터져 창자가 문드러져 더러운 것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두려워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놀라 두려움에 내닫는 모습을 보고는 부인을 잡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에 남편은 활과 칼을 준비하고 사문을 쫓아갔다. 사문을 발견하고 활을 쏘았지만 사문이 유리로 된 작은 성(琉璃小城)을 만들어 활이 튕겨나갈 뿐이었다. 그러자 그는 유리성 앞에 나아가 문을 열라고 말했다. 사문은 문을 열고 싶거든 활과 칼을 버리라고 했다. 그는 활과 칼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면 주먹으로 때려주고자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활과 칼을 버렸는데, 어찌하여 문을 열지 않느냐고 하자, 부처님은 ‘나는 그대 마음속의 악의라고 하는 활과 칼(心中惡意弓刀)을 버리라고 했지, 손에 든 활과 칼(手中弓刀)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표정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부처님은 악의라고 하는 활과 칼을 들고 있다고 표현하신 것이다.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때로는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얼굴에 그대로 표현하면 곤란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해칠 목적으로 마음 속에 활과 칼을 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 안에 간직된 무수한 칼을 내려놓는 것이 바로 수행일 것이다. 우리가 칼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는 내려놓음으로써 내 자신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정 나 자신을 위한 일인지 냉철하게 생각하면, 마음속에 칼을 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을 자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칼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1호 / 2014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