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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교황, 국민의 자존심

올해 하반기 프란시스코 교황이 방한할 예정이다. 과거에도 교황이 다녀갔다. 25년 전인 1989년 교황 바오로 2세가 방한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가톨릭 미사는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황의 존재에 관심조차 없었던 국민들은 이날 교황을 새롭게 인식했다. 교황의 방문 소식에 가톨릭은 들뜬 분위기다. 가톨릭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교황방문추진은 정부의 종교차별 결정판이다. 교황방한추진은 가톨릭보다 정부가 더 서둘렀다. 박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교황청 인사를 접견하면서 교황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최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 “국가적 차원에서 교황의 방한을 돕겠다”고 거들었다. 다종교 국가인 한국에서 교황의 방한은 가톨릭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방한을 요청하고 국무총리가 나서 국가적으로 돕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사대적이거나 지나치다. 정부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세계적 종교지도자인 달라이라마에게 모욕에 가까운 행패를 부렸다.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추진할 때마다 비자발급을 거부했다. 심지어 정부는 일본 가는 길에 한국을 경유하는 것조차 막았다. 정부가 이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직간접으로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 내지는 경제적인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왔을 뿐이다.

달라이라마 거부한 나라는
중국과 한국정부 두 곳 뿐


중국 보복 운운은 사대주의
대만·일본·동남아도 다녀가

달라이라마는 2002년 독일 언론이 설문조사할 때 가장 현명한 사람 1위에 꼽혔다. 교황은 2위였다. 당시 교황은 독일출신이었다. 2010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6개국에서 이뤄진 설문에서도 존경받는 지도자 1위에 올랐다. 정상적인 국가 중 달라이라마가 갈 수없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곳뿐이다.

달라이라마는 서구는 물론 우리와 이웃한 대만과 일본도 무시로 다닌다. 우리보다 국력이 약한 동남아와 그 밖의 나라들도 다녔지만 중국에 의해 불이익 받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론 중국정부의 강력한 비난은 있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서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곳곳에서 군사·경제적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교류를 끊지는 않는다. 일본의 아베내각 이후로 중국과 일본은 전쟁직전의 살풍경한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한해 일본 자동차의 중국판매는 10%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엔저현상으로 중국인의 일본관광이 40% 가까이 늘었다. 중국에서 한국제품을 수입하고 소비하는 것은 한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달라이라마가 방한해도 한국제품이 좋으면 중국인들은 절로 살 것이다. 행여 그로인해 중국과 불편해진다하더라고 그것은 자주국가로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교황이 방한하게 된 만큼 정부는 종교형평성의 차원에서라도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해야 한다. 초청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중국의 위협과 경제적인 이익을 거론하며 국민을 협박하거나 기만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라마가 가지 못하는 나라가 중국과 한국뿐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중국의 눈치나 보며 국민들을 비루하게 만드는 그런 정부라면 일제강점기 총독부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 김형규 부장
이번 기회에 불교계도 달라이라마 방한 허용을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한국불교계의 정당한 권리이자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또 내적으로는 종교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른 시일 내에 여의도 한복판에서 달라이라마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으면 한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1232호 / 2014년 1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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