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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살은 지혜와 자비의 화신

기자명 이미령

무지의 바다 건네주는 다리

알고 계십니까? 내게도 불지견이 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도 『법화경』 속에서 부처님은 나의 아버지로 다가오십니다. 아함경에서는 친절한 선생님이셨고, 반야 계통의 경에서는 나를 제 성품도 없고 텅 빈 공성으로 인도하려는 조련사이셨고, 『화엄경』에서는 몸체가 없는 눈부신 빛이셨던 그 분이 알고보니 나와 당신의 진짜 아버지이셨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행자들이 궁극적인 가르침이라 믿고 따랐던 그간의 모든 말씀들이 전부 방편에 불과하다고 선언하고 계십니다. 법회에 참석해 있던 대중 가운데 5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야 말았습니다.

그들이 떠나가자 부처님은 의외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가지와 잎사귀는 다 떠나고 열매만이 남아있구나.”『법화경』 『방편품』교만한 사람은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일침을 놓는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부처님은 저에게도 당신과 똑같은 지혜가 있음을 알려주려고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저더러 아라한에 만족하지 말고 보살에도 만족하지 말라시며 제가 가야할 길은 궁극적으로 부처가 되는 길이라고 일러주시러 오셨습니다.

전부해서 28품으로 이루어진 『법화경』은 이런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비유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불이 난 집에서 자식들을 구해낸 이야기좥『비유품』, 가난한 아들이 부자 아버지를 찾은 이야기『신해품』, 산천초목에 고루 내리는 비 이야기『약초유품』, 마술로 만들어낸 성(城) 이야기『화성유품』, 제 옷 속에 보물을 품고도 알지 못해 고생한 남자 이야기『오백제자수기품』, 독약 먹은 아이를 살려내는 의사 이야기『여래수량품』가 그것입니다.

한결같이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지견)가 있음을 알지 못해 헤매고 고통받는 우리들 중생을 불쌍히 여겨 구제하려고 애쓰는 부처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좥보문품좦은 이런 이야기들이 끝난 뒤에 등장하는 품입니다.

얼핏 보아서『법화경』의 구성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학자들은 법화경의 성립과 구성에 대해서 다양한 학설을 내놓고 있습니다. 『법화경』은 기원전 1세기경에 성립되었다, 기원후 40년경에 성립되었다, 심지어는 기원후 220년 이후에 성립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총 28품 가운데 앞의 20품까지가 본래의 『법화경』 내용이고 뒷부분은 나중에 첨가되었다는 학설도 매우 유력합니다.

하지만 구구한 학설들은 잠시 접어두고라도 중생들에게 부처님과 같은 지견이 있다는 것을 천명하는 『법화경』속에 『보문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는 중생이야.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래, 말로는 불성이 있느니, 여래장이니 하지만 사실 어떻게 이런 내가 성불할 수 있겠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야!”
『법화경』을 통해서 부처님이 아무리 목이 쉬어라 일러주셔도 애초부터 자포자기한 우리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런 중생들을 보다 못해 결국 부처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습니다. 관세음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들과 같은 보살들을 내려주신 것입니다. 경전을 읽어보면 이분들은 이미 부처를 이루셨거나 곧 부처를 이루실 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좀더 친근하게 법을 설하고 좀더 신속하게 구원의 손길을 내리기 위해 부처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분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분들 가운데 관세음보살님을 통해서 좀더 확실하게 구원의 보장을 받으려 합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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