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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성보 국가귀속은 강탈이다

서울 진관사 경내에서 출토된 성보가 국가로 귀속될 처지에 놓였다. 문화재위원들이 소유권을 확인해 달라는 진관사의 요구를 묵살했다. 출토된 성보는 금동불입상 2점을 비롯해 272점이다. 해당 사찰과 조계종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조계종의 정체성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예경의 대상의 돼야 할 성보들이 박물관 전시실에서 눈요깃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문화재위원들은 진관사가 조선시대 왕실사찰로 왕실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왕실 소유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진관사가 조계종 소유라도 땅속의 성보는 옛날 왕실의 재산이므로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선이 불교를 탄압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왕실에서 유생들과 사대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찰을 소유하고 운영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은 진관사 출토성보의 소유권 문제를 넘어 한국사를 다시 써야 할 만한 위대한(?) 발견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왕실사찰로 불렸던 사찰은 진관사 뿐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사찰에 대해 왕실이 소유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는 없다. 사찰을 비롯한 종교시설은 시주와 보시로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왕실에서부터 상궁,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진관사에 시주를 했다. 그런데 시주에 따라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문화재위원회의 주장은 종교에 대해 무지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위한 궤변일 뿐이다. 더구나 불교에서는 보시했다는 생각마저 버려야 한다는 무주상보시를 최고의 미덕으로 가르치고 있다. 문화재위원이 이를 몰랐다면 성보를 다룰 자격이 없다.

문화재위원들의 왕실소유 주장
불교탄압 조선서 있을 수 없어

소유권 판단은 법적 이해 필요
사법부 판례는 불교소유 인정

문화재위원들의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판례도 무시한 월권이다. 진관사와 더불어 대표적 왕실사찰인 회암사 출토 성보에 대해 2006년 사법부는 회암사 소유를 인정했다. 사법부는 왕실 사찰로 불리고, 왕실에서 지원했다는 것만으로 의식이나 수행 등에 사용했던 출토물이 왕실소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월정사에서 출토된 1000여점에 가까운 성보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가소유를 주장했지만 사법부는 2013년 월정사의 소유를 인정했다. 이런 이유로 사찰에서 출토된 성보에 대해서는 큰 이견 없이 사찰소유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점에서 문화재위원들의 이번 판단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문화재위원들이 소유권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 소유권에 대한 판단은 법적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문화재위원들이 판단하는 것은 미술 전공자가 법학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부조리한 일이다.

이제 문화재청장의 결정만이 남아있다.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회암사와 월정사의 사례에서 보듯 사법부는 결국 불교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세금이 낭비됐다.

▲ 김형규 부장
소유권은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한 만큼 이제라도 법무부, 또는 법제처 등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소유권 심의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장이 소유권에 대한 법적 이해가 부족한 문화재위원들의 잘못된 결정을 따르게 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문화재청장이 지게 될 것이다. 이번 진관사 문제는 소유권 주장을 넘어 조계종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함을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34호 / 2014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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